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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과 정부3.0, 이해되지 않는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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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과 정부3.0, 이해되지

삼성 미디어데이에서 삼성 임원들이 질의응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 TECH G

갤럭시노트7 발표 후 출시를 기다리는 사이 '정부3.0 앱 선탑재' 문제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지난 11일 삼성의 미디어데이에서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앱의 선탑재가 아니라 사전 안내의 수준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사전 안내로 변경되었어도 아이콘이 존재하고 설정 시 설치를 안내하는 자동 설치 앱 목록에 추가되어 선탑재와 큰 의미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구석에서 몰라도 될 앱을 한 번 더 알려주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결국 어떤 형태로든 갤럭시노트7에서는 정부3.0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미 제조사나 통신사의 앱이 선탑재 혹은 안내되는 상황에서 정부3.0 앱 하나 추가되는 정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정부3.0은 무엇인가?

갤럭시노트7과 정부3.0, 이해되지

정부3.0은 정부의 각종 서비스를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는 허브 개념을 가진 앱입니다. 복잡하고 산만하게 펼쳐져 있던 각 부처의 홈페이지나 서비스를 통합 관리해줘서 편리한 부분도 있습니다. 앱 자체만 두고 본다면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갤럭시노트7에 선탑재를 시도하게 됩니다.


정부3.0이 처음 시도한 선탑재는 스마트폰 출고시 앱을 미리 설치한 상태로 출시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도 스마트폰 제조사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앱과 통신사 서비스 앱이 주로 선탑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최근에는 선탑재 앱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제조사와 통신사도 스마트폰 출시 시점에서 아이콘을 넣어두고 설치를 안내, 유도하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제조사와 통신사들도 선탑재가 아니라 사전안내로 방향을 돌린 거죠. 정부3.0도 여러 반대 의견들이 등장하자 선탑재를 취소했다가 사전안내로 방향을 틀게 된 것입니다.

정부3.0,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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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안내로 아이콘이 들어가 있는 삼성페이

‘선탑재가 아니고 사전에 간단한 안내일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선탑재와 사전 안내의 차이는 미리 설치해서 용량을 차지하느냐? 정도일 뿐이지만 사전 안내의 경우도 아이콘이 스마트폰에 설치됩니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해당 앱이 기능하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이용자에게는 사실 아이콘이 존재하면 실행된다는 UX(사용자경험)이 있기 때문에 동의로 다운로드 후 실행이라는 과정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스마트폰 기본 화면에 아이콘이 존재하냐? 가 중요한 부분이고 사람들의 사용성과 경험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정부3.0은 갤럭시노트7부터 홈 화면에 아이콘을 넣을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에 정부3.0 앱이 자리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조사의 커스터마이징된 기능을 위한 앱도 아니고 통신사의 서비스와 혜택을 알리기 위한 목적도 없습니다. 제조사와 통신사는 스마트폰과 직접 관련된 정보와 혜택을 제공한다는 명분이라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3.0은 정부의 좋은 서비스를 경험하게 해준다는 정부 입장에서의 명분과 실리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할만한 명분이나 실리가 없습니다.

  

정부3.0이 갤럭시노트7에 들어갈 명분이 없다는 것에서부터 더 많은 문제가 파생됩니다. 제조사와 통신사의 선탑재와 사전안내 앱은 줄여가는 상황에서 뜬금없는 정부 앱의 등장은 역차별과 공정성의 파괴를 의미합니다. 다른 앱은 제한되는 상황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보여주는 경우가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차별성 앱 탑재는 이후 앱의 선탑재와 사전안내 기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정부와 관련된 앱은 사전안내가 가능하다? 특정 기업의 앱은 사전안내가 가능하다? 선탑재와 사전안내 앱에 대한 기준을 굉장히 모호하게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한 것입니다.


정부3.0의 선탑재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지인들과 농담처럼 "좀 있으면 우리동네 주민센터 앱도 스마트폰 어느 폴더에 있겠는데?"라던 대화가 떠오릅니다. 공정성과 기준을 무너트린 선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뒤로 이어질 다양한 확장은 강력한 명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주민센터 앱을 깔면서 "주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고 정부3.0도 있잖아?" 해버리면 되는 것이죠. 물론 조금 비약된 예시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앱이 등장해도 충분히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뜬금없지만 강력한 선례이기 때문입니다. 공공성을 지닌 앱도 사용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경우인데, 다른 기업을 위한 명분으로 작용하게 된다면 어렵게 규제하기 시작한 선탑재와 사전안내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갤럭시노트7' 정부 앱 2종 탑재 논란" 기사를 보면 정부3.0만 표면적인 이슈가 되었으나 실제로는 국가안전처의 '안전신문고' 앱도 은근슬쩍 사전안내의 형태로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요?

  

개인적으로 정부3.0의 사전안내 결정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사용자 경험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지워버리는 귀찮음 정도겠지만 점점 익숙해져 간다는 점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자극과 경험이 누적되면 익숙해져 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하나가 둘이 되고 점점 지워야 할 앱은 다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것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면서 누군가의 의도대로 조금씩 경험이 쌓여가게 될 것입니다.

 

정부3.0은 납득할 이유나 명분 없이 무소불위의 선례를 만들었고 사용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3.0 불편한 이유와 앞으로는?

갤럭시노트7과 정부3.0, 이해되지

갤럭시노트7에 정부3.0이 탑재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줄곧 머릿속에 맴도는 불편한 이유가 몇 개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안이 없다는 점입니다. 펜을 이용하는 기능을 활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갤럭시노트 이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정부3.0의 사전안내가 싫어도 피해갈 방법이 없습니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되어 버린 것입니다. 정부3.0을 지우는 불편과 다른 편리와의 저울질에서 갤럭시노트를 포기할 수 있을 정도의 불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놓고 비판하기도 어색하고 거슬리는 불편함을 남기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정부3.0의 확장범위입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갤럭시노트7뿐이지만 삼성의 다른 제품에도 정부3.0이 은연중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안과 기능 강화를 위한 OS 업데이트를 이용해 은근슬쩍 정부3.0이 확장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때는 오히려 갤럭시노트7에 포함된 정부3.0이 형평성과 사용자경험의 일관성을 위한 명분으로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역시나 업데이트와 정부3.0의 선택이라는 점에서 쉽사리 업데이트를 포기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닙니다.


세 번째는 삼성과 정부의 관계입니다. 비용이건 다른 혜택이건 서로 간의 윈윈코드가 숨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확장되고 발전할지?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또한 삼성과 정부의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태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연 국내에 출시되는 갤럭시노트7 이외 다른 나라에서도 정부3.0 앱이 탑재될까요?

 

정부3.0의 갤럭시노트7 사전안내 탑재. 쉽게 생각하면 소비자들이 앱을 지우는 자잘한 불편을 하나 늘리는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3.0이 내세우는 명분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수롭지 않은 일로 만들려는 의도 속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외통수가 숨어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소비자들에 대한 차별도 대수롭지 않게 천천히 길들이려는 의도도 느껴집니다.


정부3.0은 일단 사전안내로 갤럭시노트7 탑재가 결정되었습니다. 선탑재에서 사전안내로 양보한 듯 보이지만, 눈치를 본 정도일 뿐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예상되는 확장에 대해서는 더욱 신경 써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편한 것, 불합리한 것들이 은근슬쩍 우리의 당연한 권리를 잠식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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