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0명’ 억대연봉 받으려고 1년 준비했는데 어떡하죠?
은행원 평균 연봉 1억 원
공채 폐지하는 시중 은행
이공계·경력자만 모집
상경계 학생들 패닉
[SAND MONEY] 상경계 학생들에게 꿈의 직업이라고 불리는 ‘은행원’이 되기 위한 관문이 점점 바늘구멍처럼 좁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시중은행이 공채를 폐지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은행원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취준생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 그나마 존재하는 모집 인원은 대부분 이공계 학생이나 경력자만을 뽑는 자리라고 하는데, 은행권 취업의 실태에 대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대학에서 경영·경제학과를 전공한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은행권 입사를 한 번쯤 꿈꿔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상경계 학생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일부 시중은행에서 공채 모집을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 11월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올해 신입 은행원의 공개채용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해 공채는 없을 것 같지만 완전히 폐지하기로 확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수시채용을 통해 은행원 모집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작년에도 공개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던 우리은행은 올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공채 계획이 없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확산으로 대규모 채용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써 우리은행 채용 규모는 2019년 대비 70% 이상 줄어들었다.
이처럼 최근 각 시중은행은 신입 은행원을 뽑는 공개채용을 실시하지 않거나 혹은 인원을 대폭 줄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5대 시중은행이 정기 공채를 통해 뽑는 신입 은행원 수는 1,000명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인 2,033명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숫자이다.
아무리 업계가 어려울 때도 인원 감축은 있어도 공채를 아예 진행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기에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시중 은행들의 공채 인원 감축 결정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며 채용 시장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금융 서비스가 점차 디지털로 전환되고 있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생활이 각광받게 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취준생들은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 원 수준인 은행원 입사를 꿈꿔 준비하다가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라며 한탄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은행권에서 신입 공채에 등을 돌린 가운데, 개발자 등 IT 전문 인력에 대해서는 문을 활짝 열어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서비스의 디지털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 시중은행에서는 신규 채용 인력을 개발자와 같은 기술자에게 집중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시중은행의 수시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인공지능(AI) 기반 개발자’, ‘디지털 관련 분야 경력자’,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전문 직원’, ‘빅데이터 전문 인력’, ‘블록체인 개발 경력자’, ‘앱 디자이너 경력 보유자’ 등을 우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각 시중은행에서는 신입 공채를 줄이고 기술자 우대에 나서면서 채용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하나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이 올해 9월 말까지 채용한 IT 직무 인력수는 370명으로 전년도 총합인 315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권의 채용 방식 변화가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금융 소비자들의 상품 가입 경로가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가게 되자, 각 은행에서는 영업점을 통폐합하며 비용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은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동안 지점·출장소를 포함한 점포를 약 380곳 가량 줄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각 은행들이 공채 규모를 줄이는 것이 채용 방식의 효율성을 올리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을 신규로 채용해 업무에 적합한 인재로 키워내려면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 측에서 주장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견에 반박하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입장도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지난해와 올해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각 은행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 실업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