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 마세요’ 친환경이래서 비싼 돈 주고 샀더니 제대로 기만당했죠
그린워싱 논란
친환경 마케팅으로 환경파괴 부추기는 것
스타벅스 리유저블컵행사 대표적 예시
환경부 가짜 친환경 실태조사 벌여
환경보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더 비싼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친환경을 내세운 물건을 소비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요. 이러한 가치 소비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기업에서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기 위해 저마다 ‘지속 가능성’, ‘친환경’ 등의 문구를 내걸고 제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을 실천한다던 기업들이 홍보문구만 친환경을 내세우고 있을 뿐, 일반 플라스틱과 다름없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기만 논란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사진출처_조선일보 |
지난 9월 28일 ‘MD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스타벅스는 50주년을 기념하며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리유저블컵(다회용 컵)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개최했습니다. 본 행사의 취지는 다회용 컵 사용으로 환경파괴를 줄이자는 취지였지만, 오히려 엄청난 인파가 몰린 탓에 결국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소비된 결과를 낳게 됐습니다. 스타벅스는 리유저블컵 사용에 관해 컵의 소재가 폴리프로필렌 소재, 즉 플라스틱이므로 재사용 횟수는 20회로 권장한다고 설명했는데요.
결국 언젠가는 다른 컵을 사야 한다는 것으로, 스타벅스는 겉만 그럴듯한 가짜 친환경 마케팅으로 소비를 부추겼다는 ‘그린워싱’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이벤트로 다회용기 컵 사용이 크게 늘었다”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는데요.
그린워싱은 1980년대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터 벨트가 처음 제시한 용어로, 기업이 친환경을 허위·과장함으로써 환경에 도움 되기는커녕 기업의 잇속만을 챙기는 행위를 일컫는 말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세계 여러 기업들에 꾸준히 제기되온 그린워싱 논란은 최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근래 들어 자주 언급되곤 하는데요.
환경운동 단체들은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친환경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 ‘친환경’, ‘공정무역’ 등 소비자를 유혹하는 홍보문구만 내걸고 있을 뿐 친환경과는 무관하거나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사진출처_SBS뉴스 |
예컨대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세럼 용기에 ’Hello, I am paper bottle(안녕, 나는 종이 병이야)‘라는 제품 이름을 새겨 넣어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운 마케팅을 진행했는데요. 하지만, 막상 열어본 종이 용기 안에는 플라스틱 통이 들어있었고, 이에 이니스프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해 놓고도 이를 속이려 했다는 논란이 인터넷 커뮤니티상에서 번져나갔습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용기 바깥을 감싼 종이 라벨 역할을 소비자들에게 쉽게 설명하고자 ’페이퍼 보틀‘이라고 표기했던 것”이라며 “제품 네이밍으로 인해 용기 전체가 종이 재질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을 간과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해 죄송하다”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이니스프리의 해명에도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종이까지 사용하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챙기려 했다는 비판은 잦아들지 않았는데요.
이 같은 그린워싱 논란은 해외 여러 기업에서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패스트패션 기업 H&M은 ’플라스틱으로 옷을 만든다‘며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빠르게 옷을 사고, 버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코카콜라는 개발도상국에서 물을 퍼다 음료를 만들면서도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기업이라고 기업의 이미지를 셀프 정화했다는 논란에 직면했는데요.
이 밖에 세계 최대 식품기업으로 꼽히는 네슬레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다 쓴 알루미늄 커피 캡슐을 받아 재활용하는 행사를 개최했으면서도, 정작 얼마나 알루미늄 캡슐을 재활용했는지, 그간 얼마큼의 알루미늄을 사용해왔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 친환경이라는 겉포장을 발판 삼아 정작 중요한 정보를 숨긴 채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네슬레는 커피 캡슐을 만들기 위해 연간 8천 톤에 달하는 알루미늄을 사용해왔다는데요. 보통 1톤의 알루미늄을 만들기 위해선 2인 가구가 5년 이상 쓸 수 있는 전기가 필요하다고 하죠.
사진출처_메디컬월드뉴스 |
그렇다면 이 같은 그린워싱 논란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정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데요. 환경부는 지난 2013년 짝퉁 친환경 제품을 가려내기 위해 국내외 실태 조사를 벌이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그린워싱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조처는 나름의 최선이었겠으나 결국 그린워싱에 대한 해결을 일반 소비자에게 떠넘겼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습니다.
국내 환경단체에서는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그린워싱 사례를 대폭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 사안에 대한 처벌이 해외처럼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예컨대 영국, 미국, 덴마크에서는 ESG 투자와 관련해 진짜 친환경 기업인지 아닌지를 판별해 내기 위한 별도의 전담팀을 꾸리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허위 친환경 캠페인을 벌일 시 캠페인을 하는 데 든 비용의 80%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국내 한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투명한 친환경 캠페인을 벌이도록 하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다”라며 “최종적으로는 그린워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교육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개념 소비 확산으로 기업들의 친환경 마케팅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덩달아 커지고 있는 그린워싱 논란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현재 친환경 마케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만큼 향후 정부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규제 정책을 펼칠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