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급매물로 나오게된 ‘일류 항공사의 상징’, 이유가?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려워진 항공사들은 생존 방안을 도모하기 위해 무착륙 관광 비행을 시행했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동일하지만 약 2시간 정도를 상공에서 날며 여행 기분을 내도록 한 것이다. 대한항공과 한진관광은 ‘하늘 위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A380을 이에 활용했다.
5년 이내에 중단할 계획
중대형기 위주로 공급
한진그룹 회장인 조원태는 5년 이내에 A380의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B747-8i도 10년 이내에 모두 없애겠다고 했다. A380과 B747-8i는 각각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와 보잉의 대표적인 초대형기다. 좌석 수는 407석, 368석이며 대한항공은 이를 각 10대씩 운행했다. 대한항공과 합병될 계획인 아시아나항공도 6대의 A380을 운항하고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중단될 전망이다.
또한, 조원태 회장은 중대형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내비쳤다. 중대형기 B777-300ER을 항공기 중에서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하며 중대형이나 중형 위주로 항공기를 개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한항공이 집중할 주력 항공기는 친환경 모델로 불리는 B787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대한항공은 ESG 채권 발행으로 3500억 원을 조달했는데, 이를 B787 도입에 투자할 계획이다.
장거리 노선에 주로 활용
좌석 넓고 가격 높아
A380은 항공사 요청에 따라 좌석을 최대 600석까지 만들 수 있는 초대형기이다. 국내 항공사는 대부분 최대 500석까지 제작했고, 좌석이 많고 운항 가능 거리가 길어서 장거리 노선에 주로 활용됐다. 그래서인지 기본적으로 좌석 금액이 높았다. 일등석은 적어도 백만 원을 뛰어넘었고, 비싼 값임에도 타기 위해 마일리지까지 써가며 타려는 수요가 상당했다.
A380은 2007년에 처음 상업 비행을 시작했고 일류 항공사의 상징으로 도약했다. 기존에는 보잉747이 ‘하늘의 궁전’이라는 별명으로 일류 항공기의 자리에 있었지만, A380이 등장해 그 자리를 위협했다. 에미레이트 항공도 160대가 넘는 A380을 구입해서 욕실, 침대, 스파 등을 구비하고 2층에는 기내 바, 면세점까지 마련했다.
비좁은 항공기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에게 A380의 등장은 혁명적이었고 해외여행 수요 증가로 인기는 더 많아져 갔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서 에어버스는 매년 40대 이상을 판매하고 누적 보급 1200대를 채우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메이저 항공사들도 A380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으며 뉴욕, 파리, 프랑크푸르트와 같은 인기 있는 장거리 노선에 활용했다.
초대형기 효율성 떨어져
세계적으로 A380 중단 중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A380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보잉787 드림라이너의 등장도 A380의 몰락에 한몫했다. 보잉787 드림라이너는 탄소를 활용한 가볍고 효율성이 높은 연료를 썼고, 이것이 장거리 여행을 점점 대체하게 됐다. 중형 비행기의 인기가 높아지자 A380과 같은 초대형기의 비효율성이 논란에 섰다.
A380이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것이라 연료 효율이 높아도 이는 승객을 모두 태우고 운항했을 때의 이야기다. 승객을 채우지 못한 채로 운항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덩치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대형 터미널을 가진 공항도 별로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직격탄으로 인해 A380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장거리 해외 노선에 활용되던 여객기라서 여행이 차단되자 초대형기 수요도 급감했다.
현재 전 세계에 있는 240대의 A380 중 3개 항공사에서 21대만 운항 중인 실정이다. 싱가포르항공은 4대의 A380을 호주 한복판에 있는 사막에 옮겨둬서 장거리 보류에 돌입했다. 세계적인 항공사인 영국항공, 콴타스항공, 루프트한자 등도 A380의 운항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