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명박 전 대통령 보석…구속 349일만 석방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 L] 보석보증금 10억 납입·자택만 머무를 수 있어…외출·접견·통신 엄격히 제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349일 만에 석방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6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의 보석 청구를 조건부 인용했다. 보석보증금 10억원을 내고 주거지를 논현동 자택으로 제한하는 조건이다. 보석보증금은 보험증권으로 갈음할 수 있게 했다.
재판부는 외출도 제한했다. 진료를 받으러 나가는 경우만 외출을 허용하고, 미리 진료가 필요한 사유와 방문할 병원을 법원에 알리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법원에 진료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입원 치료는 허용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입원 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오히려 보석 허가를 취소하고 구치소 내 의료진 도움을 받는 게 타당하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논현동 자택을 관할하는 경찰서에 외출 제한 조건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하게 하고 보고를 받겠다고 했다. 아울러 김윤옥 여사 등 가족, 변호인만 접촉할 수 있고 나머지 접견·연락은 제한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에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보석 조건을 준수하고 있는지 알리라고 했다. 이를 위반하면 재판부 직권으로 보석을 취소하고 재구속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이 조건을 수용할지 고민할 시간을 주기 위해 잠시 휴정했다. 휴정 후 이 전 대통령은 이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에서 보석 요건을 준수할 것을 당부하자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전부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은 하지도 않았다"며 "걱정 안 하셔도 될 듯하다"고 했다.
재판부가 보석 청구를 인용한 것은 구속기간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은 다음 달 8일에 끝나는데, 최근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면서 기간 내 재판을 끝내기 어려워졌다.
재판부는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이 구성됐다"며 "구속 만기일에 판결을 선고한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종전 항소심 재판부가 신문을 마치지 못한 증인 숫자를 감안하면 다음 달 8일까지 충실하게 심리하고 선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점에 대해 검찰은 구속기한이 끝나고 이 전 대통령을 석방해도 된다고 항변했었다. 굳이 지금 보석을 결정해 석방해줄 필요는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구속기간 내 재판이 안 돼서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된다"며 "구속기간 만료 전에 조건을 주고 석방하면 구속영장 효력은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하면 외출·접견·통신을 제한할 수 없으니 구속기한 만료 전 조건부 보석을 허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보석 결정에 당뇨 등 건강문제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치소 내 의료진이 충분히 이 전 대통령의 건강문제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이 서울대병원에도 머무를 수 있게 해달라는 변호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 말미에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자택에서 매일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해달라"며 "자택에 가서 범죄사실 하나하나를 다시 읽고 과거 했던 일들을 다시 회고해달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