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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못 듣겠다"… ‘부부의 세계’ 불륜곡 스팅의 ‘의문의 1패’

스팅의 영화 삽입곡 ‘My one and only love’…영원한 사랑의 테마곡이 파렴치한 불륜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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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장례식장에서 남편 이태오(박해준)의 외도를 목격한 아내 지선우(김희애). /사진제공=JTBC

드라마 한 편에 삽입된 곡 하나로 위대한 뮤지션이 때아닌 비난을 받으며 ‘의문의 1패’를 당하고 있다. JTBC ‘부부의 세계’에서 불륜 테마곡으로 쓰인 스팅의 ‘My one and only love’가 그 주인공. 노래 제목처럼 단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곡은 8회까지 3차례나 쓰이며 시청자들의 귀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당신은 내 맘을 열정으로 가득히 채우고/당신의 키스는 내 영혼에 불을 질러놓았어요/난 이 달콤한 사랑에 굴복했어요/내 단 하나의 소중한 사랑이여…’하는 가사는 시작하는 연인에겐 더할 나위 없는 불멸의 러브송으로 각인될 만큼 애절하고 절절하다.


하지만, 이 곡이 극 중 남편 이태오(박해준)와 여다경(한소희)의 불륜 장면에 쓰이면서 최고의 ‘역겨운 테마송’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온라인 게시판에서도 불편한 심기는 그대로 드러난다. “최애곡이었는데, 드라마 보고 다시는 못 들을 듯”, “들을 때마다 토악질할 것 같다” 등의 부정 감상평도 적지 않다.


이 곡은 드라마에서 원래 지선우(김희애)와 이태오의 프로포즈 장면에서 처음 쓰였다. 이 때까지만 해도 두 사람의 낭만적 사랑을 극적으로 띄우는 장치로 이만한 곡이 없었다. ‘one and only’가 주는 강렬한 제목부터 두 사람의 변치 않는 사랑을 증명했기 때문.


하지만 이태오의 어머니가 돌아간 장례식장에서 지선우는 우연히 이 곡을 듣게 되는데, 소리를 따라 찾아간 차 안에서 불륜녀 여다경과 남편이 키스하는 장면까지 목격하게 된다. 자신에게 들려준 ‘유일한’ 고백송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허락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 건 지선우 뿐만이 아니었다. 시청자도 함께 분노했고, 그 분노의 정점은 불륜 커플의 사랑을 더 부채질한 스팅에게 향했다.


이 강렬한 장면이 끝난 후 다시 못 듣게 될 줄 알았던 이 곡은 2년 후 다시 화려한 옷을 갈아입고 고향집을 찾은 불륜 커플의 성대한 파티에서 또 한 번 울려퍼진다. 시청률 20%를 넘기며 고공행진하는 이 드라마에 쓰인 곡 하나가 금세 화제곡으로 떠오르자 ‘음유시인’ 스팅은 ‘음탕시인’으로 본의 아니게 화살을 맞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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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이 영화에서 스팅의 'My one and only love'가 OST 삽입곡으로 쓰였다.

이 곡은 스팅이 원곡자가 아니다. 1948년 빅 데이먼이 발표한 ‘뮤직 프럼 비욘드 더 문’(Music from beyond the moon)이 원곡으로, 로버트 멜린이 제목과 가사를 바꿔 지금의 곡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프랭크 시나트라, 찰리 벤츄라(색소폰) 등의 수많은 버전이 나왔는데, 스팅의 버전이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재즈스러운 편곡이지만, 대중적 팝의 느낌을 배제하지 않고, 진지하면서 사색적인 스팅의 보컬과 절제된 선율이 만나면서 고급스러운 사랑 테마곡으로 부상했다. 스팅의 곡이 정식 알려진 건 1995년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연출한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OST로 쓰이면서다. 이 영화는 알콜중독자와 접대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는데, 서로를 방관하듯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진심 어린 사랑에 보내는 찬가로 쓰였다.


‘부부의 세계’에선 남편 이태오가 결혼이라는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마음가는 대로 하는 사랑 방정식에 끼워 맞춘 곡으로 인용됐다. “사랑하는 게 죄”냐고 항변하는 이태오에게 이 곡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길 때마다 늘 사용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의 ‘단 하나의 유일한’ 테마곡인 셈이다. 덕분에 스팅은 부지불식간 한국 시청자에게 ‘불편한 아티스트’로 잠시 기억되고 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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