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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지켜 본 한국과 일본의 자존심을 건 역대급 건물 대결

최종승자는?

“휴가를 버리고 승리를 택하다”

어떤 경기건 한국과 일본이 붙으면 한층 흥미로워지는 것이 양국의 관계다. 그렇다면 한창 일본이 잘나가고, 한국이 경제 성장에 몸부림치던 때의 경쟁 모습은 어땠을까? 마침 쌍둥이 건물을 한국과 일본이 나눠 수주하며 경쟁을 한 사례가 있어 조사해보았다. 잘나가던 일본을 한국이 불리한 상황에서 이겨낸 당시 상황을 조금 더 알아보자.

1.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세계 최고층의 마천루로 이름을 알렸다. 1992년 착공이 시작되어 1998년 완공되었으며 지하 5층~ 지상 88층 규모로 높이만 451.9m에 이른다. 현재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타워이며 말레이시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페트로나스라는 트윈타워의 이름은 말레이시아의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나스’에서 따온 것이다. 이슬람적 상징과 주석 직감의 외형으로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두 개의 건물은 41층~42층 스카이브리지로 연결되어 있다. 트윈 타워가 위치한 쿠알라룸푸르가 주석을 캐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인 만큼 뜻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 일본과의 경쟁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한국의 삼성물산과 일본의 하자마(Kajima) 건설이 한 동씩 나눠 시공했다. 입찰 당시 삼성물산은 시공한 가장 높은 건물이 23층 삼성생명빌딩뿐으로 말레이시아의 요구 조건인 ’50층 이상 빌딩 건축 경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53층의 한국종합무역센터 건설 경험이 있는 극동건설과의 컨소시엄을 진행했다. 반면 일본의 하자마 건설은 일제강점기에 이미 경부선 철도와 수풀수력댐을 건설하는 등 세계적인 건설회사였다. 그러나 정작 실수는 일본의 하자마 건설에서 발생했다.

3. 자존심을 건 속도전

지금까지 이어지는 한일 경쟁심리는 당시에도 분명했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35일이나 늦게 인수하면서 시작이 한 달 이상 늦어졌다. 일본 하자마 건설이 한 개 층을 올리는 데 평균적으로 일주일 걸리는 상황에서 한 달이나 늦은 삼성물산이 27개월에 불과한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 빠르게 층을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삼성물산은 일본보다 빨리 그리고 공기를 맞춰서 건물을 올리기 위해 4, 5일에 한 층을 올리는 공정 계획표를 작성했다. 이를 위해 ‘셀프 클라이밍 폼’이라는 공법을 도입했다. 건설 현장에서 ‘폼’은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거푸집을 말한다. 이전에는 이 폼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장작 해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삼성물산이 최초로 이 초고층 공법에 도입한 방식은 타워크레인 없이 각각 10마력 용량을 가진 11대의 펌프로 폼을 자체적으로 양중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을 통해 타워크레인의 양중 부하와 사용빈도 경감 그리고 공정 단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옮기는 방법도 개선했다. 당시 하자마 건설이 사용한 방법은 원치 운송 법으로, 콘크리트를 담은 통을 중간층까지 올린 뒤 다시 펌프를 통해 타설 지점까지 압송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은 안정적이었으나 매번 통을 채우고 옮겨야 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렸다. 같은 방법으로는 삼성물산이 시간을 단축할 수 없었다.

삼성물산은 대신 펌프 압송 법으로 시선을 돌렸다. 펌프 압송 법은 펌프에 고압을 가해 콘크리트를 한 번에 이동시키는 방법으로 무엇보다 빠른 것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높이에 한계가 있어 초고층 건물에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수백 미터 이상 콘크리트가 올라갈만한 압력이 필요했다.

 

압력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독일 펌프 업체와 접촉했다. 그리고 마침내 철골구조물을 제외한 380m 높이까지 지상에서 최상층까지 한 번에 운송할 파이프를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당시 압송 최고 기록이 홍콩 센트럴 플라자 건설 때 수립한 340m였으므로 최고 기록을 40m나 초과한 기록이었다.

4. 일본의 언론플레이

이처럼 삼성물산이 다양상 공정으로 속도를 높인 가운데 일본 하자마 건설은 치명적인 문제를 발견했다. 하자마 건설이 맡은 타워 1이 25mm나 기울어져 있던 것이다. 451미터나 올라가는 만큼 초반부 25mm의 기울기는 치명적인 문제였다. 이에 일본은 삼성물산이 급하게 짓느냐고 25mm 기울은 건물을 지었다고 각종 매체에 보도했다.

그러나 상황은 일본의 의도와 다르게 돌아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세계적인 매체들이 전문가를 대동하고 사실 확인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의 언론 플레이에도 불구하고 하자마 건설의 타워 1이 기울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5. 최종 콘크리트 타설 그리고…

공사가 진행된 지 22개월 된 1995년 12월 오전 10시, 일본이 마지막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했다. 많게는 8층 적게는 4층 앞서나가던 일본을 층에서는 따라잡았지만, 삼성물산의 타설은 오후 2시에나 시작되었다. 4시간이나 늦은 상황에서 삼성물산은 크레인에 승부수를 두었다.

일본은 상층부로 갈수록 좁아지는 건물 특성과 충돌을 우려해 하나의 타워크레인만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 삼성물산은 타워크레인에 높이 차이를 둬 두 대의 크레인을 충돌 없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 발상의 전환이 항상 뒤처지던 삼성물산이 마지막 88층에서 일본보다 2시간 16분 빠르게 작업을 마치는 주역이 되었다.

여기서 격차를 벌린 삼성물산을 첨답 건설에서 10일 먼저 피나클 설치를 완료하기에 이른다. 공사기간 중 삼풍백화점 붕괴의 여파로 24시간 감시를 받았던 삼성물산은 이 일을 계기로 부르즈 칼리파 등 각종 초고층 건물을 수주하며 세계 정상급 건설회사로 발돋음하는데 성공했다.

 

글 임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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