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봐야 한다, 한국형 누아르 '낙원의 밤'
[리뷰]
[경민경 기자]
'낙원의 밤' 스틸 |
한국 누아르의 대가 박훈정 감독의 새 영화 '낙원의 밤'이 오는 9일 넷플릭스로 공개된다.
'낙원의 밤'은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유수의 해외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일찍이 주목을 받았다. '낙원' 제주도에 드리운 비극적인 이야기, 아름다운 제주도에 담긴 어둑하고 쓸쓸한 누아르 '낙원의 밤'은 과연 어떨까.
범죄 조직의 에이스 '태구'(엄태구), 사고로 사랑하는 누나와 조카를 잃는다. 적대 조직에 복수를 감행하고 해외로 도피하기 위해 제주도에 은신한다. 그곳에서 삶에 대한 미련도, 의지도, 두려움도 없는 시한부 인생 '재연'(전여빈)을 만난다.
태구와 재연, 둘의 처지는 비슷했다. 사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고립된 섬 '제주도'와 같이 이들 삶은 끝으로 몰아붙여진 상황, 물러설 곳이 없다. 관심도, 감정도 없지만 비슷한 처지인 상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는지, 점점 서로에게 스며들게 된다.
'낙원의 밤'의 두 주인공 태구와 재연의 관계는 '로맨스'보다는 이를 넘어선 '우정'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처지인 서로에게 연민을 느끼고, 의지할 곳 없던 그들이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엄태구, 피튀기는 치열한 삶을 살아온 태구 역에 제격이다. 소중한 가족을 잃어 삶에 대한 의지마저 잃은 태구의 모습은 엄태구의 감정 없는 눈빛과 목소리를 통해 잘 표현됐다.
그렇다고 주인공 태구가 마냥 무겁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농담 섞인 대사와 상황을 통해 관객에게 웃음과 친밀감을 제공했다. 또한 재연에게 느낀 연민의 감정을 통해 태구의 인간적인 면모도 확인시켜주었다.
삶에 대한 미련도, 두려움도 없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재연.
등장 초반엔 단조로운 목소리 톤으로 자칫 실망감을 안겨주는 듯했으나, 이는 미련과 두려움 없는 재연을 표현하기 위한 단편적인 장면이었을 뿐. '낙원의 밤'에 대한 몰입은 전여빈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장면은 전여빈의 첫 총격 신이다. 총과 액션이 신을 주도할 것 같지만, 총은 부수적인 도구일 뿐 관객을 몰입시킨 건 총이 아니라 전여빈의 눈빛 연기였다.
영화 '마녀'를 통해 주체적이고 압도적인 강력한 여성 캐릭터를 배출해 낸 박훈정 감독의 연출력이 재연에게서 돋보였다. 의존적이고 지켜야 하는 존재로만 여겨왔던 여성 캐릭터가 아닌 국내 누아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강렬한 여성 캐릭터가 '낙원의 밤'에서 탄생했다. 총격 연기에서 쾌감을 느꼈다는 전여빈, 관객은 카리스마 넘치는 전여빈의 총격 신 통해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 이사 역의 차승원. 분노를 꾹 참으며 내뱉는 차승원의 대사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와 더불어 연기 내공 충만한 양 사장 역의 박호산, 쿠도 역의 이기영, 이문식 등의 연기는 전형적인 누아르 느낌을 충만하게 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배경, 제주도를 빼놓을 수 없다.
도로가 줄 지어진 울창한 숲, 깨끗한 바다, 바람에 서로 얽히는 갈대, 낙원처럼 느껴지는 제주도. 아름답지만 결코 아름답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은 비극적인 주인공의 상황과 대조되며 이들을 더욱 처절하게 조명한다.
해가 뜬 직후나 해가 지기 시작하는 '매직 아워'와 흐린 날에만 촬영한 보람이 있다. 어둑한 분위기는 두 인물이 겪고 있는 상황처럼 고요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 그 속에서 고요함과 쓸쓸함을 연기하는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그리고 이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 이들이 만들어낸 한국형 누아르 '낙원의 밤' 오는 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문화뉴스 경민경 기자]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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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끝까지 봐야 한다, 한국형 누아르 '낙원의 밤'
'낙원'에 드리운 비극적인 이야기 '낙원의 밤'
'낙원의 밤' 4월 9일 넷플릭스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