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들여 터널 뚫던 중 1600년 전 ‘도시’ 발굴된 창원의 현재 상황
창원시는 현재 총제적 난국인 상황이다. 600억을 들인 터널 공사 중 고대 도시가 통째로 발굴되었기 때문이다. 유적 보존과 도로 건설을 두고 의견이 서로 엇갈린다고 하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그 속 사정을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창원시 석동과 천선동 연결하는 '제2안민터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1738억 원 들어가
국토교통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016년부터 제2안민터널을 건설하고 있다. 제2안민터널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석동과 성산구 천선동을 연결하는 터널로 폭 20m 왕복 4차선 도로다. 전체 길이는 터널 1.96㎞와 접속도로 1.84㎞ 등 3.8㎞에 해당한다. 2023년 완공을 목표로 보상비 427억 원과 함께 1738억 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률은 8월 말 기준 45%에 달한다.
제2안민터널은 창원시 진해구와 성산구를 연결하는 안민터널의 교통체증을 분산시키기 위한 취지로 추진된 사업이다. 창원시는 2023년을 완공 예정으로 삼았지만 시민들의 교통 불편을 덜고자 2021년 말 조기 개통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창원시는 다소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제2안민터널 공사현장에서 삼국시대 목곽묘를 포함한 다수의 유물들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이 유적지는 삼국시대 덧널무덤(목곽묘)군과 고분생활 복합유적군 중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경남 창원 진해)는 “문화재청 자료 분석 결과, 제2안민터널 사업 부지에 삼국시대 목곽묘 756기, 석곽묘 29기, 조선시대 분묘 897기 등 다양한 유물이 발굴되었다”고 말했다.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에 조사 의뢰, 예상 뛰어넘는 규모의 유물 쏟아져
3만 1370㎡ 매장문화재 조사 의뢰
6개 지구 나눈 뒤 발굴 진행 중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문화재 발굴 전문기관인 동아세아문화재 연구원에 터널 접속도로와 석동 쪽 출입구 3만 1370㎡에 매장문화재 조사를 의뢰하였다. 3월 30일부터 시작된 조사는 2022년 4월 7일에 마칠 것을 예정으로 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전체 조사구역을 6개 지구로 나눈 뒤 발굴을 진행하였다.
공사의 시급성과 민원을 고려하여 터널 출입구와 가까운 1지구 1만 5077㎡와 2지구 4250㎡ 등을 먼저 발굴 진행하고 있다.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발굴을 의뢰한 쪽과 하는 쪽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유적과 유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881기에 달하는 무덤이 확인되었고 화로 모양의 그릇받침 등 토기류 2622점과 청동으로 만든 칼자루 끝 장식(검파두식), 철로 만든 창과 도끼 등의 금속기류 1364점, 귀걸이와 목걸이 등의 장신구류는 41점 등의 유물이 4027점이 출토되었다. 이날까지 1지구와 2지구에서만 발굴된 것으로 확인된 유물들이다.
동아세아문화재 연구원은 1지구와 2지구 발굴 완료 시 이곳에서만 삼국시대 덧널무덤 1천 기쯤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발굴을 시작하지 않은 4지구 1만 290㎡와 5지구 1255㎡ 등 1만 1545㎡ 구역도 삼국시대 생활유적지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문가 검토회의에서는 이 일대를 ‘국내 최고 규모의 삼국시대 덧널무덤군’이자 ‘삼국시대 복합 유적군’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중심구역에 대한 보존 방안을 검토한 후 추진하기를 바란다며 유적 보존 방안을 제시하였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동아세아문화재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조사구역 유적은 가야 세력의 전성기였던 4세기 후반으로 추정된다”며 “당시 매우 큰 도시였을 것이다. 경남 김해의 금관가야와 고성의 소가야 사이에 있어 바닷길을 이용한 중계무역 도시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방대한 유물·유적 보존 방안 두고 갑론을박 이어질 듯
회의 열었지만 답 찾지 못해
터널 선형 변경은 불가능
발굴 초기 단계이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규모의 유물과 유적이 발견되면서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창원시, 동아세아문화재 연구원 등은 고민에 빠졌다. 문화재를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를 몇 차례 열었지만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쪽은 “제2안민터널 건설에 맞춰 관련 도로들이 건설되고 있다”며 도시계획에 의한 사업이기 때문에 터널 선형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맞춰 관련 도로들이 건설되고 있고 이미 600억 원 이상 투입되었다는 점도 언급하였다.
동아세아문화재 연구원 쪽은 “발굴 전에는 어떤 문화재가 있는지 알 수 없고 변수도 너무 많다. 4지구와 5지구는 아직 발굴 조사를 시작도 하지 못했다. 발굴이 끝나기 전에 보존 방안을 논의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한 “일반적 조사 때보다 3배 이상의 인력을 들여 발굴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유적지와 유물들이 나와 2020년 4월 7일 이전까지 마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 내세운 제2안민터널조기개통... 발등에 불 떨어진 창원시장
내년 12월로 개통 제시
현재 개통일 의미 없어
허성무 창원시장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창원시장 선거 당시 ‘제2 안민터널 조기 개통’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또한 허 시장은 터널 공사 현장을 방문해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제2안민터널의 조기 개통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내년 12월로 개통을 제시했다. 그동안은 보상비의 부족으로 공사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보상비 전액이 확보돼 보상협의가 완료되면서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던 중이었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지난달 3일 허 시장이 조기 개통을 제시한 것은 발굴된 유적과 유물의 규모를 보고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현재로썬 조기 개통일은 의미가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관계자는 “이 문제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문화재청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제2안민터널의 조기 개통의 관건은 문화재 발굴조사의 완료라고 말했다. 발굴조사가 완료되어야 해당 구간의 공사 진행이 가능한 실정이다. 창원시는 현재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문화재 조사 기관 등과의 협조를 구축해 문화재 조사가 조속히 완료되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