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끝났나.’ 금리 인상에 동학개미 발등에 불 떨어진 이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해, 향후 증시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고 있다. 흔히 금리가 바닥이면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가 천장에 가면 주가가 하락한다고 알려져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져,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을 통해 이제 초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테이퍼링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실적이 안정적인 종목으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금리 인상 직후
코스피 0.58% 하락
금리 인상 발표 직후 코스피는 한 차례 출렁였다. 그리고 이내 반등에 성공한 듯하더니 오후 내 낙폭을 키워 결국 전 거래일보다 0.58% 하락한 3,128.53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금리가 낮을 때 주가가 상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령 은행의 예금 금리가 1%라고 하면, 누구나 은행을 떠나 다른 투자처를 찾으려 한다. 때문에 금리가 낮을 땐, 많은 사람이 주식시장으로 모여든다. 사람들이 모여드니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는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지금 은행의 예금 금리가 10%라고 가정 해보자. 이 경우엔 사람들이 위험한 투자보단 안정적인 은행 예금을 선호하게된다. 뿐만 아니라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망하는 기업이 생길 수 있고, 결국 주식시장의 위험은 더 커지게 된다. 이 때 위험을 감지한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는 수가 늘어날수록 주가는 더욱 하락하게 된다.
기준 금리 인상에
대출 이자 부담 높아져
또한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돈 빌려 주식이나 부동산을 사는 것에도 제한이 생긴다. 특히 은행 신용대출이나 증권사 신용융자 등으로 투자 자금을 마련했던 개인 투자자들에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사상 최고 기록을 쓰고 있는 ‘빚투’(빚 내서 투자)를 서둘러 정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하며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증시 조정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신용 거래에 시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투자 협회에 따르면 신용 잔고는 지난 18일에 25조 6111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25일 기준으로는 24조 4541억 원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용 융자 거래 당사자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현재 개인의 이자 비용 부담액은 1조 8000억 원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이다.
증시 조정에 빚투 증가
주요 투자처는 반도체
이처럼 신용 융자가 급격히 증가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최근 계속되는 국내 증시 조정에, 바닥이라고 판단한 개인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를 노리고 ‘빚투’에 나선 것이 대출액을 높인 것이다.
또한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는 최근 낙폭이 컸던 반도체 종목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8월 국내 반도체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약 11.45%, 14.58% 하락했고, 원익ISP, DB하이텍, LX세미콘, 리노공업 등 반도체 관련주들도 대부분 큰 폭의 하락을 겪었다.
이에 신용 거래도 늘었다. 8월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공여율은 4.74%로 최대치로 집계됐다. 특히 신용 잔고율는 0.21%로 지난 2018년 액면분할 당시 이후 최대치다. 신용잔고율은 전체 상장 주식 수 대비 신용 거래 잔고 비율을 의미하며, 신용공여율은 일일 전체 거래량 대비 신용 매수 비율을 나타낸다.
보통 장기투자 시 하락장에선 매수에 나서고, 기다렸다 상승장에서 매도하는 것이 격언으로 회자된다. 그러나 높은 수익률만 노리고 빚투에 나선 이들에겐 시간적 여유가 없다. 빚을 내 투자한 경우, 조정이 길어질수록 피해가 증폭되고 인내심은 바닥난다. 또한 신용 거래의 경우, 기일 내 처리하지 못하면 반대 매매에 들어간다. 반대 매매란 신용 거래로 주식을 매수 한 후 거래일 기준 3일 동안 갚지 못했을 때, 증권사에서 해당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것을 말한다.
8월 21일 기준 반대 매매 비중은 10.8%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 매매 시 증권사는 기계적으로 하한가에 주식을 팔아버린다. 이에 전문가들은 “반대매매가 해당 종목의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주가 하락이 또다시 반대 매매를 증가 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며, 신용 거래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