메신저 라인 상장과 글로벌 메시징 앱 시장
지난 7월 14일 메신저 라인이 NYSE와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을 했다.
이번 상장으로 라인은 시가총액 8조 2천억 원대 규모의 회사가 되었다. 라인의 작년 매출은 1조 원을 넘겼으며 한 달에 스티커를 사는 사용자가 840만 명에 달한다. 유료 라인 게임을 하는 게이머들도 160만 명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에 동시 상장된 라인은 상장 첫날 25~30% 오르며 거래를 마쳤다. 라인의 상장은 세계 IT업계에 올해 들어서 가장 성공적인 IPO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아직 상장 초기기 때문에 좀 더 주가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 증시에서 보는 라인은 안정적으로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라인은 한국 기업인가 일본기업인가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라인은 일본 기업이다. 상장 전 라인의 원래 사명은 네이버 재팬 (Naver Japan)으로 네이버의 일본 법인이며 100%의 지분을 네이버가 소유한 자회사였었다. 이전의 상황에서는 소유지분의 100%를 한국의 네이버가 가지고 있었으니 ‘한국 소유’의 일본 자회사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지만 미국 뉴욕증시와 일본 니케이 증시에 상장하면서 기업공개(IPO)한 이후의 라인을 이전처럼 한국기업 소유의 자회사라 부르기는 어렵다. 물론 어느 정도의 지분을 아직도 네이버나 이해진 의장이 가지고 있을 것이고, 네이버와 사업적인 관계도 얽혀있겠지만 라인은 이제 네이버와는 다른 독립적인 일본 회사로 봐야 한다. 일본에서 일본 상법에 의해 설립되었고, 전체 매출의 70%가 일본에서 나오고 있으며 대표를 포함한 주요 임원들도 모두 일본인들이다.
사실 이 글에서 라인이 일본 기업인지 한국 기업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라인이 실제로 어느 나라의 기업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라인을 어느 나라의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일본인들의 80%가 쓰고 있는 라인은 일본 사람들이 보기에 일본의 앱이며 미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일본 앱으로 인식한다.
라인 상장 시 미국에서 나온 기사들을 보면 Japanese messaging app 내지는 Japan–based messaging Company 라 쓰고 있다. 라인이 실제로 한국 거든 일본 거든 상관없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인식에서 Line은 Japanese Messaging App이다. 한국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라인을 일본 앱으로 생각한다.
메시징 앱과 언어권의 상관관계
초기 한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메시징 앱은 누가 뭐래도 카카오톡이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대표한다기보다 ‘한국어’를 대표하는 앱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마찬가지로 라인은 일본이라는 국가를 대표하는 앱이 아니라 ‘일본어’를 대표하는 앱이다. 12억 인구가 사용하는 중국어를 대표하는 앱은 QQ와 WeChat 2개이다. 영어를 대표하는 메시징 앱은 WhatsApp이지만 WhatsApp은 영어라는 특정 언어보다는 글로벌하게 사용되는 메이저 메시징 앱이다. 사실 페이스북 메신저는 순수 메시징 앱이라기보다는 페이스북에 연동된 서브 앱으로 봐야 한다. (블랙베리 메신저도 마찬가지이다.) Skype나 Viber는 영상과 음성 중심의 기능을 가진 앱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텍스트 기반의 앱과는 다른 독립적인 장르이다. 이런 분류에 의한다면 스페인어나 프랑스어, 독어를 기반으로 하는 앱이 있어야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이 지역에서는 독자적인 언어기반의 메시징 앱이 발전하지 못하고 영어권 앱인 WhatsApp에 흡수되었다. 아무래도 로마자 기반의 언어이다 보니 한중일과는 상황이 다르게 독자적인 언어 기반 메시징 앱의 필요성이 덜했을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아직 나오지 않은 힌디어나 아랍어, 러시아어 기반의 로컬 메시징 앱의 출현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전 세계 주요 언어 사용자의 수는 중국어 사용자 11억 9,700만 명, 스페인어 사용자 3억 9,900만 명, 영어 사용자 3억 3,500만 명, 포르투갈어 2억300만 명, 일본어 1억 2,800만 명, 한국어 7,720만 명이다.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7,720만 명 중 2/3 정도 해당하는 4,800만 명이 카카오톡을 쓰고 있는 것이니 카카오톡이 얼마나 선전했는지 알 수 있다. 반면에 카카오톡이 특별한 반전이 없는 한 사용자 수가 7,720만 명을 넘기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메신저는 해당 언어 베이스의 사용자 수 이상을 확보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메이저 메시징 앱인 WhatsApp, 페이스북 메신저, 라인을 제외하고는 베이스 언어 사용자 수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메시징 앱은 없다. 그런 면에서 라인은 일본어 사용자 수 1억 2,800만 명보다 더 많은 2억 1,200만 명을 확보하여 메이저 메신저로서 성장할만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라인이 베이스 언어 사용자 수를 넘어서는 사용자를 확보했다고 해서 마냥 녹색 신호등이라는 뜻은 아니다. 2015년 8월부터 6개월 동안 라인의 사용자 수는 2억 1,100만 명에서 2억 1,200만 명으로 100만 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WhatsApp은 8억 명에서 9억 명으로 늘어났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7억 명에서 8억 명으로 늘어났고 중국 앱인 QQ 역시 6억300만 명에서 8억6000만 명으로 늘어나 페이스북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심지어 블랙베리조차 9,100만 명에서 1억 명으로 사용자가 늘어났다.
