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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나무신문

집 짓고 10년 젊어지는 법, 건축가 김주원의 첫집 ‘노로재’

길가에 놓인 화로라는 뜻을 담은 집 ‘노로재(路爐齋)’는 26년 차 건축가 김주원의 집이다. 오가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곁불을 쬐고 가라는 뜻이다. ‘밖에서 살기 위해서 집을 짓는다’는 그의 건축 철학이 화롯불처럼 영롱하고 뜨겁게 피어난 단독주택이다.


현재 ㈜하우스스타일 대표인 건축가 김주원은 스물일곱에 건축계에 입문해 15년 동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후 단독주택을 전문으로 한 지난 11년 동안 200여 채의 단독주택을 지었다. 노로재는 ‘건축주 김주원의 첫집’이다.

노로재 외관. 노로재는 길가에 놓인 화로라는 뜻을 담고 있다.
노로재의 정면. 법적으로 지하층인 맨 아래층에는 김주원 건축가의 사무실과 주차장이 있다.<p>
노로재의 정면. 법적으로 지하층인 맨 아래층에는 김주원 건축가의 사무실과 주차장이 있다.

‘아래채’ 같은 지하층과 이 집의 심장부 1층 

건축법상 지하이지만 시원한 시야가 확보된 창이 있는 맨 아래층은 사무실과 주차장으로 구성됐다. 대지의 경사면을 이용했기 때문에 구조와 기능은 지상층과 다름이 없다. 


그 위에 올려진 1층과 2층은 주거 공간이다. 1층은 작은 거실과 식당이 있고, 선룸(Sun Room)이라고 부르고 있는 욕실과 다용도실, 현관 역할을 복합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2층에는 두 개의 침실과, 또 다른 침실 역할이 가능한 하나의 홀과 세탁실, 욕실이 있다. 그 위 박공지붕 아래 삼각 천정이 있는 다락은 운동실이다. ‘매우 알맞은 크기’로 난 창을 통해 수직 잣나무가 보인다고 해서 ‘잣짐(gym)’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잣나무가 보이는 홈짐 '잣짐'. 다락층.

잣나무가 보이는 홈짐 '잣짐'. 다락층.

큰 창이 있는 안방.
큰 창이 있는 안방.
지하층 사무실.<p>
지하층 사무실.
지하층 사무실.<p>
지하층 사무실.
지하층 사무실.<p>
지하층 사무실.
지하층 사무실.<p>
지하층 사무실.

맨 아래층은 지하이지만 경사면과 선큰을 통해서 1층처럼 보이는 공간이다. 작은 마당까지 갖춘 김 대표의 사무실이 있다. 새집을 짓기 위해 찾아온 건축주들은 이 사무실에서 상담을 하면서 ‘노로재’의 곁불도 쬐고, 인근에 김 대표가 그동안 지은 일곱 채의 집도 둘러볼 수 있다. 


‘아래채’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아래층과 1층을 연결하는 김 대표의 ‘퇴근로’인 원형 계단 또한 이 집의 백미다. 계단 자체가 하나의 조각품 역할을 하면서 갤러리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1층에서 보이는 잣나무숲.<p>
1층에서 보이는 잣나무숲.
1층에서 보이는 잣나무숲.<p>
1층에서 보이는 잣나무숲.
주방.<p>
주방.
1층 욕실에서의 뷰. <p>
1층 욕실에서의 뷰.

하지만 이 집의 심장부는 1층 공간이다. 생활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면서 ‘건축주 김주원’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실내에 있지만 외부의 자연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운이 가장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장소. 어쩌면 자연이 먼저 점령한 실내에 인간이 비집고 들어가 앉아서 휴식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이 공간의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인테리어 오브제들이 창밖으로 보이는 잣나무의 수직선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3미터짜리 큰 창을 써서 숲이 다 들어오게 하고 여기에 맞춰서 주방 등을 세로선으로 구현했다. 창은 열면 인공 연못으로 떨어지는 물소리와 꽃내음, 새소리 등이 층고 높은 실내를 가득 채운다. 


잔디와 목재 데크가 있는 뒷마당은 의자와 테이블을 놓고 많게는 스무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이다. 잣나무 숲과 바로 붙어 있어서, 그야말로 아는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서 ‘숲속에서 놀 수 있는’ 장소다. 


잣나무 숲 옆으로 살짝 저 멀리 보이는 레미콘 공장은 대추나무와 모과나무를 심어서 해결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이 ‘키 클 나무’들이 자라면서 어떤 풍경을 만들어낼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1층 테라스.
1층 테라스.
1층 외부 테라스. 최대 20명까지 앉을 수 있다.
1층 외부 테라스. 최대 20명까지 앉을 수 있다.

