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라쿠배' 날았다…공인인증서·타다는 역사속으로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류준영 기자, 오상헌 기자, 이진욱 기자] [2020 IT·과학분야 10대 뉴스]
올해 국내 IT, 과학분야에서 어느해보다 굵직한 뉴스들이 가득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인한 비대면 IT서비스의 확산과 네이버, 카카오 등 관련기업들의 수혜, 정부의 디지털뉴딜 정책은 우리 IT생태계 구도를 뒤바꾼 사건들이다. 공인인증서 폐지같은 규제 혁신의 진전이 있었던 반면, 혁신적 모빌리티 서비스로 주목받던 타다는 규제에 막혀 시동을 꺼야했다. 아울러 구글의 인앱결제 통행세 논란과 넷플릭스의 돌풍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키웠다. 2020년 IT·과학분야를 뜨겁게 달군 ‘10대 뉴스’를 선정해봤다.
① 공인인증서 폐지...민간 인증서 시대 개막
연말정산부터 다양한 민간 전자서명을 사용할 수 있게된다. /사진=과기정통부 |
1999년 도입된 공인인증서의 독점 시대가 21년 만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민간 전자서명 기술을 활용하는 전자서명법이 지난 10일부터 시행돼서다. 공인인증서는 지난 21년 동안 인터넷서비스 저변 확대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발급과 갱신이 번거롭고 비밀번호가 복잡해 이용자들이 상당한 불편을 호소해왔다. 특히 각종 보안허점을 노출한다는 지적과 국내 전자서명기술과 서비스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함께 받아왔다. 정부는 내년초 시행하는 올해분 연말정산과 정부24 사이트 등에 민간 전자서명(인증서)을 본격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이동통신3사의 패스와 카카오, 네이버인증, NHN페이코 등 민간 인증서들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 공인인증서는 공동인증서로 이름이 바뀌어 존속한다.
② '디지털뉴딜' 정책 시동
(서울=뉴스1)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디지털 뉴딜 성공을 위한 민관합동 연석회의'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0.7.14/뉴스1 |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을 통해 '디지털대전환'에 나섰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디지털경제의 근간이되는 데이터를 구축 개방하는 동시에 각종 비대면, AI(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해 '디지털일자리' 90만개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디지털뉴딜은 그린뉴딜과 함께 한국판 뉴딜의 양대축이다. 디지털 뉴딜에는 총 사업비 58조2000억원이 투입되며 '데이터댐'과 '지능형정부', '스마트 의료인프라', '국민안전기반시설(SOC) 디지털화', '디지털트윈' 등이 대표 과제로 추진된다. 특히 데이터댐은 과거 미국 대공황기 뉴딜정책의 상징인 '후버댐' 사업처럼 데이터의 수집과 가공, 결합, 거래, 활용을 통해 데이터 경제와 AI 활용 시대를 가속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개념으로 주목된다.
③ '카카오' '네이버' 날았다...코로나의 역설 '비대면' 산업 확산
국내 양대 포털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훨훨 날았다. 양사 모두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도래한 비대면 시대에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하며 빠르게 적응한 점이 주효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비대면에 특화된 플랫폼 매출이 성장을 견인했다. 네이버는 올 3분기 매출이 1조 3608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4.2% 늘었다. 라인까지 포함하면 매출은 2조 59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9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카카오도 올 3분기 사상 최초로 분기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동시에 넘어서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양사는 기존 사업은 물론 이커머스 등 신사업까지 빠르게 확장해 향후 성장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들 뿐만아니라 영상회의와 클라우드, 온라인쇼핑, 배달앱 서비스 업체들이 대부분 매출이 폭증하며 코로나발 비대면 시대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처럼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배민)의 앞글자를 딴 '네카라쿠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④가로막힌 혁신...타다금지법 통과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 베이직'이 결국 시동을 껐다. 지난 4월 7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당시 개정안은 11∼15인승 차량을 빌릴 때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때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어 ‘타다 베이직’은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타다 운영사 VCNC는 과거 렌터카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아닌 중형 가맹택시 브랜드로 택시 사업에 나섰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접은지 6개월만인 지난 10월 가맹택시 '타다 라이트'를 출시한 것이다. 현재 '타다 라이트'는 서울, 부산을 시작으로 경기도 성남까지 운영 지역을 확대한 상태다.
