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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6000원 점심대신 '꿀맛' 낮잠을 샀다"

회사에서 '30분' 꿀잠을 잤다

[잠 못 드는 사회-①]"낮잠 필요하죠, 근데 어떻게 자죠?"

"1시간에 6000원 점심대신 '꿀맛

지난 16일 낮잠을 청하는 기자의 모습./사진=김소영 기자

"팀장, 저 잠 좀 자고 오겠습니다."


지난 12일, '낮잠'을 공식 선언했다. 직장인들이 졸음을 가장 심하게 느낀다는 오후 2시쯤이었다. 취재 명목이었지만 근무시간에 혼자 낮잠 자러 가는 상황이 되자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멋쩍게 웃어 보이고 아래층 휴게실로 향했다. 모두 업무에 한창인 시간, 사무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휴게실에 들어가는 것 역시 민망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식곤증이 몰려올 법도 한데, 휴게실엔 아무도 없었다. 한 선배가 "휴게실이 있어도 점심시간 아니면 이용하기 좀 그렇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텅 빈 휴게실을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건 선배뿐만이 아닌 듯했다.


휴게실 소파 한쪽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낮잠을 자려고 점심 식사 후 꼭 챙겨 먹던 커피도 건너뛰었다. 낮잠에 주어진 시간은 30분. 빨리 자야겠다고 마음먹었더니 오히려 잠이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체감상 10분 정도, 그냥 눈만 감고 있었다. 그러다 금세 단잠에 빠졌다.


'꿀잠'을 자고 다시 사무실 책상에 앉았다. "잘 잤냐"는 팀장의 물음에 조금 몽롱했지만 "그렇다"고 답했다. 5분쯤 지나니 정신이 말끔하게 돌아왔다. 잠을 깨고 나니 집중력이 훨씬 높아져 일에 속도가 붙었다.


낮잠은 이후에도 4일간 이어졌다. 피로감이 심한 날은 30분을 꽉 채워 잤고, 15분간의 짧은 낮잠을 청한 날도 있었다. 커피를 마신 직후 낮잠을 자는 '커피냅'(Coffee nap)도 시도했다. 커피냅은 카페인이 몸에서 흡수될 때까지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는 점을 이용한 수면법이다.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시고 낮잠을 자면, 잠에서 깰 때쯤 카페인이 몸속에서 효과를 내 피로도를 낮춰준다는 것이다. 결과는 실패. 가슴이 두근거려 아무리 노력해도 잠이 들지 않았다.


잠깐의 낮잠은 일의 효율성을 높여줬다. 무작정 졸음을 참았던 평소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졸음에 못 이겨 허비하던 시간이 크게 줄었다. 오후 시간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었던 커피도 생각나지 않았다. 30분간의 낮잠이 꼭 '보약' 같았다.


24시간이 모자란 직장인 "부족한 잠은 화장실 쪽잠으로 해결"


바쁜 일상에 쫓기는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늘 잠이 부족하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선 직장인 10명 중 8명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OECD 평균 수면 시간(8시간)보다 2시간이나 모자란다.


수면시간이 부족한 탓에 근무 중 졸음을 느끼는 직장인도 많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20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 낮잠'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97.3%가 근무 시간에 졸음을 느낀 적 있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직장인은 2.2%에 불과했다.


졸음을 쫓는 방법에 대한 질문(복수응답)에는 '커피 등 각성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음료를 마신다'는 답변이 응답률 60.3%로 가장 높았다, '잠깐 휴식시간을 갖는다'(30.9%)가, '정신력으로 버틴다'(19.0%)', '몰래 쪽잠을 잔다'(15.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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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29)는 상사의 눈을 피해 쪽잠을 잔다. 김씨는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자는 분들도 있지만 신입이라 낮잠은 꿈도 못 꾼다"면서 "보통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최대한 버티다가 너무 힘들면 화장실 가서 5~10분 정도 잠깐 졸다 온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모자란 잠을 보충하기 위해 밥 대신 잠을 선택하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씨(30)는 "주 2회 정도 점심시간에 밥을 포기하고 낮잠을 잔다"며 "배가 고파도 수면욕이 앞서 잠을 잔 뒤 김밥,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낮잠'에 대한 직장인의 욕구는 높다. 직장인 약 90%는 '시에스타'(Siesta·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시행되는 낮잠 풍습) 도입에도 찬성한다. 적당한 낮잠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집중력과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회사 내 잠을 청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직장인들에게 낮잠은 '그림의 떡'.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9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가장 바라는 공간 1위는 '수면실'(49.6%)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박재정씨(34)는 "점심 먹고 졸릴 때마다 '10분만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며 "낮잠은 커녕 휴식을 취할 만한 장소도 없는 상황이라 수면실을 바라는 게 욕심인 것 같기도 하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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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럼에도 자야 한다"…낮잠, 회사에서 어떻게 자야 할까


