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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째 연봉 2600만원’ 이젠 화장실 갈 때도 보고하라고요?

극한직업군, 콜센터 노동자


6분에 1콜꼴로 하루 평균 70콜 소화


재택근무 전환 후 노동통제 심해져


인력 증원, 연봉 인상 요구


코로나19 이후 국내 채용시장이 한층 각박해졌다고는 하지만, 유독 사람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직종도 있는데요. 전염병이 전국을 강타한 이후 배송과 온라인 쇼핑이 일상에 더 깊숙이 스며들면서 자연스레 콜센터로 걸려오는 주문량은 폭주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도 ‘닭장’으로 비유되며 열악한 근무환경을 자랑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콜센터는 재택근무로 전환한 이후 더 악독한 노동 통제에 시달리고 있다는데요.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콜센터 노동자들의 얘기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사진출처_노동자연대

사진출처_노동자연대


국내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 콜센터 상담사를 채용하는 채용공고수는 하루 평균 1100여 개 정도입니다. 각 채용공고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업무 난동’, ‘인센티브 보장’, ‘동종 업계 대비 콜 수 적고 교육 짧은 편’등 매력적인 문구를 내걸고 직원을 모집하는데요. 콜센터 상담사는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 정규직으로 채용공고에 적시된 내용만 놓고 보자면 처우는 그리 나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예컨대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 1위 업체 콜센터 상담사는 한 달에 인센티브를 포함해 240여만 원을 지급하는데요. 주 5일 근무에 4대보험도 자동적으로 가입됩니다. 이러한 조건만 놓고 보자면 보통의 다른 직업군들과 비슷한 근무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 같은 근무조건에도 콜센터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이유는 면접 자리에서부터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통상 콜센터 채용 과정은 서류전형, 면접, 교육 세 단계로 진행되는데요.


지난달 국내 한 물류업체 콜센터 직원 채용 면접을 봤다는 서모 씨는 “사전 통보 없이 결근하면 수당을 받을 수 없고, 결근을 단 하루만 하더라도 인센티브, 만근수당, 정착 지원금 등 각종 수당 일체를 못 받는다고 하더라”라며 “근무하게 되면 보통 6분에 1골꼴로 하루 평균 70콜을 소화해 내야 한다고 하는데 도저히 잘 해낼 자신이 없어서 면접에 합격했지만 가지 않았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출처_KBS뉴스

사진출처_KBS뉴스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국내 콜센터 업체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콜센터 노동자들은 기존보다 더욱 집요한 노동통제에 시달리고 있다는데요. 국내 한 대기업의 자회사 콜센터는 직원들에게 화장실을 갈 때 보고하고, 재택근무 이후 실적이 떨어지면 다시 내근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지를 내렸습니다.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 김 모 씨는 “3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화면이 빨간색으로 변하면서 관리자에게 ‘어디에 있냐’는 쪽지가 온다”라며 “화장실 갈 때 보고하라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나중에는 화장실을 많이 간다는 이유로 트집 잡아 뭐라고 하시기에 생리현상인데 어쩔 수 없지 않나는 마음에 억울함이 치밀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또 다른 콜센터 업체는 재택근무 중 업무용 컴퓨터를 집안의 가족이나 지인이 보고 고객 정보를 빼돌릴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카메라를 켜 놓으라는 지시를 하는가 하면, 30분마다 컴퓨터 화면을 캡처해 업무 진행 상황을 공유하라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사진출처_SBS뉴스

사진출처_SBS뉴스


직장에서 겪는 불편함도 여전하지만 콜센터 직원을 향한 고객의 폭언에 대한 문제도 여전한데요. 질병관리청이 백신 접종 예약이나 백신 부작용에 대한 상담을 하기 위해 24시간 운영하는 1339콜센터는 한 달에 400만 건에 달하는 전 화랑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상담원 규모를 1천 명 가까이 늘렸지만 실제 일하는 콜센터 직원은 740여 명에 불과한데요.


이는 업무 특성상 응급구조사 혹은 간호사 면허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채용하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고객의 폭언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퇴사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한 1339콜센터 상담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족들을 해코지하겠다는 유형도 있었고 무작정 욕을 하는 경우는 다반사였다”라며 “함께 일하는 동료 모두가 마음에 짐이 서서히 쌓이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출처_뉴스핌

사진출처_뉴스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달 6일 콜센터 노동자들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거리에 나섰는데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콜센터 노동조합은 같은 날 서울 종로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임금 개선, 인력 보충 등을 요구했습니다.


노조 측은 콜센터 노동자들이 민간기관 간접고용과 외주화 등의 이유로 만성적인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노조 관계자는 “콜센터 위탁업체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저임금으로 책정해놓고 4~5년 차 때부터는 임금을 동결하며 근속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국내 한 보험회사 콜센터 지부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콜센터 상담원들은 그저 전화만 받는 직원으로 홀대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5년 이상 근무해도 콜센터 노동자의 연봉은 2600만 원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는데요. 기자회견 후 청화대까지 행진을 하려 했던 시위대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행진은 어렵다는 이유로 경찰과의 충돌을 빚기도 했습니다.


사진출처_아시아타임즈

사진출처_아시아타임즈


한편, 콜센터 노동자들의 향후 업계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이 아닌데요. 그 이유는 콜센터 업계에도 AI 기술이 속속들이 적용되고 있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KT 고객센터의 경우 AI보이스봇 지니를 통해 매일 24시간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지니는 송액 결제, 요금제 확인 등 비교적 간단한 상담업무 170여 종과 문의사항 1만 2천 가지를 처리해 준다고 합니다.


국내 한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 하루 약 28만 3천 건에 달하는 상담이 이뤄지는데 이 중 상담사가 연결되는 비중은 33% 수준”이라며 “디지털 상담을 원하는 고객 비중도 차츰 늘어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이후 보다 악독한 노동환경에 놓이게 된 콜센터 노동자들의 현실에 근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여러분들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선 어떤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2021.11.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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