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리왕자 부부, 독립 선언…형과 갈등탓?
언론의 과도한 관심 등 원인 꼽혀… 왕실,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
/AFP=뉴스1 |
영국의 해리 왕자(왕손)와 메건 마클 부부가 왕실에서 물러나고, 영국과 북미 지역을 오가며 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독립 선언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결혼했으며 마클이 미국 배우인 데다 재혼이어서 더욱 주목받았다.
영국 BBC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왕손빈)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왕실 가족의 고위 일원에서 물러나 재정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는 왕위 서열 6위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 영국과 북미(미국·캐나다)에서 골고루 생활하기로 했으며, 자선단체를 설립할 계획이다. 독립은 하되 "여왕과 영연방에 대한 의무는 계속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이 나온 배경으로는 부부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관심, 형인 윌리엄 왕세손과의 불화가 꼽힌다.
마클은 지난해 영국 ITV 다큐멘터리에서 "(지난해 5월 출산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언론의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전투'가 됐다"고 말한 바 있고, 지난해 10월에는 그의 개인적인 편지가 언론에 난 뒤 소송을 걸었다.
당시 해리 왕자는 "나는 (언론에 의해) 어머니를 잃었고, 지금 아내가 그때와 같은 강력한 힘에 희생되는 것을 보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고, "셔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상처가 깊이 곪는다"고 한 적도 있다. 그의 어머니인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는 1997년 8월 파파라치 추적을 벗어나려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또 형 윌리엄 왕세손과의 불화설에 대해 해리 왕자는 "우린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사실상 인정한 바 있다. 불화의 배경으로 이들 부부가 언론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에 대해 형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날 해리-마클 부부는 성명 내용이 "수개월간 숙고하고 내부 논의한 결과"라고 밝혔는데, 왕실 내부에서는 다른 기류가 전해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 문제를 다른 가족과 상의하지 않았다"며 발표 시기를 잘못 잡았다고 지적했고, BBC는 "궁 관계자들이 실망했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버킹검궁은 이들 부부와의 논의가 '초기 단계'라면서 "이들의 뜻은 이해하지만, 해결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해리 왕자 부부가 독립할 경우 이들의 재정 자립 방식, 경호 등이 우선 과제로 지적된다.
김주동 기자 news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