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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

전자기기 일체 금지에 삼엄한 감시…휴식시간엔 독서·TV시청 등 자유

"흑백요리사의 '급식대가'가 조리한 듯한 세 끼 식사에 간식도 푸짐"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연합뉴스]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연합뉴스]

스마트폰·노트북 등 전자기기 없이 '19일간 감금'된 채 일 하는 아르바이트가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보안요원과 경찰의 '삼엄한 감시'를 받아야 하며 창문이나 출입구는 모두 봉쇄돼 있다.


일당은 약 9만7천원이고 양질의 세 끼 식사와 간식이 제공된다. 술은 못 마시며 담배는 피울 수 있다.


근무 시간 외에는 TV 시청, 독서, 장기·바둑 등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다만 남성만 지원할 수 있다. 약 100명이 합숙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하는 일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지 포장 업무이다.


"경험자로서 무조건 '꿀알바'라고 생각합니다."


2025학년도 수능 시험지 포장 아르바이트를 하고 지난 14일 오후 5시30분에 '19일간 감금'에서 풀려난 A(20) 씨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당일 오후 8시께 전화가 연결된 A씨는 "모든 환경이 좋았지만 특히 식사가 살면서 먹어본 급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며 "입소한 사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흑백요리사'의 '급식 대가'님이 몰래 조리하고 계신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끼 제공되는 식사뿐만 아니라 치킨, 피자 등의 다양한 간식이 제공돼 매일매일 만족했다"고 덧붙였다.


여가 시간에 대해서는 "보안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자유가 주어졌다"며 "휴게실과 식당에 있는 TV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인터넷에서 해당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여 지원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연합뉴스]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연합뉴스]

그는 지난달 27일 세종시의 한 인쇄공장에 '입소' 해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 8시간씩 시험지 포장 업무를 하고 총 184만8천890원(실수령액)을 받았다.


합숙 기간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물론이고 MP3, USB, 전기면도기, 헤어드라이어까지 모든 전자기기 사용이 금지됐다.


A씨는 "각 50명씩 주간조와 야간조로 나뉘어 포장지 도장 찍기, 무게 측정, 박스 테이핑, 박스 옮기기 등의 작업을 했다"며 "숙소는 14인 1실로 운영됐다"고 했다.


"업무는 단순하지만 무거운 종이를 자주 다뤄야 해 근력이 요구되고 오랜 시간 서서 작업해야 해 지구력도 많이 요구되죠. 건장한 성인 남성도 힘들어할 강도의 작업이 꽤 잦습니다."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연합뉴스]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연합뉴스]

그는 "보안요원들이 보고 있기 때문에 작업 중에 시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없고 공장 안에 CCTV가 많아 문제 되는 행동이 있으면 불려 간다"며 "외부와의 소통은 일체 단절된다. 숙소 밖으로 종이나 필기구를 가지고 나갈 수도 없다"고 전했다.


"19일간 여행 간다고 생각하고 옷가지와 짐을 챙겼고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쉬는 시간에 읽었어요. 휴식 시간에는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분위기가 됐는데 무림 소설이 가장 사랑받는 장르였죠.(웃음)"


지난해 수능 응시자였던 그는 "수험생이었을 때는 시험지 하나에 이렇게 많은 분의 노고가 담겨있는지 미처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되면서 시험지의 무게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고 싶거나 단체 생활을 경험하고 싶은 분, 육체노동에 자신 있는 분들에게는 좋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연합뉴스]

"채식주의자 읽으며 버텨"…'19일 감금' 수능시험지 포장알바[연합뉴스]

'꿀알바'라고 추천한 A씨와 달리 2016년 같은 아르바이트를 했던 B씨는 "솔직히 말하면 돈이 급한 사람이 아니면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직장인인 B씨는 지난 11일 전화통화에서 "일 자체가 많이 힘들지는 않지만 전자기기 사용이 안 되고 이동에 제약이 있는 점이 안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중반 구직에 실패해 돈을 벌고자 2015년 모의고사 시험지 포장 알바를 한 후 2016년에 수능 시험지 포장 알바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수능 시험지 포장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는 매년 10월 말 수능이 가까워지면 구인·구직 사이트에 게재된다. 올해에도 공고가 올라오자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무조건 한다"부터 "일당이 적은 편"이라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A씨는 "내가 올해 알바생 중 막내였고 최고령은 56세였다"며 "공장 측에서 이전 동일 알바 경력자들한테 우선 연락을 돌리고 남는 자리를 공개모집 하는데 지원 선착순으로 뽑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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