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발품 팔며 고생하나요” 2030에서 유행 중이라는 ‘이것’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구할 계획인 30대 이 씨는 매일 출근길에 부동산 앱을 통해 매물 정보를 확인한다. 자신이 봐둔 주택들의 시세 변동과 관련 소식을 체크한 뒤, 다른 주택들과 비교하기도 한다. 더욱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앱을 활용하여 정보를 탐색한다.
그의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직방’, ‘호갱노노’, ‘아실’ 등의 앱은 다양한 부동산 이슈를 제공해 주기에 최적화되어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를 부동산 앱을 통해 확인하는 현상은 이 씨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서 점점 나타나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부동산과 기술을 합쳐
풍부한 정보 제공해
최근 몇 년 사이에 부동산 시장에는 ‘프롭테크’라는 용어가 새로이 등장했다. 프롭테크란 부동산(property)와 기술(technology)을 합친 단어다. 부동산 시장은 점점 성장하고 있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부동산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VR, AR 등과 같은 IT 기술을 활용하여 부동산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가 점점 성장한 것이다.
2018년에는 한국프롭테크포럼에 20개의 회원사만 존재했지만, 현재는 278개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2016년에 프롭테크 회사에 대한 투자액은 약 470억 원이었지만, 올해는 약 2조 2200억 원으로 급등했다. 2019년의 프롭테크 관련 스타트업의 매출액도 약 7000억 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1조 8억 원이 됐다. 부동산과 관련된 여러 전문가들은 향후 5년 내에 프롭테크 시장은 현재보다 1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프롭테크 시장은 소비자에게 점점 인기를 끌고 있을까? 소비자가 원하는 니즈를 다양한 정보 제공을 통해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서 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IT 기술이 점점 성장하면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손바닥 안에서 대부분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부동산을 매수하기 위한 투자 비용과 시간이 줄었고 소비자의 편익이 증대했다.
전국 시세뿐만 아니라
개발 소식, 공급 등 확인해
국내 프롭테크 앱은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공유 오피스, 쉐어하우스를 제공해 주거나 주거용 혹은 상업용 부동산의 매물을 중개해 주기도 한다. 빅데이터나 AI를 통해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주거나 건축, 리모델링, 가상 공간 구현을 해주기도 한다. 혹은 부동산을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 주거나 관련 대출, 유통을 컨설팅 해주기도 한다.
호갱노노, 직방, 다방, 아실 등과 같은 부동산 앱은 이미 부동산에 관심 있는 웬만한 실수요자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상황이다. 이런 앱들은 전국의 부동산 시세는 물론이고 주택 공급량, 주변 호재, 개발 소식, 동네 분위기 등 거주지를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그뿐만 아니라 주택을 매입할 때 대출 한도, 세금, 규제 사안들도 미리 알려준다. 앱을 통해 원하는 중개사를 선택할 수도 있고, 내가 관심 있는 주택의 내부 입체 구조까지 VR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변동에 맞춰 프롭테크 앱도 발 빠르게 변화 중이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중개 수수료가 과도하게 오르자, 정부는 소비자의 불만을 고려하여 중개 수수료 인하에 돌입했다. 이런 소비자 불만을 캐치한 중개 플랫폼들은 반값 수수료를 내걸었다. 국토교통부는 2016년부터 전자계약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 변화에 맞게 전자계약을 시행하는 프롭테크 앱도 있다. 대면형 전자계약 서비스, 비대면 전자계약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건설사가 적극 참여해
제도적 장치도 필요
프롭테크 시장은 아파트와 같은 주택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토지, 상업용 부동산과 같이 거래 이력이나 시세 확인이 어렵고 법적 기준이 복잡한 분야의 프롭테크도 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건설사들도 프롭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분양 시장이 움츠러들자 온라인으로 모델하우스를 제공해주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메타버스 기술을 통해 모델하우스를 사이버 공간에서 완벽히 재현하여 오프라인 설치 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아파트 설계나 시공을 할 때 VR을 활용하거나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분양 입지를 선정하고 손익을 분석하는 건설사도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가 점점 고급화되고 있는 현재,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하여 입주민에게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려는 건설사도 존재한다. 메타버스는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거대한 장점을 갖기 때문에 앞으로 건설 업계는 프롭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적 차원에서 프롭테크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핀테크의 경우 금융감독원에서 별도의 조직을 편성하여 다루고 있지만, 프롭테크의 경우 국토교통부에서 일부 담당자가 맡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보다 공공 데이터의 개방 수준도 뒤처지고 있다. 게다가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오프라인으로 운영하는 기존 소상공인들과 마찰도 빚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부동산 관련 업체의 상생을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