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에서 ‘ㅋㅋㅋ’가 남용되는 이유
겉으론 웃음… 속으론 부정적 감정 은폐?
◇메신저를 주고받을 때,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ㅋㅋㅋㅋ'를 의미없이 주고 받는다. |
용건이 없을 때 전화를 주고받는 것보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이 더 흔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 용건이 별로 없더라도 톡을 이어나가며 상대와의 관계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가지기도 한다.
메신저가 생활화되면서 뒤따라 습관이 된 것은 ‘ㅋ’ 자판을 연속으로 누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표정은 딱딱하게 굳은 채로 메시지를 입력하더라도 손은 ‘ㅋㅋㅋ’를 입력하고 있다. 그만큼 웃음을 의미하는 ‘ㅋ’의 남용이 증가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ㅋㅋㅋ’만 있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성의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실제로 스마트폰 앱 ‘연애의 과학’을 만든 김종율 스캐터랩 총괄이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7년간 60억 건의 메시지를 AI에 축적하여 분석한 결과, 호감이 없는 경우에 ‘ㅋㅋㅋ’나 ‘ㅎㅎㅎ’를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반면, 애정도가 높으면 이모티콘을 더 많이 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로는 웃지도 않으면서,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면서 왜 ‘ㅋㅋㅋ’ 사용에 중독된 것일까.
이 이유에 대해 온라인 매체 ‘허프포스트’가 다음과 같이 자세히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웃음을 의미하는 ‘LOL’이 보편적으로 채팅 용어로 사용되기 때문에 위 원문의 기사는 ‘LOL’이라고 표기하였으나 본 기사는 국내에 맞게 ‘ㅋㅋㅋ’로 번역하였다.
1.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기 위해
*출처=shutterstock |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실망, 분노, 상처,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것을 꺼려한다.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건강하게 인정하고,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신저에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약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혹은 그런 것들을 조금씩 상대에게 드러낸 후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ㅋㅋㅋ’를 사용한다.
누군가 심각한 내용의 얘기를 하는 중에도 ‘ㅋㅋㅋ’를 사용한다면 깊은 상처나 고민을 공유할 때 상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일 수 있다.
2. 정확한 의도 전달
오직 글자만 전달되는 메신저 상으로는 의도와 다른 오해가 생겨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에 ‘ㅋㅋㅋ’를 붙여 상대가 혹시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3. 대화의 종료
상대방과의 대화를 끝내고 싶을 때도 ‘ㅋㅋㅋ’는 유용하다. 상대의 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를 때 주로 웃음을 선택한다.
4. 거절에 대한 두려움
데이트 신청을 할 때 “커피 한 잔 할래?ㅋㅋㅋㅋ”라고 물어보면 혹시 상대가 거절하더라도 마치 대단한 제안이 아니였던 것처럼 가볍게 여겨질 수 있다. 이처럼 혹시 거절당해 자신이 받을 수도 있는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물론 감정을 ‘ㅋ’이라는 글자의 반복으로 간단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들이 애용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상대와의 의사소통의 질을 저해할 수 있다.
미국 임상 사회복지사이자 치료자인 매들린 루카스는 오해를 막기 위해 ‘ㅋㅋㅋ’를 사용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해결책을 제안했다.
자신이 보내고 있는 ‘ㅋㅋㅋ’의 분명한 목적이 무엇인지,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은 무엇인지,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더 좋은 표현은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때에 맞게 유머러스한 사용은 괜찮지만, 무분별하게 ‘ㅋㅋㅋ’를 남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루카스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