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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는 '약', 드레싱 섞는 순간 '독'

 [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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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설탕. /사진=유튜브 캡처

식단을 바꾸며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아침 샐러드 챙겨 먹기다. 정확히 말하면 아침과 저녁 두 번이다. 채소만으로 꾸리는 샐러드는 어딘가 밋밋하기에 과일 몇 종류를 함께 넣는다. 다만 당뇨 환자는 과일을 '적당히' 섭취해야 하므로 양에 특히 신경을 쓴다. 의사 등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양은 주먹 한 움큼 정도다. 매번 일일이 잴 수 없기에 눈대중으로 가늠한다.


한 끼마다 사과의 경우 5분의 1, 오렌지 4분의 1, 블루베리 5~7알 정도다. 3대 노란색 단 과일은 당뇨에 '적'이다.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은 6개월 사이 보지도 느끼지도 사지도 말아야 할 블랙리스트로 떠올랐다.


채소는 기본으로 어린잎을 깔고 오이 3분의 1, 파프리카 반 개, 토마토 반 조각이 필수다. 처음에는 라디치오, 양상추, 적근대, 치커리, 로메인 같은 두툼한 채소들로 구성된 패키지 샐러드를 구입해 먹곤 했는데, 여러 과일과 섞으면 양이 많아지고 씹기도 불편해 어린잎으로 교체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샐러드는 약이다. 다만 그냥 먹기가 내키지 않고 껄끄러워 드레싱을 뿌린다. 이때 어떤 드레싱을 섞느냐에 따라 약으로 남아있기도 하고 독으로 변하기도 한다.


샐러드를 처음 시작할 땐 '단짠'(단맛과 짠맛의 궁합) 드레싱이 필수였다. 유자청, 머스타드, 키위 등을 베이스로 한 시중에 파는 각종 혼합 드레싱은 어떤 맛없는 채소도 '환상의 풍미'로 바꾸는 묘기를 부린다. 이 맛에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섞어 놓고 보면 채소를 먹는 것 같지만, 결국 달고 짠 해로운 성분들이 몸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샐러드를 건강하게 먹는 방법 등을 조사하다가 만난 최상의 결론은 채소와 야채는 (믹서기에 주스 형태로 갈지 않고) 생으로, 드레싱은 오일과 식초 구성으로만 넣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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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채소와 과일, 견과류를 넣고 아보카도 오일과 발사믹 식초만으로 만든 샐러드. /사진=김고금평기자

고지혈증과 당뇨가 있는 내가 나름 더 효과적으로 본 드레싱은 아보카도 오일과 발사믹 식초다. 설탕 드레싱에서 이 두 가지 드레싱으로 바꿀 때 '지속가능한 섭취'를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은 발사믹 식초의 과즙 농도다. 농도가 낮은 식초를 드레싱으로 먹으면 신맛이 강해 먹기가 힘들다. 밍밍한 샐러드를 최소한의 맛있는 음식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발사믹 식초의 포도농축과즙 농도가 최소 60%에서 80% 정도 사이에 분포된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최소한의 조합으로 구성된 드레싱만으로도 충분히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첫 적응이 어색해서 그렇지 두어 번만 먹어보면 금세 적응된다. 여기에 아몬드와 호두를 갈아 섞어주면 부족한 고소함과 달콤함까지 챙길 수 있다.


올리브·아보카도 오일과 식초가 건강에 얼마나 이로운지 재차 설명하진 않겠다.(개인 체질과 오일의 끓는 점에 따라 달라지는 특성은 제외) 특히 식초는 노벨상만 3번 받을 정도로 알면 알수록 신기하게 끌리는 요물이다.


이 단순한 지중해식 소스는 해마다 건강식 요리법 1위에 오를 만큼 세계 전문가들도 인정한 레시피다. 이를 응용해서 샐러드를 먹을 때 곁들이는 빵으로 식빵이나 크루아상 종류 대신 통밀이나 호밀을 선택한 뒤 치즈를 얹어 오일+식초에 찍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통밀이나 호밀의 밋밋하고 텁텁한 느낌을 상큼하게 지우며 입안에 생기를 북돋는다.


여기에 삶은 달걀 하나까지 섭취하면 아침에 필요한 칼로리는 대략 챙긴 셈이다. 이 모든 열량을 세세하게 재거나 필요한 영양소를 일일이 계산하지는 않았다. 다만 여러 사례를 시도하고 적용해보다가 내게 가장 잘 맞는 '지금의 식단'을 최종 선택한 것이다.


당뇨 이후 식단을 짤 때 맨 처음 넣은 식자재가 고구마였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혈관 개선에 암 예방까지 도움을 주는 훌륭한 음식이다. 심지어 당뇨 예방에도 효능이 좋다. 하지만 당뇨 환자는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었다. 생고구마 하나는 혈당치의 상승률을 나타내는 혈당 지수(GI)가 55밖에 되지 않는 저혈당지수 식품이지만, 굽거나 찔 때 GI지수는 2배 이상 높았다. 군고구마로 먹으면 밥 한 공기를 다 먹는 셈이니, 생고구마로 먹을 요량이 아니면 침을 삼키며 참아야 하는 음식이다.


이런 식으로 고르고 고르면 맛도 있고 걱정도 없는 음식군을 찾을 수 있다. 요약하면 △채소와 과일을 섞은 오일+식초의 조합 △통밀이나 호밀빵 △달걀 한 알과 치즈 한 조각이 정답의 식단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빈틈없이 짠 영양식이라고 조심스럽게 얘기할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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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지수(100g당). /사진=유튜브 캡처

건강식은 먹고 싶은데, 그냥 먹으면 맛이 없어서 '악마'가 건네는 '단짠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 뒤 "그래도 난 채소 먹었으니까" 같은 합리화로 보내는 식사 시간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현미밥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하거나 당뇨를 극복하려 하는데, 여기에 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채소에 '단짠' 드레싱 섞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고추장이 설탕 덩어리인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현미라는 큰 건강식 앞에 고추장이라는 작은 흠집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고추장 몇 번 먹었다고 몸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시작된 단맛의 중독이 깊고 넓게 퍼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초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도 건강식이다. 회가 주는 신선한 느낌 때문에 초밥 자체가 이롭다고 생각하지만, 설탕과 식초로 뭉친 초밥의 속성을 알면 다이어트 식품으로 목록에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당뇨 환자는 무엇보다 뱃살을 줄여야 한다. 뱃살을 줄이려면 운동보다 시급한 것이 음식이다. 음식은 혈당을 조절하므로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관건이다. 설탕으로부터 피하고 탄수화물로부터 숨는 기본 법칙부터 지키지 않으면 몸의 관리는 하나 마나다. 재료 선택 하나만으로 우리 몸은 약이 되거나 독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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