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억·주4일근무”에도 오는 사람 없어 고민이라는 ‘이곳’
“연봉 3억에도 사람 안 와”
전라남도 강진의료원
농어촌 지방의 의료현실
관련 법안 및 해결 방안
[SAND MONEY] ‘연봉 3억에 일주일에 4.5일’이라는 파격적인 근무 조건을 제시하는데도 사람이 뽑히지 않아 고민이 깊은 곳이 있다. 전라남도 강진의 강진의료원은 최근 이 같은 조건으로 의사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사람이 도무지 뽑히지 않아 고민에 빠져있다. 강진의료원 외에도 대다수의 농어촌 지방의료원에서는 의사 영입이 어려워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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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인 이유로 항상 손꼽히는 것이 ‘의료 서비스’가 있다. 외국에서는 간단한 진료 한번 봐도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고 수술까지 하게 될 경우 어마어마한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병원의 수도 기본적으로 많은 데다가 값싼 가격에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의 질은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격차가 상당하다고 하는데, 특히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의료원의 경우 요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그중 전라남도 강진의 ‘강진의료원’은 최근 연봉 3억 원에 주 4일~4.5일 근무라는 굉장한 조건을 내세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사 채용이 쉽지 않다고 한다.
여기서 연봉 3억이라는 금액은 보통의 의사가 받는 평균 임금보다도 2배에 달하는 금액인데다가, 주 4.5일 근무 역시 원칙적으로는 주 5일 근무가 기본이지만 이 역시 일주일에 4시간에서 8시간가량의 별도 유급 휴가를 부여하면서 근무조건의 특혜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원 측에서는 의사들이 도무지 오지 않으려고 해서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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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강진의료원은 지역에서 유일하게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고, 그 외에도 산부인과·내과·외과·정형외과 등 10개의 진료과와 응급실까지 존재해 종합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한 강진의료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진 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100개가 넘는 병상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즉 연간 진료 인원이 무려 20만 명이 넘어서는 강진의료원은 의료 서비스의 핵심 인력인 의사 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광주에서도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강진에 오는 것을 꺼려 해 높은 연봉과 근무조건을 제시해도 사람이 제때 뽑히지 않고 있다.
현재 강진의료원의 의사 정원은 15명인데, 그중 6명은 군 복무 대체로 오게 된 공중보건 의사를 배정받아 채우고 있다. 의료원 측에서는 나머지 9명을 채우기 위해 수시로 공고를 내고 있지만 의사 영입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1년 단위로 계약을 해 들어오는 의사들은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나가는 경우가 많아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처럼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서라도 의사를 채용하고자 하는 강진의료원에 또 다른 제동이 걸렸다. 최근 전라남도 감사관실에서 강진의료원이 의사들에게 별도의 휴게시간을 제공해 특혜를 베푼 사실을 지적하며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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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의료원에서는 휴게시간을 폐지하면 연봉을 추가로 인상해 줘야 하는데 이 역시 상당한 부담이라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다. 현재도 강진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3억 740만 원 수준인데, 이는 서울의료원 원장의 연봉인 2억 원 보다 1.5배 많은 금액이다.
실제로 지난해 보건복지 위원회에서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의료원 의사의 평균 근속연수 중 강진의료원이 평균 1년으로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진안군의료원이 2년 7개월, 삼척의료원이 2년 8개월, 포항·제주 의료원이 3년으로 짧았다. 반면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은 9년 1개월, 부산의료원은 8년 6개월로 지방의료원 중에서도 격차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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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의사의 충원율 역시 강진의료원과 목포시의료원은 60% 남짓밖에 되지 않아, 정원이 거의 채워진 부산이나 강릉 지역과는 차이가 있었다. 의사의 이직률 또한 강진의료원과 진안군의료원은 44%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 의료계 종사자는 이처럼 지방의료원 사이에서도 의사 채용이나 근속연수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현상을 두고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의료인 수급이 쉽지 않다”라며 공공 의료 서비스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지방의료원의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얼마 전 국회에서는 ‘지방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를 양성하자’라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측에서는 이 같은 대안이 근시안적 대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으로는 의료 취약지역인 지방에서도 의사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