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애인 다시 만나보려고…100만원 썼다가 돈만 날렸습니다”
재회 컨설팅 업체
2030 세대가 주 고객층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될 가능성 커
“또 다른 형태의 데이트 폭력” 지적
영화 <시라노 조작단>은 의뢰인의 짝사랑을 외사랑이 아닌 쌍방 간의 사랑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술수를 꾀하는 조직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내는데요. 영화 속에 나오는 이 단체가 행하는 일을 똑같이 하는 단체가 현실 속에도 있습니다. 영화와 다른 현실을 꼽자면 이들이 행하는 일은 불법적인 요소와 크게 맞닿아있다는 점인데요. 사랑하는 이와 재회하고자 싶은 욕망이 가득한, 실연당한 이들의 지갑을 노리는 이 단체의 실체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전 남자친구 진짜 가지가지 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는데요. 글 작성자는 열흘 전 모 업체로부터 사연 쓰는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연락이 오더니 오늘은 분실한 usb를 주웠다는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해당 문자를 공개했습니다. 첨부된 캡처본에 따르면, 문자 발송자는 “중요한 내용이 담긴듯한 usb를 주웠는데 그 안에 저장된 연락처 중 하나를 선택해 연락드린다”라며 “연락이 되신다면 usb 주인에게 전달 좀 부탁한다”라고 말하는데요.
작성자는 “전 남자친구가 재회 컨설팅 업체에 의뢰한 거 맞는 거 같다”라며 “헤어진 게 벌써 두 달이나 다 돼 가는데 무슨 짓거리인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습니다. 해당 게시글에는 “저런 업체도 있구나”, “요즘 누가 ubs에 연락처를 넣고 다니냐”, “내 주변 지인도 어떤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연락 온 지 2주쯤 지나니까 모르는 사람한테 전 남자친구 지갑 주웠는데 그 속에 들어있던 연락처로 연락드린다는 문자 왔었다고 한다”라며 “아무래도 재회 컨설팅업체 패턴이 비슷한 듯”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게 해주겠다며 20~30대 젊은 층을 주 타깃으로 고액을 받아내는 일명 ‘재회 컨설팅’업체들이 많은 이들의 피해를 유발하고 있는데요. 실연당한 이들의 슬픔을 악용한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업체가 행하는 일들이 미행, 뒷조사 등 불법적인 요소와도 깊이 관계돼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재회 컨설팅 단어를 입력하면 수십 군데의 업체가 검색되는데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재회는 당장이라도 이뤄질 것처럼 광고 문구를 내걸어둔 업체들은 상담비용으로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5백만 원에 달하는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들 업체가 판매하는 상담 서비스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될 수 있는데요. 우선 의뢰인으로부터 전 연인의 정보, 연애사, 이별 경위 등을 전해 들은 업체가 재회 확률을 알려주는 분석 단계, 이후 상담을 진행해 업체가 솔루션을 제시하는 상담 단계, 의뢰인이 상담 내용을 실행으로 옮기는 실전 단계로 분류됩니다. 보통 상담 가격이 비쌀수록 상담 종류와 서비스 시간은 길어지는데요. 예컨대 가장 비싼 상품의 경우 재회에 성공할 때까지 상담이 이뤄진다고 홍보하는 식입니다.
문제는 전문성을 갖춘 업체가 드물어 비싼 돈을 냈음에도 재회에 성공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요. 업체가 제시하는 솔루션대로 행했음에도 재회에 실패하거나 상담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제대로 된 환불이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이 현실입니다.
재회 컨설팅 업체에 300만 원을 낸 남성 B 씨는 뻔한 상담 내용이 불만족스러울뿐더러 상담이 진행된 후 전 연인으로부터 문자 한 통밖에 받지 못해 업체 측에 환불을 요구했는데요. 업체는 약관을 거론하며 10%만 환불해 줄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B 씨의 사례처럼 일부 재회 컨설팅 업체들은 홈페이지에 ‘불만족 시 환불’문구를 내걸고 있지만 막상 취소·환불 규정을 살펴보면 “서비스가 제공된 이후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라고 적시한 경우도 있는데요. 이와 같은 피해 사례는 점점 증가하는 실정입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재작년 상반기까지 재회 컨설팅 관련 피해 접수 사례는 50건에 달하는데요. 피해 금액이 200만 원 이상인 경우가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재회 컨설팅업체가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단이 동원된다는 점인데요. 업체마다 방식은 제각기 다르나, 통상 의뢰인에게 받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신상정보를 바탕으로 우연한 만남을 조성하는 것이 보통이기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유출한 의뢰인 뿐만 아니라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도적인 만남을 조성한 업체도 처벌 대상에 해당되는데요.
법률 업계 종사자는 “우연한 만남의 기회를 주선하고자 전 연인의 통화 내용을 도청하거나 위치를 추적하는 등의 범죄행위를 업체가 저질렀다 할지라도, 의뢰인이 업체에 돈을 지급한 이상 불법행위를 교사했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라며 “업체에 전 연인의 정보를 넘기기 전 나도 모르는 새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외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수집해 제3자를 동원해 접근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형태의 데이트 폭력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여러분은 실연당한 이의 마지막 동아줄 혹은 또 다른 형태의 데이트 폭력이라는 재회 컨설팅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사이 어느 쪽이 더 온당하다고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