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 승리로 이끈 맏언니의 성공담
김연경은 왜 '위대한 김연경' 이 됐나?
◇ 4일 터키와 8강전을 치루면서 투혼을 발휘하는 김연경(가운데)과 한국 대표팀 (사진/ 조선일보) |
"기량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정신)이다. 절실한 마음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
이런 말을 사실로 입증한 것이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다. 어쩌면 한국 배구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동메달, 아니 금메달을 딸 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김연경을 비롯한 한국 선수단의 정신(spirit), 마음(heart)이 금메달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한국 배구팀의 기량은 톱 클래스는 아니다. 세계랭킹 14위 반열이었고 한국의 메달권 진입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올해 초 불거진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사건 등으로 전력 손실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조별리그에서 5위 일본, 6위 도미니카공화국을 격파한 뒤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4위 터키까지 꺾자 외신들은 입을 모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심을 지키는 김연경에게 관심이 집중 조명됐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도쿄올림픽 메달권 진입 실패를 점쳤던 외신들조차 “뚜껑을 열어보니 김연경이 있었다”며 놀라워했다.
도쿄올림픽에서 4일 치러진 여자 배구 8강 경기가 끝나고 발리볼 월드(VOLLEBALL WORLD) 인스타그램은 김연경의 사진과 함께 ‘김연경- 10억 명 중 하나의 별’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세계랭킹 4위의 강호 터키와 맞붙어 극적인 3대 2(17-25 25-17 28-26 18-25 15-13) 승리를 거뒀다. 4위를 차지했던 2012 런던올림픽 이후 9년 만의 4강 진출이다. 경기 내내 동료들을 격려한 주장 김연경은 이날 무려 28득점을 만들며 맹활약했다.
이제 외신들은 김연경을 '위대한 김연경'이라고 부른다. 브라질 배구 전문 매체 투두 볼레이는 “김연경이 배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세계랭킹 4위 터키를 상대로 이런 경기력을 보인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이번 대회에서 김연경의 활약을 보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 웹볼레이 역시 “김연경과 라바리니 감독이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 한국이 도쿄에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며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한국이 다시 한번 시상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거기에는 ‘스타’ 김연경과 라바리니 감독이 있었다”고 했다.
이탈리아 매체 오아스포르트도 “김연경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선수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며 “연경은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상대였던 터키 선수들을 포함해서도 가장 돋보였다. 전력 차이를 생각하면 신기하기까지 한 활약”이라고 감탄했다.
그 신기함은 김연경의 마음에서 나왔다. 조국을 위해 꼭 이기고 말겠다는 애국심과 투혼욕, 그러기 위해서는 나 혼자가 아니라 팀 전체가 잘해야 한다는 데서 나오는 헌신과 리더십이 팀 전체에게 전파돼 말 그대로 '신기한' 결과를 이룩한 것이다.
◇ 안산의 배구 소녀, 대한민국 대표가 되기까지...
경기도 안산의 배구 소녀 김연경은 중학교 때까지 키가 작았다. 165cm가 되지 않았던 선수는 작은 키를 만회하려고 리시브를 거듭하고 토스를 반복했다. 이렇게 다져진 기본기에 고등학교 시절 갑자기 ‘폭풍 성장’하는 하늘의 선물이 더해져 192cm의 세계적 선수가 되었다.
김연경은 자수성가 스타일이다. 보통 한국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에 진출하는 경우, ‘한국 시장’이라는 배경이 고려된다. 하지만 김연경이 터키에서 뛰고 있을 시절 페네르바체 경기는 한국 스포츠 채널에 한두 해 빼고는 중계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올림픽 전후부터 김연경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배구선수다.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냉정한 잣대인 세계 최고의 연봉이 증명하는 것보다, 더 영예로운 증거는 리우올림픽을 앞둘 당시 국제배구연맹(FMB)가 처음으로 선정한 ‘선수위원회’ 10인 명단에 김연경 이름이 올랐다는 것이다.
◇ ‘똥볼’ 처리, 배구 지능!
김연경은 프로선수 초기 치명적인 무릎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로 세계 정상의 선수로 성장했다. 숱한 라이벌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오직 김연경만이 터키리그에서 2011~2012시즌부터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좋은 볼을 잘 때리는 선수는 많지만, ‘똥볼’을 잘 처리하는 선수는 드물다. 김연경은 리시브(서브한 공을 받아넘기는 것)가 잘돼서 빠르게 이어진 토스를 처리하는 능력도 좋지만, 리시브가 잘 안 되거나 랠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려운 볼 처리 능력이 탁월하다. 이러한 능력으로 그는 항상 팀의 중심에 우뚝 섰다.
◇ ‘걸 크러시’ 폭발에 거대 팬덤 생성...
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팬들은 뛰어난 배구 실력 외에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유머러스한 것이 그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기자 인터뷰 중 “선수촌에서 보고 싶은 선수가 누구냐?”라는 질문에 “이제는 그들이 저를 보러 와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여유 있게 받아치는 모습 등에 많은 이들이 설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