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팔아야겠어요” 롯데가 내놓은 40년간 모은 부동산 자산
롯데가 땅 부자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롯데는 창업한 1967년부터 부동산 매입해왔다. 창업자 신격호 명예회장은 “부동산을 사두면 언젠가 돈이 된다”라며 토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개발을 주도했다. 그 결과 2016년 재벌닷컴이 발표한 롯데그룹의 부동산 자산은 무려 10조 7000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롯데가 이렇게 끌어올린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어찌 된 일일까? 조금 더 알아보자.
1. 롯데 부동산 수집의 역사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은 재계에서 “하늘이 내린 부동산 감각을 가지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1946년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일본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그 덕분에 1973년, 일본 롯데의 부동산 가치는 무려 3000억 엔으로, 당시 환율로 계산했을 때 1조 1660억 원에 달했다.
지속적인 일본 부동산 매입 덕분에 신격호는 1980년 세계 4위의 부동산 거부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부동산 매입은 한국에 진출한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1970년 서울 소공동 반도호텔 부지를 매입해 롯데백화점과 롯데호텔을 건설했다. 이때 그는 서울 서초동의 롯데칠성 부지를 매입하는 등 서울의 금싸라기 땅을 매입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 타워가 세워진 잠실의 땅은 신격호가 1981년에 매입한 것이다. 그는 12만 8000㎡의 잠실 땅을 매입해 롯데월드를 짓고 그 옆의 부지 8만 7770㎡을 1987년 매입해 20년을 묵혀두었다. 현재 이 부지에는 제2 롯데월드가 건설되었다. 심지어 당시 그는 한 달 내에 잔금을 완납하는 조건으로 땅값의 20%를 할인받는 수완을 발휘했다.
신격호가 잠실을 매입했을 당시 잠실 일대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잠실은 당시 개발계획이 지지부진하여 허허벌판에 가까운 상태였으며, 개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격호는 이를 기회로 보고 잠실 부지를 매입하여 1985년에 롯데월드를 건설하는 등 부동산 감각을 십분 발휘하였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의 인생은 부동산 투자와 함께했다고 과언이 아니다. 일생 동안 그가 매입한 부동산의 가치는 현재 10조 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에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다음으로 많은 부동산 자산이었다.
2. 부동산의 롯데, 땅을 내놓다
하지만 이와 같은 롯데의 부동산 자산 순위도 곧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신격호의 뒤를 이어 경영권을 받은 신동빈이 부동산 대신 금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신동빈은 공시 원가 등 부동산에 부과되는 세금이 강화되는 점과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섰다.
신동빈 회장의 부동산 매각 선발대는 롯데쇼핑이다. 롯데쇼핑의 매각 대상은 성남시의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롯데마트 도봉, 구로, 분당 수지, 부산 사상, 전북 익산점까지 총 6개였으며 2014년 5000억원에 매각되었다. 한국경제는 이뿐만 아니라 롯데가 추가로 8개 점포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점포 매각이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롯데그룹은 해당 부동산을 세일&리스 백 방식으로 판매할 방침이다. 세일&리스 백 방식은 매각 후 해당 부동산을 임차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활용도와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을 매각해 재무 건전성과 자산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사용된다. 업계는 롯데가 이를 통해 64%에 달하는 유형자산 비중을 줄이고 M&A 시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3. 삼성에 이어 롯데까지
부동산 업계는 롯데가 부동산을 매각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1위의 대기업 삼성그룹은 과거 IMF 외환위기를 예측하고 미리 몸집을 줄였던 바가 있으며,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서초 삼성타운조차 매각하고 떠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표적인 ‘부동산 그룹’ 롯데가 부동산을 매각하는 건 ‘부동산 불패 신화’의 끝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롯데는 과거 YS 정부 시절 엄청난 세금에도 부동산을 매각하지 않았으며 IMF 외환위기에도 부동산만큼은 손을 대지 않았다. 롯데는 위의 6개 매장으로도 부족해 롯데 칠성음료와 롯데제과의 부동산도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부동산 매각을 단순한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 측은 매각 대금이 중국 타임스와 GS스퀘어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와 KT도 잇달아 부동산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금융위기설이 만연한 가운데, 롯데의 부동산 매각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