낮잠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15~30분의 낮잠이 피로도를 낮춰 업무의 능률을 높여준다고 강조한다. 미국 수면학회와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20~30분 낮잠을 잘 경우 실제로 집중력과 업무 수행 능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분의 낮잠을 잔 경우 업무 수행 능력은 34%, 집중력은 54% 증가했다.


낮잠의 필요성만큼이나 '잘' 자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 장소가 없는 직장인은 주로 엎드려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습관은 척추 뼈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를 압박하는 원인이 돼 통증을 유발하는 등 척추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무실에서 낮잠을 잘 때는 쿠션 및 목베개 등을 활용해야 한다. 목베개를 착용하고 의자에 똑바로 기대 목을 지탱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엎드려 잘 때에는 베개 등을 활용해 허리가 굽는 폭을 최대한 넓혀주는 것이 좋다.


박가영 기자

12시 점심시간…"낮잠 사러 갑니다"

[잠 못 드는 사회-②]돈 내고 수면공간 빌리는 '수면 카페' 인기 직접 찾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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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수면카페 내부의 모습.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공간은 좌석 별로 칸막이가 있어 프라이버시가 보장됐다. /사진= 유승목 기자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1874~1965)은 "내 활력의 근원은 낮잠" 이라고 말했다. 처칠은 독일군이 공습을퍼붓는 와중에도 점심식사를 마치면 군복을 벗고 낮잠을 청한 것으로 유명하다.


목숨이 촌각을 다투는 전쟁통에서도 '충분한 수면'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매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며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에게 처칠의 낮잠은 한가한 소리로만 들린다. 잠을 잘 수 있는 시간도, 공간도 부족하기 때문. 이에 일부 직장인들은 아예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수면카페를 찾아 돈을 내고 잠을 사기도 한다.


바쁜 직장인 "잠이 모자라"


한국인의 수면부족은 이미 유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41분에 불과하다. OECD 평균(8시간22분)보다 41분이나 덜 자는 것으로 1년으로 따지면 1만4965분이나 된다.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무려 10일 넘게 깨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직장인 수면시간은 더 짧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 4월 직장인 773명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에 불과했다. 바쁜 업무는 물론 잦은 야근과 회식에 잠을 자지 못하는 것. 실제 지난 7월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209시간(평균 1795시간)에 달했다. 가장 근로시간이 짧은 것으로 조사된 독일(1356시간)에 비해 1000시간 가까이 일한 것이다.


바쁜 일상으로 생긴 만성 수면부족은 고통을 낳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부족은 비만과 당뇨, 심장질환, 우울증 등의 각종 질병과 연관 깊다. 심할 경우 치매까지 부를 수 있다. 효율적인 업무에도 지장을 준다. 직장인 김모씨(33)는 "잠이 부족해 두통이 심해져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며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하려고 야근하면 또 수면시간이 부족해 악순환의 반복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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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투데이

이러한 수면부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며 최근 수면산업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수면과 경제를 합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다. 개인의 신체·습관에 맞춰 최적화된 수면을 돕는 각종 용품이나 수면 유도 서비스 등이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면산업 시장 규모는 2조원으로 추정된다. 선진국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이지만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수면부족사회, 돈으로 잠을 산다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일정 비용을 받고 수면 공간을 대여해주는 서비스인 '수면 카페'다. '빠르게 힐링한다'는 뜻으로 '패스트힐링'(Fast healing) 으로도 불린다. 짧은 낮잠으로 수면을 보충할 수 있어 많은 직장인들에게 인기다. 회계사 김모씨(28)는 "점심을 포기하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수면카페를 이용한 적이 있다"며 "쌓여 있는 피로를 풀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직장인이 낮잠을 사러 간다는 수면카페는 어떤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를 찾았다. 수능 시험으로 온 나라가 조용했지만 증권사를 비롯, 많은 기업이 밀집한 여의도의 지하철과 거리는 직장인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직장인의 표정에는 졸음이 가득했다.


