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물려주고 싶은데 딸이 걸려요” 한명에게만 주면 생기는 일
“딸은 사위가 파출소 소장이라 재산 안 줘도 될 거 같다”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어머니가 조언을 구했다. 남편은 이미 사별했고 자식은 딸 아들 둘이 있는데 사업이 망해 직장도 없이 빚만 있는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조금 더 알아보자.
1. 유언장보다 앞서는 유류분권
미국에서는 주에 따라 상속법 차이가 있지만, 유언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이에게 얼마만큼 남길지 결정할 수 있다. 한 예로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여왕 리오나 헴슬리는 그녀의 반려견에게 1200만 달러를 남겨 화제가 되었다. 헴슬리의 남동생과 손자 2명은 1000만 달러를 상속받았다. 이처럼 몇몇 국가에서는 상속재산 처분의 자유를 크게 인정하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 민법은 상속재산 처분 자유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가족생활의 안정과 상속인의 생활 보장 침해를 상속재산 처분의 자유보다 우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유류분 권리를 인정받아 상속받지 못하더라도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통해 법정 상속지분의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에게는 법정상속분의 1/3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
이는 1977년 민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로 유언장 효력에 우선한다. 따라서 딸과 별다른 합의 없이 아들에게만 유언장으로 모든 재산을 넘긴다 해도 소송에 따라 딸은 제 몫을 찾을 수 있다. 단, 딸이 소송을 하지 않거나 상속 사실을 알고 1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다 되어 아들이 모두 상속받을 수 있다.
결국 어머니가 전 재산을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딸이 이를 인정해주는 것뿐이다. 1977년 도입된 법 자체가 아내나 딸을 제외하고 아들에게만 재산을 물려주는 가부장적인 가족제도의 폐단을 막고자 한 것이다. 또한 피상속인의 생전 강요, 권유로 상속자 중 일부가 유류분 포기 각서를 작성했다고 해도 상속 개시 전에는 유류분권 자체가 없으므로 법률적으로 무효가 된다.
2. 아들이 더 많이, 또는 전액 상속받는 방법
만일 어머니가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재산을 주고 싶다면 그대로 상속을 강행하면 된다. 딸의 법정 상속지분도 아들과 같이 2/1이지만, 이 경우 아들이 더 많은 돈을 상속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 전액이 10억 원이고 아들이 이를 모두 받아 딸이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딸은 최대 2억 5000만 원만 받을 수 있다. 아들이 3/4를 상속받는 것이다.
만약 아들이 전액을 상속받았고 당장은 딸이 소송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소멸시효 전이라면 유류분권은 딸에게 있는 상태다. 때문에 아들에게 최고의 상황은 상속이 개시된 이후 일정 기간 내에 딸이 유류분 포기 각서를 작성해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것이다. 이 경우 딸은 향후 아들에게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3. 유류분 제도를 둘러싼 논쟁
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유류분 소송 건수는 2005년으로부터 10년 후인 2015년 6배 증가했다. 가부장제가 더 강했던 과거보다 현재 더 많아진 것이다. 이같은 통계에 대해 권리를 보호받는 사람이 늘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있는 한편, 유류분 제도 폐지에 대한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가 인터뷰한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살아있는 사람의 재산 처분 권리는 전적으로 인정하면서 죽은 사람의 뜻이 담긴 유언장을 무시하고 유족의 유류분 권리를 인정하는 법 제도는 상당히 불합리해 보인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부모가 재산을 주지 않으려 할 정도로 불효했던 자식에게 재산을 줘야 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유류분 청구 대상 기준 금액은 사전 증여받은 재산도 포함되는데다 기간 제한도 없어 상속인은 유류분 반환 청구소송을 피할 수 없다. 또한 사전증여받은 당시 시가가 아닌 현 시가를 가산하여 계산하므로 사전 상속을 통해 실질적인 금액 축소도 어렵다. 사후 가족 관계가 망가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깊은 대화만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