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 10의 변화들, 안드로이드 7.0과 비교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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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10이 9월 13일에 정식으로 배포되었습니다. 9월 16일 발매된 아이폰7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변화를 준비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iOS10의 변화를 가만히 살펴보니 안드로이드 7.0(이하 누가)이 오버랩 되기도 하더군요. 유사한 부분과 다른 길을 선택한 부분이 보였습니다. iOS10만의 변화를 정리하면서 누가와 비교도 간단하게 해보겠습니다.
플랫 디자인과 머티리얼 디자인의 진화?
iOS 10에서 UI 변화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한동안 플랫 디자인(flat design)으로 흘러가다가 다시 카드스타일의 디자인으로 변화를 줬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독성이 아쉬웠던 위젯과 알림 디자인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iOS10 디자인 변화는 초기 iOS의 모습을 닮아있고 오히려 애플스럽게 회귀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카드로 구분되는 메시지들이 공간 효율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시인성이나 구분에서 좋고 라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애플스러운 향수가 묻어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안드로이드 누가는 머티리얼(material design)을 좀 더 강조했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박스로 구분되던 메시지 내용을 선으로만 구분하며 좀 더 단순화시켜 머티리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iOS9 플랫 디자인에서 위젯과 알림창 느낌이 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UI와 느낌에서 안드로이드만의 특징을 분명히 가지게 되었습니다.
플랫과 머티리얼로 불리며 단순함을 추구하고 비슷한 모습을 공유하던 시기를 지나 다시 한 번 각자의 디자인 감성과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참고글 :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플랫 디자인 개론
숨겨진 왼쪽 화면을 잡아라?
iOS 10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많이 보이는 것은 위젯의 활용입니다. 잠금화면과 홈 화면에서 언제든지 왼쪽 화면을 당겨 위젯을 사용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iOS 9에서는 검색과 시리 제안 정도로 활용되던 영역이었고 실제 사용성은 낮았습니다. 그리고 화면을 위에서 끌어내릴 때는 위젯이 아니라 알림이 무조건 먼저 열리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상과 좌의 역할 구분을 더 명확하게 바꾼 것입니다.
iOS 10의 위젯은 디자인에서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켰습니다. 안드로이드의 자유로운 위젯 활용에는 못 미치지만 충분한 단계를 나누어 앱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따라잡은 느낌입니다. iOS를 사용하며 늘어난 앱과 사용방식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 누가의 왼쪽은 어떨까요? 안드로이드 6.0부터 화면의 왼쪽은 구글나우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관심사, 이동 동선 등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구글의 서비스를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에서 구글의 존재감을 넓히고 서비스에 사용자를 종속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쓸만한 서비스로 자리잡아가고 있어 간과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홈 화면에서 접근하기 쉬운 숨겨진 왼쪽 화면. iOS 10과 안드로이드 누가를 비교해보면 개인적으로는 안드로이드 누가가 한 걸음 앞서가는 느낌입니다. 물론 iOS 10에서 위젯 활용성을 대폭 향상시켰고 위젯이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구글나우와 겹치기도 합니다. 그래도 앞으로의 변화를 감안해보면 ‘수동적인 정보 제공이냐? 능동적인 개인 맞춤형 정보 제공이냐?’의 차이는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 숨겨진 왼쪽 화면의 활용도 두 OS의 중요 비교 포인트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서로 다른 방법, 비슷한 내용의 발전
<안드로이드 7.0 누가의 변화점과 기대>의 글에서 안드로이드 누가의 속도향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별도의 컴파일러를 이용하기도 하고 게임에서는 전용 API인 불칸도 적용되어서 속도를 많이 끌어올렸습니다. iOS 10도 UI만 바뀐 것이 아니라 체감 속도가 상당히 향상되었습니다. ‘둘 다 왜 진작 이렇게 하지 않았어!’라고 불만을 이야기할 정도로 첫 체감은 다르게 느껴집니다. 최고 성능의 하드웨어에 맞춰진 iOS 10과 안드로이드 누가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기존 하드웨어 변화폭을 감안하면 새롭게 등장할 기기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전 OS가 하드웨어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어쩔 수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iOS 10과 안드로이드 누가는 최신 OS 중 변화와 함께 내실도 잘 챙긴 버전이라 생각합니다. 새롭게 등장할 하드웨어에서도 충분히 안정적인 성능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보폭이 맞아지는 안정기를 거치면 또 다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돈오점수처럼 안정기를 거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죠. 거기다 둘 다 방법은 다르지만 비슷한 방향을 가지고 안정기에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다음에 보여줄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해보게 됩니다.
비슷한 듯, 다른 방향을 택한 경험(UX)
위와 같이 iOS 10과 안드로이드 누가를 비교해보면 서로 닮아가고 비슷한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남겨진 것이 더 많고 체험하며 확인해봐야 할 것도 많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터치로 메뉴버튼을 고집하며 물리버튼을 줄여온 안드로이드, 홈버튼을 터치로 바꾼 아이폰7의 경험 차이, 데이드림으로 VR을 확장을 준비하는 안드로이드와 3D 터치와 연속성 등 애플 종속성을 강화하는 iOS 변화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싶어집니다.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듯 보이지만 속에 숨겨진 경험의 차이는 분명히 다르게 보입니다. 어느 것이 좋다, 우월하다는 가치판단보다 각각의 OS가 만들어가는 사용자경험(User Experience)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면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