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멍멍입니다"… 반려견도 버스탈 수 있을까
전용 케이지·펫티켓 챙기면 대중교통 이용 가능…규정 불분명해 한계 있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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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병원에 가려 '택시'를 기다렸다. 차를 직접 몰긴 여의치 않았다. 만반의 준비도 끝냈다. 반려견은 켄넬(휴대용 견사)에 들어갔고, 혹시 몰라 배변패드도 준비했다. 그리고 자신있게 손을 뻗었지만 실패. 달려오던 '빈 택시'는 켄넬을 보더니 휙 떠나 버렸다. 뒤 이어 멈춘 택시 기사는 창문만 살짝 내리더니 "개 태워요?"라고 묻는다. "안될까요"라고 답하니 대답 없이 떠나 버린다.
최근 반려견과 함께 외출한 이모씨(27·여)가 겪은 일이다. 사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기도 하다. 운전기사의 면박과 승객들의 눈총을 받고 있으면 대중교통을 통해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일은 꿈만 같다. 반려동물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걸까? (관련기사 : "잘 데려다주시개!"…'펫택시' 타보니)
반려견이요? "가능합니다"
가까운 산책을 비롯, 중·장거리를 반려동물과 외출할 때 보통 자가용을 이용한다. 하지만 운전하는 동안 반려동물을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반려동물이 아플 경우 홀로 운전하기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이 때 동물을 안은 상태로 운전하는 반려인도 있는데 이 경우 도로교통법 39조에 따라 5만원 이하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많은 반려인이 이동방법으로 대중교통을 떠올린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반려동물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과거부터 대부분의 대중교통에서 동물반입은 금지돼왔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다른 여객에게 불쾌감을 줄 우려가 있는 동물을 데리고 탑승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이 무조건 반려동물 금지구역인 건 아니다. 최근 반려문화가 확산되고 반려동물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관련 규정이 마련되고 있다. 전용 케이지와 펫티켓 등 몇 가지 주의사항만 지키면 대다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전용케이지·예방접종증명 있으면 OK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동물의 대중교통 탑승을 막고 있지만 전용 케이지에 넣고 반려동물을 보이지 않게 한다면 이용할 수 있다. 서울·경기도 시내버스 운송약관을 살펴보면 케이지에 넣은 소형견은 반려인과 동반 탑승할 수 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여객운송약관도 동물을 이동장에 넣고 냄새가 심하지 않을 경우 탑승을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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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와 택시의 경우 운송회사마다 약관과 규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좌석 폭보다 작은 운송용기에 반려동물이 들어간다면 반입이 가능하다. 일부 기사들은 케이스에 넣은 반려동물을 화물칸에 넣으라고 요구해 승객과 실랑이를 빚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동물의 건강을 해치는 학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거절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기차도 반려동물과 함께 탑승할 수 있다. KTX 등 기차는 예방접종 증명서를 소지하고 반려동물이 보이지 않는 케이지에 넣어 발 밑에 두면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운전기사의 주관이나 각 회사의 약관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고속버스보다 오히려 편리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승객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동물은 제외다.
권리는 '펫티켓'과 함께해야
이처럼 주의사항에 맞춰 철저히 준비한다면 반려동물도 대중교통에 탑승할 수 있는 '이동권'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만큼 무조건 권리만을 주장할 수 없다.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펫티켓도 항상 숙지해야 하는 이유다. 직장인 조모씨(27)는 "막무가내로 개를 안고 지하철을 타거나 짖어도 제지하지 않는 사람을 봤다"면서 "개를 함께 태우고 싶다면 다른 사람부터 배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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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등 기차에서 반려동물의 예방접종 증명을 요구하지만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이를 준비하고 반려동물의 건강을 신경쓰는 것이 좋다. 승객 중 털 알러지나 다른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 반려인 윤모씨(62)는 "반려견과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 기사가 질병 여부를 물어 예방접종 증명을 제시해 납득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려견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도록 주의를 늦추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다. 낯선 환경에 노출되면 반려동물은 쉽게 불안한 상태가 돼 짖거나 행동을 주체하지 못하고 공격성을 보일 수도 있다. 특히 최근 개물림 사고 등 여러 사고로 비반려인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반려견이 좋아하는 간식·장난감을 지참해 반려동물을 통제해야 한다.
모호한 규정에 현실은 '아직'
하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의 탑승을 결정하는 규정이 모호해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갈등이 빚어진다. 사업자들이 많은 고속버스나 택시는 운송약관이 제각각이라 기사와 반려인 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많다. 관련 지자체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반려동물 탑승이 가능하다고 명시되긴 했지만 해당 사업자의 약관을 따라야 한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슬링백 등 이동가방에 반려견을 넣고 지하철을 탄 뉴욕시민들. /사진= 트위터 캡처 |
차라리 마음 편하게 펫택시를 이용한다는 반려인도 있다. 2~3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반려동물 운송서비스인 펫택시는 반려동물과 편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어 최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업체와 차량이 아직 적어 대중교통만큼 이용하기 편리하지 않고 가격 부담이 커 온전한 대안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다.
반려인들은 반려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처럼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 갈등을 예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일부 주와 유럽에서는 짖거나 개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입마개 착용이 의무다. 스웨덴은 반려동물이 지하철에 탑승할 때 추가 요금을 받는 대신 전용칸을 따로 만들어 갈등을 피하게 돕고 있다. 이길영 펫택시 고잉펫 대표는 "반려동물이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지만 여전히 현실은 다르다"며 "규정이 제각각으로 통일되지 않으니 여전히 반려동물 '이동권' 인식도 낮다. 반려문화 확산에 발 맞춰 명확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