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 결산] 여전한 '뉴트로' 열풍에 '긱시크', '밀리터리룩'... 상반기 패션 트렌드는?
'긱시크', 90년대 '미니멀리즘' 돌아왔다
'백꾸'로 빅백, 키링 등 유행
편안함' 추구하는 패션... '버뮤다팬츠', 성별 가리지 않고 인기
식지 않는 Y2K 열기, '밀리터리룩' 재유행 오나
2024년도 어느덧 절반이 지났다. 올해 패션계는 어땠는지 살펴본다.
2024년 상반기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는 도메스틱 브랜드가 있었다.
국내 패션이 긍정적인 흐름의 '격변기'를 맞았다. 팬데믹 상황으로 오프라인 쇼핑이 어려워짐에 따라 의류의 이커머스 시장이 이전보다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온라인 유통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도메스틱 브랜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도메스틱 브랜드는 국내 패션 시장에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몰았다. 국내 패션 브랜드가 대거 등장하기 전, SPA 브랜드는 '백화점보다 저렴한 옷'이라는 타이틀 아래 적극적으로 소비됐다.
이후 등장한 국내 브랜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와 차별화된 디자인을 추구했다. 보다 '개성 있는' 의류를 원했던 젊은 세대는 온라인 중심으로 디자이너 브랜드를 소비하기 시작했고,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맞으면서 도메스틱 브랜드는 젊은 세대의 필수적인 소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성장한 브랜드는 2024년에도 상반기에도 국내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서 흐름을 주도했다.
1. 긱시크
미우미우 24SS 컬렉션 / 사진 = 미우미우 |
식을 줄 모르는 뉴트로 열풍에 '긱시크'가 2024년 재등장했다. 90년대 미니멀룩이 재유행하면서 긱시크는 올해 상반기 패션 트렌드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긱시크는 '괴짜'라는 뜻의 영어 단어 Geek과 '세련된'이라는 뜻의 'chic'가 결합된 패션 용어다. 특이하고 어딘가 괴짜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동시에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는 패션을 지칭한다. '괴짜'라는 단어에서 몇 년 전 유행한 너드룩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둘의 차이점이 있다면 긱시크는 'chic'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우아하고 스마트한 매력이 가미된 것이다.
긱시크룩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드러나는 실루엣'이다. 벙벙하고 편한 느낌의 루즈핏이나 오버핏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몸선을 드러낸다. 스키니한 니트, 미니스커트, 팬츠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90년대 미니멀룩의 영향을 받은 만큼 의류의 소재나 패션은 화려하지 않고 깔끔한 것이 좋다.
안경 또한 긱시크룩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패션템 중 하나다. '로라이즈', '발레 슈즈' 등의 유행을 주도한 럭셔리 브랜드 미우미우(Miu Miu)의 24SS 런웨이에 안경이 등장한 만큼, 2024년 상반기 국내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는 안경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긱시크 유행의 흐름 속에서 안경은 패션 아이템 가치를 증명했다.
젠틀몬스터 24SS 옵티컬 컬렉션 / 사진 = 젠틀몬스터 |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가상의 고등학교를 테마로 한 24SS 옵티컬 컬렉션을 선보이며 '뉴트로' 안경 디자인을 공개했다. 몇 년 전 유행했던 뿔테, 무테 안경 등이 컬렉션의 주를 이뤘다. 빠르게 품절되거나 리셀 사이트에서 프리미엄 가격으로 거래되는 등 젠틀몬스터가 긱시크의 흐름을 또 한 번 주도했다.
2. 백꾸
르세라핌 윤진(왼)과 스탠드 오일 '츄비백' / 사진 = 르세라핌 윤진 인스타그램, 스탠드오일 |
백꾸는 '백(Bag) 꾸미기'의 준말이다. 말 그대로 키링, 스카프, 백참, 뱃지 등을 활용해 가방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심지어는 스티커를 붙이기까지 한다. 럭셔리 브랜드의 24SS 런웨이에 화려하게 꾸민 가방이 대거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유행이 시작되었다. 미니백이 주도했던 몇 년 전 트렌드와는 달리 올해는 '백꾸'의 영향으로 빅사이즈 가방의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기도 했다.
