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0도 "추워서"… 집 안에서 폐타이어 태우는 나라
[편집자주] 세계화 시대,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각 나라에 대해 궁금했던 점이나 국제뉴스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점 등을 국제정치와 각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이재은의 그 나라 몽골 그리고 대기오염 ②] 영하 40도 추위 견디기 위해 정제되지 않은 생석탄·폐타이어·쓰레기 마구잡이로 연소… 겨울철 울란바토르 초미세먼지(PM2.5) 농도 3320㎍/m³
겨울철 전 세계에서 가장 대기질이 좋지 않은 도시, 몽골 울란바토르. 한 겨울에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내려 시내로 향하면, 기대했던 푸른 초원 대신 눈에 들어오는 건 꽉막힌, 답답한 대기다. 텁텁한 공기에 먼지 냄새로 숨도 턱 막힌다.
울란바토르의 겨울철 나쁜 대기질은 익히 알려져있다. 미국 타임지에 따르면 2016년 1월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3320㎍/m³을 기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해 평균 초미세먼지 권고기준이 10㎍/m³이란 것이나 지난 3일 인도 뉴델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 900㎍/㎥를 넘겼을 때 휴교령이 내려지고 여객기가 뉴델리를 피해 다른 도시에 착륙하는 등 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됐던 것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엄청난 수치다. (☞살기 위해서.. '산소'를 음료로 마시는 나라 [이재은의 그 나라 몽골 그리고 대기오염 ① 참고)
그렇다면 대체 몽골의 경제·문화·교육 중심지이자 수도인 울란바토르의 겨울은 왜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미세먼지 수치가 높을까. 근본 원인은 지형적이나 강수 요인 등이 꼽힌다. 울란바토르는 산들에 둘러싸인 해발 1351m의 고지대 분지 도시다.
이 경우 산맥으로 둘러싸여 도시내로 공기가 잘 들어오지 않아, 한번 오염 인자가 도시 안에 들어오면 바깥으로 빠져나가기 힘들다. 특히 겨울철엔 지표가 빨리 냉각되고, 상층 공기는 지표보다 따뜻한 이상기온 현상(기온역전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이 생기면 대기가 안정돼 대류 작용이 약화되면서 복사 안개와 오염된 대기가 결합해 스모그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적은 강수량도 몽골의 대기오염을 강화한다. 몽골은 뚜렷한 대륙성 기후로, 기온변화가 잦고 기온차가 크지만 강수량이 매우 적다. 특히 겨울엔 매우 춥고 건조해 거의 눈이 내리지 않는다. 강수량에 따른 세정효과도 나타나지 않으니 한번 발생한 오염물은 울란바토르 하늘에 그대로 갇히는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지형적 요인이나 강수량만을 탓하긴 어렵다. 불과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울란바토르는 몽골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꽤나 '청정'하다는 평을 들었다. 페르난도 마르티네스 미 애리조나대학교 천식 및 기도질병 연구소장은 미 쿼츠에 "울란바토르가 늘 이런 상황이었던 건 아니다"라며 "소련의 몰락 뒤 몽골이 시장기반경제를 채택하고 내부 변화를 겪으며 대기 문제도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년 사이 왜 이렇게 울란바토르의 공기질은 급격히 악화됐을까. 먼저 '몽골의 사막화'로 인한 먼지가 상당 부분 공기 오염에 기여했다. 사막화란 숲과 초지가 사라지고, 강과 호수가 마르면서 메마른 사막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몽골 환경부와 시민단체 푸른아시아 등에 따르면 과거 10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0.89도 오르면서 '대륙' 몽골은 더 가파른 기온 변화를 겪었다. 지난 60년간 몽골의 연평균 기온은 2.1도 상승했다. 이 같은 기온 변화는 빠른 사막화로 연결됐다. 지난 10년 동안 호수 1166개, 강 887개, 샘 2096개 등이 사라졌다. 1990년대까지 몽골 전체 면적의 40%를 차지하던 사막은 2010년 기준 78%까지 확대됐다. 이제 몽골 국토의 약 80%에 이르는 면적이 사막인 셈이다.
사막화는 더 잦은 황사(모래먼지 폭풍·호이 샤리흐)를 몰고왔다. 건조해진 대지에서 뜨거운 지면과 차가운 공기가 만나 만들어진 회오리 바람이라, 호이 샤리흐는 20m/s 이상으로 바람 세기가 매우 강하다. 사막화로 인한 상승기류에 따라 바람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몽골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황사 발생 일수가 한해 10일에 불과했지만, 2010년대 들어 50일로 급증했다..
사막화 문제는 단순히 황사 발생 일수를 늘렸다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몽골인들은 대대적으로 유목생활을 하며 살아왔다. 유목민은 건조한 대륙기후에 살기에 농사가 여의치 않아 가축을 방목하기 위하여 항상 목초지를 찾아다니며 이동생활을 하는 민족을 가리킨다. 하지만 사막화 때문에 더 이상 이들은 초원의 풀을 찾지 못했고, 가축도 죽어갔다. 이들은 살 터전을 잃었다.
