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7.0 누가의 변화점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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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7.0 누가(nougat)가 발표되었습니다. 새로운 넥서스 기기와 함께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조금 뜬금없는 타이밍에 등장했습니다. 처음 발표부터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았던 누가인 만큼 정식 버전이 배포되자마자 설치하고 사용해봤습니다. 경험해보니 앞으로가 더 기대되더군요.
속을 탄탄하게 채운 누가의 변화들
안드로이드 7.0 누가의 변화점을 우선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데이드림 지원
2. 체감 퍼포먼스 향상
3. 화면 분할로 즐기는 멀티태스킹
4. 전력과 데이터 효율 증가
5. 자동 업데이트
이 외에도 세세한 변화가 있지만 다섯 가지 항목이 누가의 큰 변화이자 앞으로 안드로이드 기기의 변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항목들입니다.
데이드림(DayDream)은 구글이 설계하고 있는 VR(Virtual Reality)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참고 글 : 구글 데이드림, VR 2세대가 될 수 있을까?
구글이 카드보드 같은 저렴한 기기로 VR을 경험하게 했다면 누가부터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VR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VR이 제조사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제한적이었다면 데이드림은 통일된 포맷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론, 구글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튜브, 구글 플레이 무비, 3D 스트리트 등을 앞세우고 이 외에도 넷플릭스, MLB, CNN등 다양한 CP(Contents Provider)와도 이미 연계한 움직임을 보입니다. VR을 이용하려면 최소한의 기기적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데이드림 헤드셋 등도 필요해서 4/4분기부터 출시되는 하이엔드 스마트폰부터 데이드림이 적용될 것이고, 내년 상반기쯤이 되어야 실질적인 경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누가를 사용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퍼포먼스의 향상이었습니다. 똑같은 넥서스5X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폰을 구했다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체감이었습니다. JIT(Just It Time) 컴파일러가 추가되어 앱 설치와 실행 속도를 높인 것은 물론 실제로 실행 중 퍼포먼스도 좋아졌습니다. 누가 발표 당시에는 1.5~3배가 좋아진다고 했는데 경험상 평균 2배 정도는 되는 듯합니다. 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앱 실행 과정과 사용 중 버퍼링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게임도 삼성 갤럭시S7 등의 몇몇 기기에서만 지원하던 불칸(Vulkan) API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에서 불칸을 지원한다면 이전 기기에서도 상당한 3D 그래픽 향상 효과를 맛볼 수 있게 됩니다.
멀티태스킹은 이미 제조사에서 커스터마이징으로 많이 지원해왔기 때문에 딱히 특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존에는 순정 안드로이드에 옷을 입혀야 했기 때문에 불안정하거나 자원을 많이 사용해 느린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누가의 멀티태스킹은 때를 기다렸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퍼포먼스나 전력 등의 다른 요인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이제서야 정식으로 내놓은 것이죠. 앞으로 제조사의 멀티태스킹도 조금 변화가 있을 듯합니다.
누가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쓸수록 체감하게 되는 변화가 전력과 데이터 효율 향상입니다. 실제로 충전을 하지 않고 대기만 시켜봤을 때도 기존보다 늘어난 대기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화면 잠금을 걸어두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력이나 데이터 사용을 제한합니다. 앱 업데이트나 불필요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은근히 체감되지만 알게 되었을 때는 상당히 놀라게 되는 반가운 변화입니다.
자동 업데이트는 예비 공간을 따로 두어 용량이 큰 업데이트 파일을 미리 다운 받아두고 설치하는 방법을 채택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업데이트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예비 공간을 위해 파티션을 구분해야 하고 여분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기도 합니다. 매달 업데이트를 실행하는 구글의 경우는 필요한 솔루션이지만 과연 제조사는 이것을 어떻게 적용할지 궁금해집니다. 좋긴 하지만 업데이트 비율에 비해 준비해야 하는 파티션과 공간은 조금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외형적인 UI의 변화나 사용자 경험이 달라질 부분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외형적인 변화보다는 실질적인 퍼포먼스와 배터리 등 속을 탄탄히 채운 내용이 많고 실제로 눈에 보이는 효과를 보여줍니다.
누가로 기대되는 변화는?
현재 구글 레퍼런스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넥서스 5X, 넥서스 6P, 넥서스9, 넥서스6, 픽셀 C에서만 확인이 가능합니다. 9월 7일 발표되는 LG V20을 시작으로 이후 안드로이드 제품은 누가가 적용될 것이고 몇몇 제품에는 업데이트 형태로 지원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누가를 경험해보면서 앞으로 안드로이드 제품에서의 변화를 기대해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JIT와 불칸API가 포함되어 개선된 퍼포먼스, 배터리 효율 등은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기기들의 단점을 많이 개선 시킬 수 있는 변곡점(tipping point)가 될 것 같습니다. QHD 해상도를 이용하는 하이엔드 기기들이 누가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는 OS에 비해 QHD를 활용하는 기기들이 오버스펙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누가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밸런스를 찾아가는 느낌입니다. QHD 모델들이 쏟아졌던 작년에는 오버스펙으로 인한 문제점들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보통 기기 탓을 많이 했지만 초기 마시멜로의 불안정한 모습도 큰 요인이었습니다. 기기 변화가 아니라 마시멜로의 업그레이드로 많은 부분이 개선된 것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 인고의 시간을 버텨낸 제조사에 박수를 보내며 누가에서 너무 과한 커스터마이징보다 개선된 점을 최대한 살려내길 기대해봅니다.
다음은 데이드림을 중심으로 하는 VR 산업의 변화입니다. 모바일 VR에서 구심점 없이 난립하던 제품과 콘텐츠가 구글이라는 대인배를 통해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구글이 플랫폼을 장악하고 더욱 거대한 공룡이 되어가는 것에는 우려가 있지만 VR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단 거쳐야 할 과정인 듯 느껴집니다. 그리고 데이드림과 맞물려 USB-C의 보편화도 기대됩니다. 더 좋은 규격임에도 사용자 경험과 사용자환경에 밀려 도입이 더뎠던 USB-C가 더 많이 적용될 것입니다. 데이드림을 위한 필수요소이기 때문이죠. 데이드림 때문에라도 넣어야 하고 변해야 하는 USB-C이지만 사정을 모르는 사용자로서는 불편을 겪게 될 것입니다. 초기 불편과 욕은 제조사가 먹고 실리는 구글이 챙기는 형세이긴 합니다만 변화를 위한 명분으로는 충분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누가가 보여준 변화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다시 한번 보폭을 맞춰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조금은 엉성하게 비어있던 틈을 채우며 내실을 다지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죠.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어 핏이 살지 않았던 제품이 이제 제대로 멋을 낼 기회이기도 합니다. 누가로 인해 안정화와 한 번의 발전을 기대하게 되는 QHD와 VR, 조금은 이르지만 안정화 이후의 안드로이드 8.0과 또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전할 스마트폰의 변화도 벌써 기대되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