르세라핌 윤진은 리본, 키링, 집게핀 등을 활용하여 국내 브랜드 스탠드 오일(Stand Oil)의 '츄비 백'을 꾸몄다. 도메스틱 브랜드 핍펫(Pippet)과 아틀리에파크(Atelier Park)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가방과 꾸밈 재료를 한데 묶은 '백꾸 세트'를 발매했다.
'분키 카드 참'(왼)과 '토끼 인형 키링'(오)/ 사진 = 분크, 질스튜어트액세서리 |
분크는 강아지의 복실복실한 털이 돋보이는 '분키 카드 참', 참과 장바구니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디어 러브 포켓 참'을 비롯하여 '펄 리본 참', '오캄 룬 스타 파우치'와 같은 백꾸용 백참을 공개했다.
국내에서 운영하는 질스튜어트액세서리 또한 '쁘띠베어 키링', '토끼 인형 키링'을 발매하며 '백꾸' 트렌드를 이끄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3. 버뮤다팬츠
Deep One Tuck Sweat Shorts [Grey](왼)과 바이오워싱 카펜터 버뮤다 데님 팬츠’(오) / 사진 = 제로, 디미트리블랙 |
버뮤다팬츠는 6월 3주차 무신사 인기 순위 Top 5 중 1위와 3위, 총 두 자리를 차지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대형 할인 기획 '무진장'을 맞아 무신사가 발표한 '무진장 많이 팔린 팬츠 TOP 10'에서도 총 7개의 버뮤다팬츠가 랭크 인 되며 유행템으로서의 입지를 증명했다. 에이블리 데이터 분석에서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검색량이 11배 이상 증가하는 등 플랫폼에 관계없이 '트렌드 아이템'으로 꾸준히 소비되는 중이다.
6월 4주차 무신사 주간 랭킹 1위를 차지한 도메스틱 브랜드 제로의 'Deep One Tuck Sweat Shorts [Grey]'는 시원한 면 혼방 소재로 20대 초반 남성에게 큰 인기를 보였다. 같은 랭킹 3위를 차지한 도메스틱 브랜드 디미트리블랙의 '바이오워싱 카펜터 버뮤다 데님 팬츠'는 워싱 디테일이 돋보이는 데님 소재로, 앞선 제품과 마찬가지로 20대 초반 남성의 구매율이 높았다.
두 제품 모두 무신사 구매가가 1-2만 원대에 있는 것처럼 여타 도메스틱 브랜드 또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의 버뮤다팬츠를 출시하여 국내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4. 밀리터리룩
‘사이드 빅 카고 팬츠 – 카모’(왼)와 ‘카모 폴리 나일론 버뮤다 하프 팬츠’ / 사진 = 어반드레스, 무센트 |
섬유패션산업동향을 분석하고 발표하는 패션넷의 자료에 따르면, 24SS 컬렉션에 공개된 밀리터리 스타일의 제품은 전년도 대비 우먼즈에서 75.1%, 맨즈에서 172.04%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을 증명하고 있는 Y2K 트렌드가 여전히 국내 및 해외 패션에서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밀리터리 룩 또한 회자됐다. 두아 리파, 벨라 하디드, 국내에서는 뉴진스가 착용하는 등 셀럽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행 아이템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무진장 많이 팔린 팬츠 4위에 랭크 된 도매스틱 브랜드 어반드레스의 '사이드 빅 카고 팬츠 – 카모'는 20대 초반의 여성에게 가장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블프 시즌 밀리터리 팬츠 판매 랭킹 2위를 차지한 무센트의 '카모 폴리 나일론 버뮤다 하프 팬츠'는 밀리터리룩과 버뮤다 팬츠의 유행을 동시에 보여줬다. 해당 제품 또한 20대 여성에게 가장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으며, 밀리털리룩은 예상과 달리 젊은 세대의 '여성'을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되는 중이다.
징병제 국가의 '군복 패턴'이라는 점에서 국내 남성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끌 수 없을 거라는 비관적인 의견도 나오지만, 일상복 치고 화려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커머스 채널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밀리터리 패션의 성장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을 것 같다.
송채은 기자 press@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