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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3개월 만에 급매물로 나왔던 2조원짜리 백화점,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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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자고로 디자인의 시대다. 음식부터 스마트폰까지 각종 상품에 디자인이 핵심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무리 베스트셀러였어도 차기작 디자인이 잘못되면 팔리지 않는다. 가격이 말도 안 되게 높아도 예쁘기만 하다면 사진 찍기 위해서라도 사는 사람이 넘쳐난다. 반면 기능이 뛰어나도 디자인이 못한 제품은 저렴해도 잘 팔리지 않는다.

이런 디자인의 힘을 가장 잘 활용한 백화점이 있다. 바로 한화갤러리아 백화점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이전부터 남다른 디자인으로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갤러리아 백화점이 최근 절치부심한 끝에 새로운 점포를 개장했다. 예쁘다, 아름답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런데 정작 3개월이 지난 지금, 해당 백화점이 매물에 올랐다. 아름답다 소문난 이 건물이 왜 매물에 올랐는지 조금 더 알아본다.



브랜드 5위 선정


명품에서 위상 높아


현대, 롯데, 신세계 백화점을 들어 한국 3대 백화점이라고 한다. 이들 백화점 매출은 다른 백화점과 궤를 달리한다. 브랜드 5위에 선정된 한화 갤러리아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매출에선 이들과 상대되지 않는다. 그러나 명품시장에서 위상은 만만치 않다. 국내 들어오는 명품이 가장 많이 론칭하는 곳이 갤러리아 백화점이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는 물론 국내 3곳만 입점한 고야드도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론칭했다. 미우미우, 롤렉스 정도 명품은 취급도 하지 않는다.


이런 갤러리아 백화점의 전신은 한양주택의 계열사 ‘한양슈퍼’가 론칭한 ‘한양스토아’다. 한양슈퍼는 이후 산업합리화 대상 기업이 됐다. 이를 1985년 한국화약그룹이 인수했다. 한국화약그룹은 중국이 


‘남조선 폭파집단(


Korea


Explosive Group)’


으로 번역한 이후 한화(Hanwha)로 사명을 바꿨다. 갤러리아는 1989년 천안에 연 ‘한양백화점’의 명품관에만 사용되었으나 1997년부터 백화점 브랜드를 전부 ‘갤러리아’로 통일했다. 


갤러리아 백화점의 위상은 압구정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압구정점은 매장 규모가 작아 문화시설하나 없다. 대신 온갖 명품 브랜드가 가득 들어차있다. VVIP에 특화된 전략으로 2019년 전국 매출 11위(7460억 원)을 달성했다. 정기휴무일에 VVIP만 초청해 쇼핑하도록 하는 곳이 바로 갤러리아 백화점이다. 그런 갤러리아 백화점이 다음 성장 동력으로 ‘광교점’을 지목했다. 한화에서 처음 시도하는 복합 쇼핑몰이다. 경기권 백화점에서 두 번째로 큰 데다 디자인이 남달라 화제가 됐다.



UN스튜디오의 작품


세계적 검축가 렘 콜하스


한화 갤러리아는 굵직굵직한 건설 프로젝트를 UN 스튜디오에게 맡겨왔다. 압구정점과 센터시티점이 UN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그러나 광교점은 현대 건축의 거장이자 세계적 건축가인 렘 콜하스에게 맡겼다. 그렇게 2017년 공개된 광교점 디자인은 전에 볼 수 없던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렘 콜하스에 따르면, 광교점의 디자인은 자연과 도시의 교차로 역할이자 상업 지구의 시각적 닻을 형상화 한 것이다. 암석의 질감이 느껴지도록 설계한데다 본래 쇼핑에 집중하도록 창을 두지 않는 기존 백화점 건물과 달리 창을 두었다. 광교점 디자인에 대해 업계는 백화점에 다양하고 파격적인 시도를 해 온 갤러리아의 혁신 정신과 렘 콜하스의 성공적인 합작으로 평가했다.



하루 평균 1.4만명 몰려


매각 이유 유동성 확보로 추정


2017년 디자인이 발표된 이후, 실물에 대한 기대감이 만발했다. 그러나 화려하게 데뷔하려던 광교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조용히 오픈했다. 코로나19 이슈로 본래 2월이었던 오픈 일을 사흘 늦추기까지 했다.  오픈 전부터 지역 명물로 인정받은 건물 디자인에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1.4만 명이 몰렸다.


오픈한 지 3개월 지난 6월, 한화갤러리아가 국내외 부동산 자문사에 갤러리아 백화점 광교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사실이 알려졌다. 오픈한지 3개월 만에 매각에 나선 것이다. 업계는 갑작스러운 광교점 매각 소식에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매각 이후 세일 앤 리스 백 형식으로 매장을 운영할 것이라 밝힌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세일 앤 리스 백 형식은 부동산을 매각한 뒤, 매각한 부동산을 임차해 영업을 이어가는 방식을 뜻한다. 한화 갤러리아는 최근 천안점을 세일 앤 리스 백해 3000억 원의 유동자산을 확보한 이력이 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5위라는 브랜드 순위와 달리 매출이 높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VVIP가 면적당 가장 많기로 유명한 압구정 갤러리아조차 규모의 한계로 매출 한계가 뚜렷하다.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자금 수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나 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미 2017년부터 한화갤러리아가 적자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화갤러리아의 손해액은 1218억 원에 달한다. 그간 적자를 대출로 메꾸면서 총 차입금 또한 2017년 4117억 원에서 2019년 5560억 원으로 불어났다.


한화갤러리아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광교점 매각에 나서자 자문사들은 입찰 경쟁에 들어갔다. 한화갤러리아는 중도해지 조항 없이 10년 이상 임대차계약을 보장을 조건으로 걸고 있다. 광교점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매매가는 광교점 투입금액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명품계의 강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가운데 백화점 명품 매장은 오픈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3대 백화점도 코로나19를 맞아 매출이 40% 가까이 감수했다지만 2017년부터 갤러리아 백화점이 적자였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세일 앤 리스 백이 유동성 확보에 좋다지만 장기적으론 손해 볼 가능성도 있다. 수년간 공들인 광교점을 한화갤러리아는 왜 내주어야 했을까.


한화갤러리아의 재무구조 악화 주범으론 면세점 사업이 지목된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 2015년 말 1차 오픈한 뒤 지속적으로 수백억 원대 적자를 내왔다. 사업권 획득 직후 시내 경쟁 점포가 6개에서 13개로 늘어나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사드(THAAD) 발


중국의 금한령(


禁韓令)까지


닥쳤다. 면세점 매출의 70%가 중국인 관광객이었던 만큼 금한령은 면세점 사업에 치명타를 안겼다. 3년간 적자만 1000억 원을 넘겨 2019년 한화갤러리아는 사업시행 기간이 남았음에도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한화갤러리아의 광교점 매각은 면세점으로 인한 적자 영향이 크다. 면세사업을 정리한 2019년 4분기 한화갤러리아 실적은 영업이익 8억 원에서 51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증권사는 수익성 개선을 통해 한화갤러리아 기업가치가 재고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직후 코로나19 사태 발발과 그간 쌓인 면세점 적자로 인한 손실에 결국 광교점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한화갤러리아는 패션사업으로 위기를 돌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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