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커피를 왜 타요?"…부장에 대놓고 말한 신입, 당신 생각은?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사진=온라인 커뮤니티(왼쪽), 이미지투데이 |
직장 내 갑질을 막기 위한 개정 근로기준법(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6개월에 접어든 가운데, 커피를 타오라는 직장상사의 지시를 거절한 신입사원의 사연을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회사 신입한테 커피 타오라고 했는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회사 신입사원이) '제가 커피를 왜 타요?'라고 해서 부장님이 엄청 화나셨다"며 "나도 커피 심부름 시키는 거 이해 안 되긴 하는데, 저렇게 대놓고 말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같이 커피를 타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는 행위 등 △업무와 상관 없는 지시 △고정된 성역할 강요 △집단 따돌림 등은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직장에서의 지위·관계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잘했네. 사이다 발언이다. 본인들은 손발이 없냐"며 "회사에서는 맡은 일만 잘하면 된다. 커피를 왜 타다 줘야 하나. 수발들어주는 건 월급에 포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입사원의 대처가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사회생활 할 땐 포기할 것도 많다. 싫다고 다 안하면 본인이 회사 차리면 된다"며 "만약 손님이 와서 커피를 타오라고 했다면 타는게 맞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또 "사이다긴 하지만 저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미운털 박힌다", "돌려서 말해야지. 저건 사회성이 부족한 것 같다", "커피를 맛없게 타다 주면 상사도 안 시키지 않을까" 등의 댓글도 달렸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왜 직원에게 커피를 타오라고 하나"라며 "사무실에 커피 자판기 설치하고 각자 뽑아 먹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
앞서 지난 2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직장 내 성차별적 괴롭힘 실태와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59세 노동자 2000명(남녀 각각 1000명) 중 이직을 했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괴롭힘은 탕비실 정리, 커피 타기와 같은 '잡무·허드렛일 요구'(33.0%)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누구든 이를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가해근로자에 대해 피해자 의견을 들어 징계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직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상 형사처벌 조항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20일 노동자의 인격권과 신체적·정신적 건강 보호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직장 내 괴롭힘 입법으로 피해자 보호와 조직문화 개선을 강구한 점은 중요한 진전이나, 현재 도입된 법 제도는 사업장 내 절차를 통한 자율적 해결시스템"이라며 "사용자가 스스로 괴롭힘 행위자가 되는 경우, 피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