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엔 전자피부 붙여요"… 유망기술이 바꿀 10년 후 모습
과학기술 특별세션,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 보완 모색…
데이터 과학 현주소와 발전 방향 토론
물을 마시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손잡이에 부착된 센서가 오늘의 건강 상태를 진단, 녹색등(양호)을 켜 보인다. 어제 운동하다 다친 무릎 상처 부위엔 샤워 후 일회용 전자피부를 붙인다. 전자피부는 상처 보호·치료뿐만 아니라 해당 부위 관절에 운동능력도 증강해준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선 1회용 비닐봉투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인체에 무해하고 생분해되는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필름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이제 플라스틱쓰레기 대란이나 미세플라스틱 오염 등 생태계 황폐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0년 내 실현될 10대 기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선정한 ‘올해 10대 미래유망기술’을 토대로 상상해본 10년 후 우리의 일상이다. KISTEP는 오는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2019 키플랫폼’(K.E.Y. PLATFORM 2019) 특별세션에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소재분야 10대 미래유망기술’을 발표한다. 임 현 KISTEP 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으로 주력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며 “10년 안에 시장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 유력기술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정된 10대 미래유망기술은 △완전 직물형 웨어러블(착용형) 소자 △자율적으로 수명을 제어하는 화학소재 △스트레처블(stretchable·신축성 있는) 디스플레이 △초고온의 극한 환경을 견디는 차세대 핵융합 소재 △무겁지 않은 초경량 수송체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필름 △손실된 인체감각을 대체하는 기기용 소재 △3D(차원)프린팅 인공장기 △불이 안나는 고성능 고체전해질 △수송용 고속 충·방전이 가능한 배터리 등이다.
10년 후 가장 큰 이슈 ‘저출산·고령화’
KISTEP는 또 키플랫폼에서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2019년 대한민국 미래이슈’를 점검한다. 산학연 전문가 500명에 대한 인식조사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 주요 이슈의 10년 후 변화 양상을 전망한다.
KISTEP는 중요도가 높은 10대 이슈로 △저출산·초고령화 △격차 심화로 인한 사회불안정 △저성장과 성장전략 전환 △남북관계 변화 △고용불안 △기후변화 적응 실패 △제조혁명 △건강수명 증대 △자연재난 △산업구조 양극화 등을 꼽았다.
KISTEP에 따르면 현재 ‘저출산·초고령화’ 문제는 10년 후에도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또 주변국과의 지정학적 갈등이나 남북관계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대봤다. 안상진 KISTEP 기술예측센터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표면화하기 시작한 세계 경제질서와 국내의 비교우위 변화에 발맞춰 미래성장동력 육성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방기술의 민수전환을 통해 남한과 다른 강점을 지닌 북한 과학기술이 남한 기술혁신에 보완적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규제샌드박스의 혁신 방향
이재훈 KISTEP 변호사는 미래유망기술 실현을 위한 규제혁신과 관련, ‘규제샌드박스, 대한민국의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주제로 기조발표를 한다. 금융분야를 중심으로 활용되는 영국 등의 기존 규제샌드박스와 달리 ‘한국형 규제샌드박스’는 ICT(정보통신기술) 및 산업분야, 지역특구와 같은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특색이 있다. 특히 국내 규제샌드박스는 현행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법령체계에서 과학기술 규제혁신 환경을 마련하고자 도입됐다.
이 변호사는 “현재 규제샌드박스는 기술 기반 신시장 창출에 부합하나 신기술·신서비스 등을 R&D(연구·개발)하는 기초·응용연구분야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생명공학 등 바이오 관련 기존 규제개선은 R&D에서 해소가 급선무지만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관련 내용의 연구 폭을 넓히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발표에서 △규제샌드박스 조문 해석상 발생할 수 있는 한계 △한국형 규제샌드박스의 특성 △규제샌드박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고병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미래기술분석센터장은 ‘데이터 기반 미래유망기술 센싱’을 주제로 청중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KISTI는 올해부터 슈퍼컴퓨터 5호기를 본격 가동하면서 ‘데이터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슈퍼컴은 일반 고성능 컴퓨터보다 연산속도가 수천 배 빨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분야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이밖에 첸쟈 중국 하이신 공업디자인센터장이 ‘중국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스웨덴 고등교육 및 연구국제협력재단(STINT)이 ‘미래유망기술의 빠른 글로벌 확산을 위한 협업’을, 길홍근 경인사연 사무총장(전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이 ‘한국 규제시스템 현황 진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류준영 기자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