결국 이들은 기존의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만 했다. 환경난민이 된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11년 '기상 재앙'으로 고향을 떠난 아시아 지역의 환경 난민이 3000만명에 이르고, 이 중에는 사막화 피해자도 포함됐다. '환경 난민'이 된 과거의 유목민들은 살 궁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고, 도시에서 '빈민'이 됐다.
게르촌 /사진=유니세프 |
이는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 울란바토르 인프라가 확립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인구가 늘면서 도시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 된 것이다. 울란바토르엔 이제 몽골 인구의 절반 수준인 140만명이 거주한다.
이중에서 빈민촌 '게르촌'(게르·나무로 만든 뼈대에 짐승 털로 만든 두꺼운 천을 씌운 몽골의 전통 가옥)에만 80만명이 거주한다. 게르촌 인구는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20만명에 불과했다. 이 증가 속도를 본다면 얼마나 마구잡이식으로 인구가 늘어났을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인구는 빠르게 늘어났지만, 이를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빠르게 인구가 늘어난 게르촌엔 급수, 전력, 난방 등 인프라가 연결되지 못했다. 게르촌 빈민들은 한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대륙성 강추위를 버티기 위해서 값이 저렴한 생석탄(원탄)을 구매해 게르 안에서 피웠다. 생석탄은 채굴 뒤 가공하지 않은 석탄으로 보통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무연탄 등에 비해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생석탄이 연소하면서 뿜어내는 연기는 울란바토르의 대기를 심각하게 오염시켰다.
그나마 생석탄을 구매한 이들은 사정이 나은 이들이었다. 돈이 더 없는 이들, 갓 도시에 상륙한 이들은 그저 연소가 가능한 것이라면 닥치고 이를 태웠다. 나무, 폐가구, 폐타이어, 쓰레기 등이 모두 '난방 재료'로 선택돼 마구 태워졌다. 몽골 정부는 울란바토르 대기오염에 대해 가정 내 난방과 취사를 위한 연료 연소가 80%, 차량이 10%, 화력발전소가 6% 정도라고 분석했다.
울란바토르 대기 오염 때문에 이곳을 벗어나 교외로 떠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사진=AFP |
몽골의 '비현실적인 대기오염'에 매년 4000명의 울란바토르 시민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심혈관, 신경계 장애를 겪고 조기사망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최근 울란바토르에선 다시 도시를 빠져나가는 현상이 조명됐다. 살 궁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했지만, 자식들이 죽는 걸 보며 더 이상 도시에 붙어있을 수 없어 다시 새 터전을 향해 떠나는 현상이다. 울란바토르 도시 외곽에서 약 80km 떨어진 에르덴(Erdene)도 그 사례다. 최근 에르덴엔 4000명이 모인 정착촌이 생겼다. 울란바토르에서 병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이곳으로 요양온 가족이 대부분이다.
몽골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5월 몽골 정부는 "앞으로 울란바토르에서 생석탄 사용을 금지하고, 게르촌에서 밤에 사용되는 전기료를 보조하겠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게르촌에선 회의적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무리 할인을 해줘도 게르촌 빈민들에겐 전기료가 비싸게 느껴지는 데다가, 대부분의 게르촌 가정은 중앙난방시스템에 연결조차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몽골 정부는 또 2020년까지 10만호 주택건설 사업, 게르촌 재개발, 신도시 개발 등 주택 및 도시개발 사업 등을 발표하고, 새로 주택이 지어지는 2020년까지 울란바토르로의 이주를 금지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 및 정부재정 악화로 인해 10만호 주택 사업 등이 중단된 데다가, 대부분의 환경난민들은 금전적 상황이 좋지 않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 이동하기에 이 마저 현실과 괴리된 정책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매체 쿼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울란바토르의 절망적 상황을 바꾸기 위해선 "도시 인프라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생석탄이나 폐타이어 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한다"고 봤다. 몽골 정부도 이에 동감한다. 다만 이 같은 막대한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한국은 민관 양측에서 몽골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대한항공, 비씨카드, 오비맥주, KB국민은행, 유한킴벌리, 국내 기업들과 서울시, 고양시, 수원시, 성동구 등 국내 지자체들은 사막화를 막기 위해 몽골에 숲을 조성하는 등 사막화 방지에 나섰다. 시민단체 활동도 눈에 띈다. 푸른아시아는 조림사업으로 땅을 회복시킨 공로로 2014년 유엔으로부터 '생명의 토지상'을 수상했다.
일각에선 몽골 시민의 삶은 우리 삶과 동떨어져있지 않다며 몽골에 국제적인 관심을 주자고 촉구한다. 몽골인들과 우리는 '호흡 공동체'이므로, 그 주장이 틀리지만은 않아보인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