⑤컴투스 中게임 출시...3년만에 풀린 한한령 족쇄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중국으로부터 외자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받았다. /사진=컴투스 제공 |
한국 게임에 3년 10개월 간 막혔던 중국의 판로가 뚫렸다. 지난 3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이하 서머너즈워)’ 게임이 외자 판호를 발급했다. 이번 허가를 계기로 한국 게임에 대한 ‘한한령’(한류 제한령·限韓令)이 해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판호 발급을 신청해둔 게임사들은 잔뜩 기대하는 분위기다. 현재 판호 발급을 기다리는 국내 게임은 엔씨소프트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펄어비스 ‘검은사막’, 엠게임 ‘진열혈강호’ 등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이번 판호 발급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판호를 한국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도구로 삼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⑥5G 가입자 1000만명 돌파
(서울=뉴스1) = SKT가 대한민국의 최남단 이어도에 ‘5G 깃발’을 꽂았다. SK텔레콤(대표이사 사장 박정호, www.sktelecom.com)은 대한민국의 남쪽 맨 끝에 위치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국내 최초로 5G 기지국을 구축했다고 8일 밝혔다. (SK텔레콤 제공)2020.11.8/뉴스1 |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올해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5G 품질 논란이 여전했고, 가입자도 지난 11월 가까스로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연말 기준 1100만 명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까지 1700만 가입자를 확보하려다 코로나19 확산에 최소 1200만으로 목표를 수정했던 이동통신 3사의 당초 계획보다 대폭 뒷걸음질친 것이다. 정부와 이통 3사는 5G 품질 논란 등을 감안해 2022년까지 5G 전국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통사들의 5G 기지국 구축 실적에 3G·LTE(4G)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연동하는 고육책도 내놨다.
⑦넷플릭스 돌풍…방송 미디어 산업 재편 '태풍의 핵' 되다
(티타임즈BTS) 넷플릭스 / 사진제공=Flickr |
올해 국내 디지털 미디어 시장은 넷플릭스의 독무대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일상이 이어지면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수요가 폭증했고,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경쟁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의 시장 잠식이 두드러졌다. 지난 5~7월 국내 트래픽의 5%를 넷플릭스가 점유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23.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넷플릭스의 한국 유료가입자 수는 약 330만 명으로 파악된다. 넷플릭스는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한국·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가입자가 전체 유료 회원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유료방송의 M&A(인수합병)을 가속화하고 토종 OTT 서비스가 잇따라 출범하는 등 미디어 산업 재편의 핵으로 부상했다.
⑧구글스토어 인앱결제 논란…'천사 '인줄 알았던 구글의 갑질횡포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구글이 내년부터 기존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를 음원과 전자책, 웹툰 등 디지털콘텐츠에 확대 적용하고 수수료 30%를 부과한다고 밝혀 전세계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인앱결제는 구글 앱장터인 플레이스토어를 거쳐 설치된 모바일앱에서 디지털콘텐츠를 판매할 때 구글이 만든 결제시스템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구글은 내년 9월30일부터 이를 적용할 계획이며 인앱결제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구글플레이에서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체들은 거대 플랫폼사의 갑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OTT(온라인동영상), 웹툰, 음악플레이어 등 콘텐츠 앱들이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수익악화가 명약관화하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국회도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정부역시 구글에 대한 반독점 규제 등 압박에 나섰다.
⑨韓美 미사일 지침 개정…‘고체 연료’ 우주 개발 시대 개막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이 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2020년 개정 미사일 지침 채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과 연구소, 대한민국 국적의 모든 개인 등은 기존의 액체 연료 뿐만 아니라 고체연료와 하이브리드형 다양한 우주발사체를 아무런 제한 없이 연구·개발하고 생산·보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2020.7.28/뉴스1 |
지난 7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한국 발사체에도 고체 연료를 쓸 수 있게 됐다. 개정 이전까지 이 지침은 ‘고체연료 로켓’을 군사용으로 간주, 총 추력을 ‘100만 파운드·초(Ib·sec)’로 제한해 왔다. 발사체를 우주로 보내려면 약 5000만~6000만 Ib·sec가 필요해 해당 지침은 우주 개발의 큰 걸림돌이 돼 왔다. 이번 개정으로 국내 우주개발 관련 연구소·기업이 기존 액체연료뿐 아니라, 고체연료와 하이브리드(액체+고체) 등 다양한 형태의 우주 발사체를 개발·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인공위성 발사 대행 등 우주개발 시장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⑩ 세계 첫 정지궤도환경위성 ‘천리안 2B호’ 발사
천리안위성 2B호를 싣고 발사되는 아리안5ECA 발사체2(출처_arianespace) / 사진제공=1 |
우리 손으로 만든 세계 첫 환경감시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B호’가 지난 2월 19일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2B호는 중국발 미세먼지 등 아시아 대기오염물질을 상시 관측할 수 있는 ‘환경 탑재체’와 적조, 기름 유출 등 해양오염물질 유입·이동을 감시할 수 있는 ‘해양 탑재체’를 장착했다. 기존 천리안위성 1호 보다 해상도가 4배(500m→250m) 향상됐고 기존에 관측할 수 없었던 해무나 저염분수 등의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B호 발사에 대해 “코로나19 때문에 가려졌지만, 매우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라고 평가했다.
조성훈 기자 search@, 류준영 기자 joon@,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이진욱 기자 showgu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