안과 밖이 서로를 향해 확장하는 집

“혼자 있어도 좋고 함께 있어도 좋은 집.” 이것이 건축가이자 건축주인 김주원의 이 집에 대한 평가다. 

“작은 공간들이 분절돼 있거든요. 요즘은 이제 TV를 앞에 놓고 온 가족이 모여서 보지 않고 각자의 채널을 보는 시대가 됐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거실을 넓고 개방감 있게 하는 것보다는 좀 더 독립적인 공간이고, 그리고 조금 더 아늑한 세팅을 하는 것 같아요.”

노로재의 가장 특이한 공간은 ‘선룸’이라고 불리는 1층이다. 욕실과 현관, 다용도실. 어쩌면 모든 집에나 다 있는 이 세 가지를 하나로 합치면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탄생한 것. 특히 폴딩도어를 사용해서 외부와의 경계 짓기에서 자유로워졌다. ‘외부라고 생각하고 디자인했다’는 이곳은 이 집의 두 번째 거실이다. 총 4개의 거실이 있다.

1층 현관 '선룸' 공간.
1층 현관 '선룸' 공간.

욕실 역시 미닫이문을 적용해 선룸과 같은 효과를 추구했다. 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욕조는 관리가 편한 화강석으로 마감하고 천정이나 벽은 목재를 이용했다. 주로 편백나무를 많이 적용했는데, 맨발로 목재를 밟았을 때 느껴지는 부드러운 촉감은, 습기를 머금은 나무가 뿜어내는 향기 못지않은 백미다. 

미닫이문을 연 1층 현관 욕실.
미닫이문을 연 1층 현관 욕실.
미닫이문을 연 1층 현관 욕실.
미닫이문을 연 1층 현관 욕실.

“집밖에서 살기 위해서 집을 짓는다고 하잖아요. 실내 공간이 외부 공간과 연계됐을 때 그 가치가 배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집 밖의 변화를 잘 느낄 수 있게 설계하는 게 이 집을 짓는 첫 번째 포인트였어요. 혼자 있는 시간과 함께 있는 시간 모두가 합해진 게 어떻게 보면 인생이니까. 그렇게 복합적인 인생의 모습 그대로, 삶의 모습들을 부족함 없이 제공해주는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자연과 건축물, 나와 타인, 안과 밖의 모든 요소들이 서로를 향해 확장해야 해야 한다는, 건축가이자 건축주 김주원의 말이다.   /나무신문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다락  평면도>
<단면도>
<단면도>
<단면도>
<도로입면도>
<배면도>
<우측면도>
<정면도>
<좌측면도>

건축개요

대지위치▷경기도 양평   

지역지구▷보전관리지역

대지면적▷368 m2   

건축면적▷73.40 m2   

연면적▷198.53 m2

내장재▷이건마루, 페인트, 벽지, 편백나무루버, 세라믹팩토리, 콜러, 파포니 외

외장재▷벽돌타일, 적삼목, 칼라강판

창호▷이건창호

건축설계▷㈜하우스스타일(김주원, 최범순, 곽보현)   

인테리어설계▷김주원, 김남주   

시공▷케이에스피앤씨

사진작가▷박영채

건축가 소개

김주원 하우스스타일건축사사무소 대표

김주원은 연세대 주거환경학과를 졸업한 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실내건축학을 전공하였고, 연세대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중앙디자인 연구소 생활을 거쳤으며, 1998년 디자인사무소를 열었다. 2002년 MBC TV 프로그램 ‘신동엽의 러브하우스’의 건축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주거 공간 이외에도 주택공사 전남지사의 오피스 및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천호점의 명품관 및 슈퍼마켓을 디자인하였고, 한국실내건축가협회에서 주는 신인상과 협회상을 수상했다. 2012년부터는 24명의 건축가와 함께 올바른 삶의 방식을 지원하는 ‘유쾌한 집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며, 현재 (주)하우스스타일의 총괄 코디네이터로 재직하고 있다. 2014년 11월, 건축가가 제안하는 소형주택 표준설계안 [리빙큐브]를 브랜딩하여, 더 많은 사람이 더 손쉽게 디자인주택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그 삶과 함께하는 따뜻한 주거 공간 만들기에 관심을 쏟고 있으며, 삼성, 한샘, 대림INS 등 기업들과 함께 미래주거에 대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기도 했다.

대표작으로 <기찻길옆 9평집>, <산.들.바람집>, <동고동락>, <토방집> 등이 있고, 《30평대 아파트 확 바꾸는 법(3인공저, 웅진리빙하우스, 2006)》《과학으로 가득한 우리집(원교재사, 2015)》를 펴냈다.


서범석 기자 seo@imw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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