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코 앞에 신축 건물 짓고 있던 당산 부동산, 결국은…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반도보라빌’은 최고 15층에 총 67가구가 거주하는 20년 된 아파트다. 2호선과 9호선으로 연결되는 당산역까지 도보 3분이라는 초역세권을 자랑해서 실거주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는데, 그에 대해 알아보자.
90m 높이로 일조권 방해
입주민 반발 거세
반도보라빌 아파트 창문에서 10m밖에 안 떨어진 부지에 90m 높이의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반발이 일고 있다. 반도보라빌은 27.5m에 불과한데 그 앞에 세워지는 건물은 3배에 달한다. 지식산업센터가 세워지는 부지는 이화산업이 소유한 공장 부지로, 9573㎡의 규모에 달하며 오랫동안 방치된 곳이다. 이곳을 영흥개발이 450억 원으로 매입했고, SK에코플랜트(前 SK건설)의 시공 하에 개발하게 됐다.
지식산업센터가 아파트를 가로막게 되자 해당 아파트 거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아파트 외벽과 가구별 난간마다 반대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으며, 영등포구청 앞에서는 건설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입주민들은 영등포구청 앞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지속적으로 1인 피켓 시위를 이어 오기도 했다. 영등포구청 홈페이지에는 지식산업센터의 입성이 거주민들의 조망권과 일조권을 막는다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식산업센터의 층고가 더욱 높아서, 사무실에서 아파트 내부가 고스란히 보여 사생활 침해가 일어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준공업지역 주거 시설은
일조권 보장 못 받아
하지만 영등포구청은 입주민들의 반발에 지식산업센터 건설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건설 부지가 준공업지역에 해당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준공업지역이란 경공업 혹은 환경오염이 적은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땅이다. 일반공업지역이나 전용공업지역과는 달리 공장뿐만 아니라 주거 시설, 상업 시설, 업무 시설도 건설할 수 있다. 법에 따르면 준공업지역에 짓는 건물은 일조권을 보장받을 수 없으며, 아파트와 같은 주거 시설도 예외는 없다.
현행법은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에 짓는 주거 시설에만 일조권 보장을 위한 건물 이격 거리를 지켜준다.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 이외에 건물을 짓는다면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법에 의거하여 최소 50cm 간격만 띄운다면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사유 때문에 준공업지역에 위치한 반도보라빌은 법적으로 일조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식산업센터 설계안
수정 중에 있어
영등포구 준공업지역의 면적은 서울 모든 자치구 중 1순위이고, 총 502만㎡이다. 이는 영등포구 전체 면적 중에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많고, 이 중 아파트가 몰려있는 곳도 적지 않다. 반도보라빌 입주민들은 건축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알지만, 상식적으로 지자체 측에서 최소한의 일조권을 주거 시설에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영등포구청은 입주민, 시행사, 구청 3자 협의 관계를 구성하여 입주민들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지식산업센터 설계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SK에코플랜트는 기존의 지식산업센터는 20층짜리 4개 동을 지으려 했지만, 일조권을 보장해 주기 위해 35층짜리 2개 동으로 수정 중이라고 밝혔다. 이 수정 작업은 진행 상태에 있으므로 협의가 마무리된다면 내년 상반기에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럽게도 반도보라빌 입주민들은 시위와 청원을 진행한 끝에 협의 관계를 구성하여 일조권 보장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의무가 아니며 시행사 측에서 배려하기 위해 설계를 변경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이 아닌 곳에서 아파트를 알아볼 때는 이런 문제를 꼭 유의해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