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에 매각’ 이수만이 키워온 SM을 떠나보내는 진짜 이유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시장에서 M&A(인수·합병)가 활발한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매물로 등장해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카카오, CJ, 네이버, 하이브와 같은 대규모 기업들이 SM을 인수하고자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현재 SM의 매각 진행 현황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대표 연예 기획사 SM
경영권 시장에 내놓아
SM은 우리나라 1세대 연예 기획사로, 이수만 프로듀서가 1995년에 설립했다. 1996년에 H.O.T.를 첫 타자로 데뷔시킨 뒤, SES, 신화, 동방신기, 소녀시대, 엑소 등 내로라하는 유명 아이돌 그룹을 줄줄이 배출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아이돌 그룹이 대거 있는 SM은 당당하게 명실상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이수만은 SM 설립 이후, 26년 동안 경영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수만은 SM을 매각하기로 했고, SM의 지분 18.73%를 매각 대상으로 밝혔다. 이수만을 제외하고 SM에 대해 5%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은 5.04%를 가진 한국투자신탁운용이다. SM이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이수만이 지분을 인수해 준다면 SM을 비롯한 38개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SM 인수에 대한 후보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J그룹, 네이버, 하이브 등이 있다. SM 경영진들과 이수만은 후보 기업과 다방면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러나 시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범수 의장·이미경 부회장
이수만과 접촉 진행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는 음악 콘텐츠 제작 및 배급, 연예 매니지먼트, 영상 콘텐츠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음원 서비스의 대표 강자인 ’멜론‘도 카카오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카카오가 SM을 인수했을 때, 거대한 두 엔터테인먼트가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여 영상 콘텐츠 사업에서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소속 아티스트를 내세운 드라마, 영화,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이사회의 김범수 의장은 이수만을 비롯한 SM 경영진들과 접촉하여 인수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카카오가 SM을 인수하며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면, 네이버&하이브에 버금가는 대항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의 대표적인 경쟁 상대는 CJ그룹(이하 CJ)이다. CJ의 이미경 부회장은 미국에 체류 중이었지만 이수만과 만남을 진행하기 위해 귀국했을 정도로 SM 인수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CJ의 대표적인 계열사인 CJ E&M은 우리나라 문화 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음악 산업을 거의 장악하고 있을 만큼 파급력이 크다. 이외에도 영화, 음반, 방송 채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SM을 인수했을 때 시너지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하이브도 SM을 매각하려고 나섰지만, 이수만이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제외됐다. 그러므로 SM 인수 경쟁은 카카오와 CJ의 경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SM의 몸값을 2조 5000억 원에서 4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SM은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에, 어느 곳에 인수돼도 SM의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로듀싱 능력 중요해서
매각에 더 기울어
시장과 대중들은 왜 이수만이 SM을 승계하지 않고 매각했는지 궁금증을 갖고 있다. 엔터 분야는 프로듀서의 경영 역량에 따라 기업의 방향성과 성공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런 특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수만은 자신의 프로듀싱 능력으로 SM을 성공으로 일궜기 때문에, 경영권을 2세에게 승계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2세인 장남 이현규 씨에게 승계 조짐이 있긴 했다. 이현규는 2013년에 엑소와 소녀시대의 노래를 작곡했고, 이수만이 소유한 음원 업체의 사내이사로 등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수만이 소유한 또 다른 회사인 ’라이크기획‘이 SM의 주주 가치를 해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그 파장이 다른 개인회사에서 퍼졌다. 이로 인해 이현규는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고, 경영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또한, 이수만은 수년 전부터 SM을 매각하려고 고민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SM을 경영하면서 2003년에 횡령 혐의로 구속됐고, 탈세가 두 차례 적발되기도 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마찰도 빚었다. 게다가 2014년에는 자신의 부인인 김은진 씨와 사별하면서 더욱 심신이 지치자 SM 매각에 마음이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SM 매각설은 수년 전부터 돌았지만, 구체적인 후보군이 거론되며 제대로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경영진의 역량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은 막대한 증여세를 부담하면서까지 2세에게 승계해 줄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연예 사업에 대한 전망과 가치가 고평가되고 있고, SM이 호실적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매각하기 적절한 시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