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으로 연필 쥐고 공부해 교수 되다
양팔과 오른쪽 다리가 없는 남자
◇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한 이범식씨 *출처=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
2015년 SBS <세상의 이런일이>에 한 남자가 대학 강의실에서 발로 필기를 하는 사연이 소개되었다.
남자는 두 팔이 없고 오른쪽 다리도 잃었지만, 왼쪽 다리 하나만으로도 힘차게 살아간다. 어떤 사연일까.
사연의 주인공은 50대의 만학도 이범식씨다. 이씨는 산업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늦깎이 대학생으로 소개되었다.
그는 양팔이 없어 왼쪽 발로 연필을 쥐고 성실히 필기에 임한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발가락으로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쓰는 방법을 터득했다.
학교를 마친 이씨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환복 후 식사를 한다. 한쪽 발로 식사를 하고 한쪽 발가락으로 젓가락을 들어 반찬을 집는다. 젓가락을 사용하기 위해서 수년간의 노력이 있었다고 이씨는 밝혔다.
이씨가 학교에 갈 때에는 버스를 탈 수밖에 없다. 의족을 끼운 채 집을 나선 이씨는 버스를 탈 때에도 한쪽 다리로 바닥을 지탱한다. 하차벨도 입으로 누른다. 매일이 버팀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 왼쪽 발가락으로 펜을 쥐고 공부하는 이범식씨의 모습 *출처=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
비록 장애가 있지만 이씨에게는 운동도 무리 없다. 이씨는 서슴없이 무리에 껴서 한쪽 발로 족구를 한다. 중간에 넘어지기도 하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강의실로 향해 수업을 마저 듣기도 한다.
장애를 가졌음에도 비장애인과 다름 없이 활동적인 삶을 사는 이씨의 모습은 방송에 고스란히 송출되었다. 과연 이씨는 어쩌다 장애를 가지게 된 것일까.
이범식씨는 1985년 11월 전기 감전 사고를 당해서 양팔과 한쪽 다리를 잃었다. 22세의 나이에 겪은 불의의 사고였다. 이씨는 사고를 겪은 직후 ‘22살 본인의 인생이 너무나 아깝다’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사고를 당한 후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던 어느 날, 이씨는 새벽에 창문 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고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특별할 것 없던 평범한 날이었지만 창밖의 눈을 보며 큰 위안을 얻었다.
이후 이씨에게는 남은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겨나게 되었다. 2015년 방영 당시 이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 공부라 생각하며 꿋꿋하게 한쪽 발로 등교하고 공부했다.
첫 방영 이후 7년이 지난 올해 2월 제작진들은 이씨를 다시 방문했다. 이씨는 꾸준한 노력 끝에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후 문경대학교 사회복지재활과에서 겸임교수 자격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교단에 선 이범식씨 *출처=유튜브 채널 '우와한 비디오' |
그가 한쪽 발만을 사용해 쓴 붓글씨에는 ‘양팔 없이 품은 세상’이 적혀 있었다. 이씨가 장애를 입고도 다시 사회에 진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과 노력이 있었을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무수한 노력 끝에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사회에 진출해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 이씨는, 방송 말미에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인간은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좌절할 수도 있고 행복할 수도 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주어진 환경을 마주할 것인지에 따라 인생은 천차만별로 뒤바뀐다.
장애를 딛고 일어난 이범식씨의 사연은,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마주했을 때 이를 당당히 극복하고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