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조현병, 조현병... "조현병이 문제라니요?"
조현병 등 정신장애 범죄자 수 증가 추세…
전문가 "조현병 환자가 범죄자라는 인식은 오해, 약물치료로 관리 가능한 병"
17일 오전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살인을 저지른 안모(42)씨가 과거에 본인의 위층 집을 찾아 벨을 누르며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모습이 사설 폐쇄회로(CCTV)에 기록된 모습. (독자제공) 2019.4.17/뉴스1 /사진=뉴스1 |
경남 진주시에서 벌어진 '묻지마 흉기 난동'으로 5명이 숨지고 10명이 중상을 입은 가운데 방화·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7일 새벽 4시30분쯤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안모씨(42·남)는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에 따라 이모씨(56·여), 김모씨(64·여), 최모양(18·여), 금모양(11·여) 등 여성 4명과 황모(74·남)씨 등 남성 1명이 숨졌다. 또 차모씨(41·여), 강모씨(53·여), 김모씨(72·여), 조모씨(31·여) 등 여성 4명과, 정모씨(29·남) 등 남성 1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 안씨가 조현병 전력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진주경찰서 관계자는 "안씨가 과거 정신분열 전력을 앓고 있었으며, 거주지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조현병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금 확산됐다.
17일 오전 4시30분쯤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이날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안 모씨가 본인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다쳤다./사진=뉴스1 |
조현병 환자의 범죄, 증가 추세
이전에도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흉악범죄는 수 차례 보도됐다.
지난해 2월 김모씨(47·남)는 자신의 집에서 어머니(당시 77)가 '도장과 주민등록증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자, 자신을 공격하려 한다고 생각해 폭행한 뒤 흉기로 살해했다. 김씨는 조현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왔으나 2017년 6월 퇴원한 뒤 증세가 악화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2017년 3월 8세 인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10대 소녀 역시 조현병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이 확인됐다. 이외에도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나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의 피의자도 조현병 전력이 있었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
실제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장애 범죄자수는 증가 추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장애 범죄자 수는 2013년 5858명에서 2014년 6265명, 2015년 6980명, 2016년 8287명, 2017년 9027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민들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방에는 △조현병 환자로 인해 꾸준히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접하며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조현병 환자 등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심신미약 감경'을 없애야 한다 △조현병 환자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세워달라 △조현병 환자의 입원관련 법 개정을 신속히 개정해달라 등의 글이 올라온 상태다.
조현병 환자는 모두 범죄자?… "편견일 뿐"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가 모두 범죄자라는 인식은 오해이며, 아직 완치할 수는 없지만 관리가 가능한 병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박정하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의 경우엔 현실검증력에 장애가 생겨 판단력이 흐려진다. 이 때문에 충동적인 성향을 보일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드물게 발생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현 건국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역시 "조현병 환자 10명 중 9명은 환청이 들리고 망상이 생기며 밖에 나가면 누군가 본인을 감시하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에 외출도 잘 하지 못한다"면서 "공격적 행동을 하는 환자는 드물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조현병 환자에게는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건강관리협회 관계자는 "조현병은 아직까지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서 꾸준히 치료를 하면 된다"면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약물 치료"라고 밝혔다. 즉 조현병을 완전히 치료하긴 어렵지만 통제가 불가능한 질환이라는 편견과 달리 꾸준히 관리할 경우 정상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교수 역시 "조현병은 적극적인 약물 치료, 즉 생물학적 치료를 해야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면서 "폐렴이나 간염 질환의 개념보다는 당뇨나 고혈압의 개념같이 꾸준하게 잘 관리 돼야한다"며 치료 환경 조성과 적극적인 정책 시행을 당부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