수면카페는 증권가 한복판에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서 본 첫 모습은 여느 카페들처럼 밝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벽에 걸린 메뉴판은 일반 카페와 달리 '잠'을 팔았다. 안마의자 30분과 음료 1잔이 7500원이었고 편한 자세로 잠을 잘 수 있는 리클라이너가 1시간에 6000원이었다. 직장인 평균 점심값 7000~8000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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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찾은 수면카페에서 안마의자를 체험했다. /사진= 유승목 기자

30분 안마의자를 선택해 실내화로 갈아신은 뒤 안내를 받아 안마의자가 비치된 방으로 들어갔다.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의 커다란 방에는 수십 개의 안마의자가 놓여 있었다. 안마의자마다 커튼이 달려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도록 개인적인 공간이 보장됐다. 리클라이너룸 역시 마찬가지로 프라이버시가 보호됐고 기기마다 TV가 달려 있는 등 꼭 잠이 아니더라도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오전 11시30분 서비스를 받는 중 계속해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달려온 손님들이었다. 정오가 되자 리클라이너룸은 복도쪽을 제외하고 만석을 이뤘다. 카페를 찾은 여성 동료 직장인 세 명은 함께 카페를 방문해 자연스럽게 각자 원하는 곳으로 흩어져 휴식을 취했다. 카페 관계자는 "총 60석 정도인데 월요일을 빼면 평일 낮에는 직장인들로 거의 꽉 차서 기다리는 손님도 있다"며 "아예 정액권을 끊고 자연스럽게 점심시간마다 찾는 직장인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어 "점심시간이 지나면 인근 자영업자들이 들러 낮잠을 청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딱 20분이면 보약 한 첩


수면카페는 여의도뿐 아니라 강남, 광화문 등 서울 내 직장인 밀집 지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신한트렌드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카페 등 패스트힐링업의 2016년 카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135%나 성장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수면카페를 연 '미스터힐링'은 3년 만에 가맹점 수가 100개를 돌파했다. 여의도 CGV는 지난해 중단한 '시에스타'(Siesta·낮잠) 서비스를 직장인들의 성화에 다시 재개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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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미지투데이

직장인들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낮잠'을 즐길 수 있어 수면카페를 찾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찾은 수면카페처럼 대부분의 시설이 조명을 낮출 뿐 아니라 칸막이나 커튼 등 마음 편히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았기 때문. 서울 강남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모씨(28)는 "회사에 휴게실이 있긴 하지만 마음 놓고 잠을 자기에 눈치가 보여 조금 걷더라도 수면카페를 찾는다"고 말했다.


잠깐의 낮잠이 지친 몸의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점도 직장인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잠을 사는 이유다. 이날 카페를 찾아 안마의자에 몸을 맡긴 직장인 최모씨(30)는 "잠깐이지만 걱정 없이 푹 자고 일어나면 몸이 정말 개운하다"고 말했다. 실제 잠깐의 낮잠은 큰 도움이 된다. 199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6분의 낮잠으로 업무수행 능력과 집중력이 각각 34%, 54%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낮잠이 항상 올바른 답은 아니다. 개인마다 특성이 다르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30분 이상의 낮잠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지나치게 오래 자거나 깊게 잠들면 회복시간이 더뎌 오히려 업무에 복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전홍준 건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낮잠을 자더라도 가장 졸린 시간과 근무 리듬, 사회적 환경 등을 고려해 규칙적인 시간에 20분 내외로 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승목 기자

"잠이 안 온다고? 한가해서 그래"

