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석달동안 출석 거부'…고용노동부 수사 지지부진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출석거부 에 수사 사실상 멈춰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기 위해 6월2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
직원을 폭언·폭행한 혐의로 고용노동부의 수사대상에 오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69)이 석 달 가까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이 전 이사장의 소환에 불응에 수사가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검찰과 서울남부고용지청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고용지청은 최근 서울남부지검의 지휘를 받아 사건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 넘겼다.
서울남부고용지청은 6월22일부터 이 전 이사장에게 총 5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결국 한 차례도 소환하지 못하고 사건을 넘기게 됐다. 새롭게 수사를 맡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도 최근 이 전 이사장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전 이사장은 이번에도 다시 출석을 거부했다.
서울남부고용지청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이 계속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남부지검에서는 이 전 이사장의 폭행혐의를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이 7월 기소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한 만큼 서울중앙지검의 지휘를 받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 (사건을)보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의 수사는 사실상 6월부터 멈춰있는 상황이다. 서울남부고용지청은 4월25일 근로감독원을 대한항공 사무실에 보내고 6월 피해자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이 전 이사장을 소환하려고 했지만 이 전 이사장의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 전 이사장 변호인 측은)경찰에서 이미 폭행 혐의 관련 수사를 받았기 때문에 고용노동부에서 또 조사를 받는 것은 중복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더불어 건강상의 사유로도 출석기일을 계속 연기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이사장이 출석을 거부하는 사이 수사 실무를 총괄하는 서울남부고용지청 근로개선지도과 과장이 바뀌고 담당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 넘어가는 등 수사의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조계나 고용노동부 내부에서는 이 전 이사장을 강제로 소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한 근로감독관은 "일반 근로기준법 위반 수사를 진행할 때 석달 가까이 소환에 불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더 이상 미루기 쉽지 않은 분위기 이기 때문에 검찰에 요청해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조항은 근로기준법 8조 '폭행의 금지'다. 고용노동부는 4월 25일 대한항공 본사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갑질 실태조사를 시작한 이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협조해 이씨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조사해 왔다. 근로기준법 8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를 폭행하지 못한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폭행죄 처벌규칙에는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없다. 일반 폭행죄와 달리 피해자가 원치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형법상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다.
만약 근로기준법상 폭행죄가 적용되면 이씨의 처벌 수위도 올라갈 수 있다. 근로기준법 107조에 따르면 8조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최동수 기자 firefly@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