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 주민들 대피한 빌라, 자세히 보니…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에 있는 H 빌라 건물이 점점 기울고 있어서 주민들이 대피에 나섰다. 시공사 측에서 보강 공사까지 진행했지만, 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주민들은 임시 거처에 살면서 행정 처리에 답답함을 호소 중인데 어떻게 된 일일까?
보강 공사 진행하자
더욱 상황 심각해져
해당 빌라 단지에 있는 2개 동은 작년 11월쯤부터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그 원인은 H 빌라 앞 2m 떨어진 지점에서 신축 다세대 주택이 새로 건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H 빌라는 흙산 정상 부근에 위치해서 애초에 단단한 지반에 지어지지도 않았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주민들은 건물이 조금씩 기울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다. 시청에서 시행한 안전 진단을 통해 D등급을 받게 됐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보강 공사를 요구했고, 신축 건설을 맡은 시공사에서 보강 공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이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빌라 외벽과 바닥의 틈이 이전보다 훨씬 벌어졌고, 외벽에는 균열이 이곳저곳 발생했다. 빌라 내부에서도 기울기 때문에 방문이 제멋대로 닫히거나 열리고, 벽 속에서 소음이 들리기도 했다.
보강 공사가 오히려 빌라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자 주민들은 다시 항의했고, 결국 시공사는 공사를 중단했다. 그리고 주민들과 협의를 거쳐서 지반을 보강하고 원상 복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보강 공사는 진전되지 않았고, 시청 측은 H 빌라의 안전 진단이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남겼다.
광주시장까지 방문해도
달라진 것은 없어
보강 공사로 인해 H 빌라 살던 주민들은 폭우가 내리는 한밤중에 대피를 진행했다. 이들은 시공사에서 제공해준 임시 빌라, 친인척 집, 숙박 시설 등에서 임시방편으로 사는 중이다. 주민들은 시청 측이 석연찮은 대처와 답답한 행정 처리를 보이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H 빌라와 관련된 보도는 지난 6월부터 언론에 등장했고, 광주시장까지 등장해 상황을 살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광주시의 한 시의원은 현장까지 방문해서 자신의 보좌관에게 TF팀을 만들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TF팀은 구경도 못 해본 상태며 연락이 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해당 지역은 이미 비슷한 사고가 수차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2011년에는 집중호우로 인해 광주시 송정동에 있는 한 연립주택의 옹벽이 붕괴된 적도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주택에 거주하던 8가구는 긴급 대피를 진행했다. 2019년에는 광주시 초월읍에 있는 옹벽이 무너져서 토사가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산지에 짓는 빌라에
규제가 더욱 필요해
부실 공사로 인한 사고가 몇 번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광주시에는 신축 공사가 한창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은 강남, 분당, 판교 등의 도시로 뛰어난 접근성을 가져서 배후 주거지로 적합하다. 교통 호재도 잇따라서 실수요자들의 관심도 점점 올라가고 있다.
H 빌라가 있는 오포읍의 인구도 최근 2년 사이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오포읍에는 광주시 인구의 3분의 1가량이 거주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러나 광주시는 산지 비율이 높아서 평지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힘들다.
이로 인해 시공사들은 우후죽순 산지를 깎아서 빌라를 개발했다. 이렇게 지어진 빌라들은 지반적 특성이 연약하기 때문에 자연재해나 인근 공사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된다. 산지에 있는 빌라에는 서민들이 많이 사는데, 시공사도 가격과 같은 측면을 고려해서 상대적으로 허술하게 공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측에서 안전 진단 기준을 강화하고 철저한 점검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시청에서도 H 빌라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대비책을 아직 마련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산지를 개발할 때는 더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