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안에 10만 전자 가능한가요?’에 전문가들이 내놓은 답변
올해 초 ‘10만 전자’가 될 것이란 예측이 무색하게 삼성전자의 주가는 투자자들의 머릿속에 의문만 남기고 있다. 지난 5월 반도체 공급 부족(쇼이지) 사태에 따른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으로 주가가 흔들리더니, 8월에 들어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부정적인 전망 리포트 영향으로 7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뉴스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가운데, 450여만 명 주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올해 삼성전자의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예상 주가는 얼마로 책정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반도체 업황 우려
D램 가격의 하락 때문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28% 상승하며 양봉 마감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강세를 보였지만, 지난 1월 11일 사상 최고가였던 9만 6,800원에 비하면 8개월 동안 20% 넘게 떨어진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에 직격탄이 된 건 외국계 증권사에서 부정적 리포트가 나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IB 모간스탠리에 이어 외국계 증권사 CLSA까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제시하면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같은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삼성전자 투자·실적에도
주가는 지지부진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D램 가격의 하락 때문이다. D램 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지난해 말 메모리 반도체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매출 기준으로 각각 42.1%, 29.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또 트랜드포스는 다가오는 4분기에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이 최대 5%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게 늘었던 노트북과 PC의 시장 수요가 한풀 꺾여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동시에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요처인 PC와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최근 메모리반도체가 아니라 CPU등 시스템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투자와 실적 요인에도 주가는 지지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4분기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7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2018년 초호황기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이 부문 매출도 약 3년 만에 22조 원을 넘었다. 이어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신사업에 향후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4만 명을 고용하는 등의 계획을 밝혔지만 주가는 4거래일 동안 1.36% 오르는데 그쳤다.
반도제 전망 부정적
TSMC의 빠른 성장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다시 반등하여 많은 주주들의 바람처럼 ‘10만 전자’를 찍을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아쉽게도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까지 삼성전자가 10만 전자가 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언택트 수요 둔화, 메모리 설비투자(Capex) 상향 조정, 반도체 주식 밸류에이션 하락 추세 등 리스크 요인들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어 향후 반도체 호황 지속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뉴시스의 유튜브 채널 ‘생존테크’에 출연해 삼성전자 주가의 하락 이유 중 하나로 대만의 최대 반도체 회사 TSMC를 언급했다. 애플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에 대해 설계도만 만들고 다른 회사에 제조를 맡기는데, 본래 삼성전자에 맡겼던 걸 TSMC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 뒤로 반도체 기업 순위가 뒤바껴 TSMC가 1위를 차지하게 됐고,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
중장기 관점에선 긍정적
목표주가 10만 원 제시
‘동학 개미의 스승’이라 불리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또한 한국경제 유튜브 채널 ‘허란의 경제한끼’에 출연해 삼성전자에 대해 언급했다. 존리 대표는 “지금으로선 TSMC가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 삼성전자는 굳이 나쁜 점을 뽑으라 하면 사업이 너무 분산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금의 부정적인 면이 계속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왜냐하면 삼성전자는 현금이 많고, 기술력도 계속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TSMC가 갖고 있는 마켓셰어(특정 업종의 제품시장에서 취급되는 전체 거래량 중에서 특정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를 얼마만큼 침투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그런데 항상 위기를 극복해왔으니 TSMC가 있다고 삼성전자를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단기적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여전히 긍정적이란 관측도 존재한다. 메타버스, 게임, 윈도우11 등 새로운 기술의 수요로 인해 D램 산업의 불확실성이 개선될 여지가 있고 그에 따른 불안감이 점점 완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삼성증권과 현대차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10만 원을 제시했다. 투자의견 또한 ‘매수’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