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내려야 다 산다”는 홍석천의 호소에 건물주도 할 말은 있었다
이태원 요식업의 큰 손 홍석천도 결국 임대료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SNS를 통해 14년간 운영하던 태국 요리 전문점의 폐업 소식을 전했다. 2019년에만 벌써 3번째 폐업이다. 홍석천은 2005년경부터 이태원 해밀턴 뒷골목에 가게들을 확장해가며 오늘날 “뜨는 동네 이태원”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잇따른 그의 폐업 소식은 소위 잘 나간다는 연예인조차 젠트리피케이션 앞에서는 버티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날이 갈수록 임대료가 오르는 곳은 증가하는데 도대체 왜 임대료가 떨어지는 곳은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것일까? 건물주가 쉽게 임대료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파헤쳐 보도록 하자.
임대료 상승 열차의 종착역은 ‘공실률’
홍대·합정은 5.6%로, 이태원과 달리 확연히 낮은 공실률을 보여주고 있다. |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의 2019년 3분기 중대형(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30m² 초과) 상가 공실률은 26.5%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의 최초 작성 시점인 2013년 1분기의 공실률이 3.3%인 것으로 보았을 때 약 6년 사이 13%나 증가했다.
보증금 없는 완전 월세로 가정했을 때 가장 최근 조사가 이루어진 19년 3분기의 단위면적(㎡) 당 임대료는 49,740원으로, 45,290원이었던 13년 1분기 대비 9.8% 증가했다. 기준 면적인 330m² 규모에서 사업하는 임차인이라면 13년에는 월 임대료는 14,945,700원이다. 그러나 2019년은 16,414,200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독특한 분위기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던 경리단길에선 이젠 북적거림을 느끼기 어렵다. |
이렇듯 공실률 현상의 본질은 임대료 상승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모두가 알 듯 이태원과 경리단길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단순히 임대료를 내리면 다 해결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왜 어려운 것일까?
임대료 못 내리는 건물주의 속사정
임대료라는 것은 시세를 형성하기에 특정 임대인이 자율 결정권을 갖기가 어렵다. 임대료는 지역의 평균 시세로 묶여있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한 특정 건물주가 지역 평균가보다 임대료를 낮게 측정한다면 해당 지역의 다른 건물 임대료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마음대로 가격을 조정하기 어렵다.
또한 임대료는 곧 건물의 가치를 의미한다. 부동산을 구매할 때 보통 은행 대출을 통해 구매하기 마련이다. 이때 담보물로 상가건물을 잡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건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요소가 임대료다. 따라서 임대료 인하는 곧 건물 가치의 하락, 자산의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임대인은 지금 당장 공실이 되더라도 임대료를 인하하는 것보다 건물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명목상의 건물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정 기간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렌트프리’ 상가가 등장하고 있다. 건물 시세를 유지하고자 의도적으로 임대료를 높게 측정하고 일정 기간 무상으로 임대해주는 형태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공실 상태인 종각의 대로변 1층 상가와 종각역 앞의 건물의 경우 전체 월세 기간을 줄인 대신 렌트프리 기간이 6개월 ~ 1년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한다.
임대료 인하 막는 임대료 상한선
만약 건물주가 임대료의 인하를 결정하고 낮춘 금액으로 임차인과 계약을 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향후 10년간 처음 계약한 임대료에 따라 건물주의 총 수익이 결정된다. 그 기간 동안 해당 지역의 임대료 시세가 전반적으로 낮아져 상권이 살아날 경우, 지역 내 임대인들 중 끝까지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고 버티는 쪽의 이득이 가장 크게 된다. 이러한 구조가 형성되어 있기에 침체된 상권을 부흥시키기 위해 임대인들이 합심하여 임대료 인하를 결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건물주도 임대료 상승에 대한 상권 침체와 그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더욱이 자신의 자산 가치와 연결되어 있는 문제니 더욱 예민하게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대출 이자 상환에 대한 보상 심리, 내 건물만큼은 주변 건물보다 더 많은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 심리, 임대 시세가 곧 내 건물의 가치를 의미하는 시스템과 같은 요인이 임대인이 임대료 인하라는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주원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