다른 앱들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데 왜 라인과 카카오톡은 제자리걸음일까? (카카오톡은 6개월간 변화 없이 4,800만 명이 사용하고 있다) 메신저는 그 특성상 네트워크 효과를 가지게 된다. 특정 메신저를 쓰는 이유는 내가 써서라기보다는 내가 아는 지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시징 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에 몰리는 것이고 일본은 라인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한국 외 사용자들은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메신저는 지역적, 언어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 라인의 2억 1,200만 명의 사용자라는 의미는 대다수의 일본인 및 이들과 교류하는 일본 외 외국인들이 주축이 되어 기타 사용자들이 늘어났음을 뜻한다. 그래서 라인은 한국 회사 네이버의 앱이라고 쳐도 카카오톡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률이 낮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QQ나 WeChat의 경우 9억 명이 사용한다 해도 WhatsApp이나 페이스북 메신저의 사용자 9억 명과는 성격이 다르다. 중국의 QQ나 WeChat은 페이스북과 구글이 차단당한 중국의 특수성에 기반하여 성장한 메시징 앱으로서 태생적으로 언어와 지역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같은 9억 명이라도 글로벌하게 미치는 영향력은 낮다는 의미이다. 중국 앱이 이를 극복하고 글로벌 메시징 앱이 되기 위해서는 중국어 사용자 9억 명 외에 영어나 스페인어, 한국어, 일본어 등의 다양한 언어 사용자가 WhatsApp 수준으로 늘어나야 글로벌 앱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된다.
라인 역시 글로벌 메시징 앱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본어 메시징 앱이라는 지역적인 마이너리티를 탈피하여야 하는데 현재 사용자 수가 증가하는 속도를 본다면 메이저 메시징 앱으로 성장하기 매우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과 방법을 통해 비 일본어 사용자층을 넓혀 나가야만 일본어 메시징 앱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 것이다.
라인의 매출구조 개선
라인의 매출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1조 원의 매출을 냈다. 한국의 네이버가 1조 원 매출을 올리기까지 거의 10년도 넘은 걸 생각해본다면 라인의 매출 신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70%가 일본에 편중되어있어 글로벌 메이저 앱으로서의 매출구조라고 보기에는 매우 취약해 보인다. 광고 매출은 전체 사용자수의 트래픽에 의해 인벤토리가 생성되므로 사용자 수가 늘지 않는 한 광고 매출이 증가할 방법은 없다. 게임도 비슷하다.
유료 스티커의 판매는 일본에 집중되어있는데 일본은 유료 콘텐츠를 구입하는 게 당연시되는 국가이다. 라인이 일본에서의 사용자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으므로 일본 외 지역의 사용자들이 일본 사용자들 수준으로 스티커 구매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라인 사용자 수가 글로벌하게 늘어날수록 스티커의 매출 구성 비율은 낮아지게 된다. 오히려 라인 캐릭터 상품의 경우 매우 선전하고 있는데 팬시상품으로써 라인 캐릭터 상품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팬시 상품의 약점은 원천 콘텐츠의 부재로 캐릭터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당장에는 팬시상품과 캐릭터 상품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팬시상품은 결국 유행 상품이다. 산리오가 핼로 키티를 팬시상품으로 출시하고 나중에 만화영화를 제작하여 콘텐츠를 보충했던 것이나 레고가 레고를 이용한 장편 만화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처럼 라인 역시 팬시상품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사업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카카오톡 역시 동일한 숙제를 안고 있다.
라인이 글로벌 메시징 앱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라인이 뉴욕과 동경 증시에 상장함으로써 일본어 메시징 앱이 아니라 글로벌 메시징 앱으로서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로컬 앱으로서의 라인은 매우 훌륭하게 성장했지만 글로벌 앱으로서의 라인은 아직 사용자 수가 부족하다. 라인이 글로벌 앱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사용자수를 WhatsApp의 절반 수준인 4억~5억 명 정도(다운로드 수가 아니다)를 확보해야 한다. WhatsApp의 사용자 숫자가 라인보다 더 빨리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라인은 현재보다 두 세배 더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해오던 대로 해서는 쉽지 않아 보이는 미션이다. 뭔가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라인이 현재의 사업구조를 그대로 확대한다고 해서 글로벌 메시징 앱으로 포지셔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모바일 이전 PC 환경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MS 메신저의 선례를 생각해봐도 알겠지만 사업구조를 바꾸지 못한 메신저 사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라인이 이번 상장을 계기로 새롭게 공격적인 투자와 개발을 통해 사업구조개선을 하고, 비 일본어 사용자를 끌어 모아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시징 앱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