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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야구, '베이스볼 분데스리가'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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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공에서 바라 본 독일 함부르크 전경. 축구만 있을 줄 알았던 독일에도 '야구'는 있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유럽/아프리카 예선전이 열린 곳은 의외로 독일이었다.


종종 메이저리거들이 배출되는 네덜란드가 유럽에서도 야구 강국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독일 레겐스부르크가 WBC 예선 장소로 정해진 것은 상당히 이색적인 결과이기도 했다. 그 독일에서 홈팀을 포함한 총 6개국(독일, 영국, 스페인, 체코,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WBC 본선 라운드 진출 대결을 펼쳤다. 그런데, 정작 원정 5개국을 초청한 독일이 탈락하고 영국과 체코가 본선 무대에 진출하게 됐다. 작년 9월 16일부터 21일까지 짧은 기간 동안 불었던 독일의 '야구 바람'도 그렇게 종료됐다.

축구에만 분데스리가?

아니다, '베이스볼 분데스리가'도 있다!

그러나 독일은 예선전에서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첫 경기에서 영국에 1-8로 대패하면서 주춤했지만, 복병 남아공에 11-5로 대승했기 떄문이었다.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올림픽에 꾸준히 출전한 남아공을 꺾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뉴스거리였다. 다만, 체코전에서 패하면서 패자부활전 진출에는 실패했다. 만약에 독일이 체코를 잡았다면, WBC 본선 진출국에도 변동이 생겼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독일은 WBC를 1라운드에서 마감해야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독일도 자국에서 제법 규모 있게 야구를 한다는 점이었다. '베이스볼 분데스리가(Bundes-Liga)'로서, 세미프로리그로 진행된다. 1984년에 창설된 베이스볼 분데스리가는 무려 16개 팀이 존재하며, 1/2부 리그로 자체 승강제도 있다. 즉, 유럽 내에서는 제법 규모 있게 리그를 진행한다. 프로 경력이 있는 선수들에게 일정 정도 급료를 지불한다는 점에서 운영 역시 꽤 안정적인 편이다. 다만, 주 2회(보통 현지에서 금/토요일)에만 경기를 하기 때문에, 야구로만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다수의 선수들이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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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정식 프로가 아닌, 주말에만 열리는 '세미프로'가 존재한다. 사진=베이스볼 분데스리가

리그는 8개 팀이 북부/남부리그로 나누어 진행되며, 시즌당 경기 숫자는 30경기가 되지 않는다. 그만큼 짧고 굵게 운영되는 셈이다. 각 리그에서 4위 안에 들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리그별 순위의 대칭으로 토너먼트 경기를 치른다. 즉, 각 리그 1위팀 vs 4위팀, 2위팀 vs 3위팀이 만나게 되는 셈이다. 주말을 이용하여 축구 외의 색다른 재미를 찾는 독일인들이 꽤 모인다는 후문이다.


WBC 1라운드 예선이 레겐스부르크에서 열린 것도 이유가 있다. 아르민 볼프 아레나(Armin Wolf Arena)가 3천 석 규모를 자랑할 만큼, 유럽 내에서는 꽤 괜찮은 시설을 갖췄기 때문이다. 베이스볼 분데스리가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레겐스부르크로 가라는 현지인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베이스볼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팀은 '만하임 토네이도'로서, 창단년도 포함하여 무려 10회나 우승했다. 그러나 최근 우승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최근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오히려 최근에는 '하인덴하임 하이데쾨페'가 리그 3연패를 차지, 총 6번 우승을 자랑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독일리그에 몸을 담은 외국인 선수로 강봉규(前 삼성)와 황건주(前 SSG)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KBO리그 방출 이후 유럽에서 몸을 만들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던 이들의 흔적이 독일에도 남아있던 셈이다.


이렇게 '축구'로만 대변될 줄 알았던 독일에도 사실은 우리나라 '고교야구 주말리그'처럼 세미프로리그가 진행됐던 셈이다. 향후 레겐스부르크를 중심으로 야구 인프라가 조금 더 확장된다면, 프로리그 전환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독일 현지에서는 "분데스리가 하면 100% 축구를 떠올린다. 하지만, 베이스볼이 지금보다 더 많은 경기를 치른다면 축구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축구가 독일의 국민스포츠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에, 프로화 정착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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