[잠 못 드는 사회-③] 수면장애 환자들, '편견'과 싸우느라 이중고(苦)…불면증도 명백한 병(病), 조기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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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주부 김경숙씨(51·가명)는 잠을 제대로 못 잔 지 만 1년이 됐다. 몸은 피곤해도 자려고 누우면 말똥말똥. 겨우 잠에 들어도 중간에 한 번씩 깨곤 했다. 커피 마셔도 푹 자던 시절이 있었건만, '숙면'이 어느새 소원이 됐다. 김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남편의 한 마디. 잠 못 드는 그에게 "몸이 편해서 그래, 한가하니까 잠이 안 오지, 나가서 일해봐라, 난 피곤해 죽겠는데" 등 말을 내뱉었다. 김씨는 "어차피 내 몫인 것도 알고 기대도 안했지만 정말 상처가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수면장애 환자들이 이들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두 번 울고 있다. 잠 못 자서 죽을만큼 괴로운데 이를 공감하긴 커녕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이들의 시선 때문. 이 때문에 혼자서 괴로움을 감내하다 '우울증'으로 악화되는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수면장애도 명백한 질병이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며,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불면증 진단 환자수는 2012년 40만4657명에서 2016년 54만2939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4년새 34.2%가 늘어날 만큼 현대인들 고질병이 됐다. 남성은 70대가 4만4859명으로 가장 많고, 여성은 50대가 7만7629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불면증만 수면장애인 것도 아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수면장애는 크게 4가지다. 가장 흔한 경우가 '만성 수면 부족'이다. 늦게까지 깨 있으면서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경우다. 그 다음으론 '수면의 질이 낮아진 경우'인데, 깊은 잠에 못 들고 자주 깨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리고 '불면증'이 있고, 마지막으로 밤에 잠들기 어려운 대신 늦게 일어나는 '일주기리듬 수면장애' 등이 있다.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이들의 밤은 괴롭다. 환자들은 '잠이 보약'이란 옛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며 고통을 호소한다.


직장인 박모씨(39)는 벌써 3년째 불면증을 앓고 있다. 새벽 4~5시 전까지 잠을 못 잤다. 운동을 하고, 허브티를 마시고, 반신욕을 하는 등 갖가지 노력을 다 했지만 눕기면 하면 각성이 됐다. '잠을 자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더 잠을 못 잤다. 박씨는 결국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게 됐다. 스트레스 등이 원인인 것 같다는 이야길 듣고 수면제를 처방 받았다. 하지만 지금도 수면제 반알 이상은 먹어야 잠을 이룰 때가 많다. 박씨는 "잠을 잘 못 자는 사람만 그 고통을 안다"며 "하루 맘 편히 푹 자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사회 편견'이다.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수면장애를 대수롭지 않은 걸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기 때문.


수면장애를 겪고 있는 주부 임모씨(45)는 새벽 2~3시마다 한 번씩 꼭 깬다. 소변을 보러 일어날 때도 있고, 이유 없이 깰 때도 많다. 한 번 깨면 잠을 잘 못 이루다가 날이 밝아 지칠 때가 되서야 겨우 선잠을 잤다. 아침에 못 일어나는 그에게 남편은 "아직까지 자고 있느냐"며 핀잔을 줬다. 괴로움을 호소하면 "잠을 잘 잘 때도 있고 못 잘 때도 있지 뭐가 그렇게 심각하냐"고 했다. 임씨는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운 적도 많다"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윤모씨(28)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면증이 생겼다. 하지만 이를 아버지에게 털어놨더니 "하루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봐라, 잠이 안 오겠느냐"는 말만 들었다. 윤씨는 "몸이 엄청 피곤해도 잠이 안 오는 건데, 나태함이 원인인 것처럼 말해 정말 속상했다"며 "잠 못 자는 것보다 이런 말들이 더 상처가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인식 탓에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이들도 있다. 수면장애를 '잠 잘 못 자는 것' 정도로 여기다,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해지는 것. 직장인 오윤영씨(35)는 "2년 전쯤 불면증이 시작됐다. 처음엔 그냥 좀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 자는 것이려니 했는데, 나중엔 잠자는 시간이 완전히 불규칙해져 낮에 정상적인 일과가 불가능 할 정도가 됐다"며 "뒤늦게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면증이 단순히 잠 못 자는 생활병 정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울증 등 다른 질환으로 이어지거나 악화되기 쉽다는 것. 이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홍범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저서 '불면증, 당신도 치료될 수 있다'에서 "불면증이 꼭 스트레스에서 시작되는 건 아니고, 수면질환이나 생리적, 유전적, 환경적 원인일 수 있다"며 "원인을 잘 살펴야 치료 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객관적인 수면다원검사로 정확히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형도 기자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남형도 기자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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