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시인들이 찾아가는 아름다운 여정, 『시인의 집』
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연히 시인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이 단아한 표지로부터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펼쳐지는지 아마 짐작 못하실 거예요. 책을 만드는 내내, 살아 있음에 대해 깊이 감사했습니다. 그러니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겠네요.
이 책에는 열세 명의 시인들의 이름이 담겨 있습니다. 게오르크 트라클, 파울 첼란, 잉에보르크 바하만,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쿤체, 라이너 마리아 릴케, 하인리히 하이네, 베르톨트 브레히트, 볼프 비어만, 고트프리트 벤, 프리드리히 횔덜린, 프리드리히 쉴러, 요한 볼프강 괴테.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산다는 것이 문득 아련해지는 이름들이지요. 큰 물음의 무게를 혼자 감당하기 힘들 때마다 시인들의 흔적을 찾아 떠났다는 독문학자 전영애 선생님. 이제는 제게도 삶에 있어 큰 스승이 되신 분이지요. 늘 시니컬해지기 일쑤인 저에게, 선생님께서는 험한 세상을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주셨습니다. 책을 만들면서 이토록 큰 가르침을 얻다니, 이처럼 행복한 일이 없습니다.
카프카가 나고 자란 프라하, 첼란과 릴케의 파리, 바하만이 생의 마지막을 보냈던 로마, 괴테의 바이마르와 라이너 쿤체의 도나우 강가. 무수히 많은 도시들이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읽는 내내 어찌나 가고 싶어지던지요. 단지 휴식하기 위해서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여행은 물론 아닐 것입니다. 세계를 온몸으로 아파했던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일은 결국 한 편의 시를 써보는 일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습니다. 문득 시를 써보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일상, 그 속에 매일매일 시들어가는 우리들의 마음도 어쩌면 쉴 곳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멀지만 마음에서는 가장 가까운 그곳. 오늘밤 차 한 잔 내려놓고, 시 한 편 소리내어 읽으면서 그들의 집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마음속으로나마 그곳으로 날아가, 똑똑 노크라도 해보면 어떨까요. 이 책이 여러분의 마음이 쉴 조그마한 집이 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또 없겠습니다.
편집자 이경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