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1등 담청 돼 1,000억 받은 당첨자들, 지금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올 추석 연휴에 추첨한 로또 제876차의 1등 당첨자는 무려 19 명이었습니다. 이들 각자의 당첨금은 10억 9천만 원, 세금을 떼고 난 실수령액은 약 7억 3천만 원에 불과했죠. 이 결과를 지켜본 사람들은 "1등이 7억 원이라니, 이게 로또냐"며 허탈하다는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2003년부터 당첨금 이월 횟수를 2회로 제한하고 가격도 1회 2천 원에서 천 원으로 내리면서 국내 로또 당첨금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죠.
미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국가의 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미국의 메가밀리언은 작년 10월 이월된 당첨금이 무려 1조 8천억에 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첨금 이월 횟수의 제한이 없거나 적은 국가에서는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정도이 거액이 당첨자의 손에 쥐여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오늘은 1천억 원을 수령한 복권 당첨자는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천억 원의 저주, 잭 휘태커
첫 번째로 만나볼 사람은 웨스트버지니아주 스콧 데포에 살던 55세의 잭 휘태커입니다. 그는 당첨 전에도 비교적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는데요. 가난한 시골 출신이었지만, 자수성가하여 100 명 넘는 직원을 보유한 상하 수도관 건설업자가 되었죠.
그가 1등에 당첨되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은 꽤나 드라마틱 합니다. 12월 24일 복권을 구입했던 그는 그날 밤까지만 해도 숫자 하나를 틀려 1등 당첨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는데요.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틀린 숫자는 방송사의 착오였다는 소식이 들려왔죠. 크리스마스 다음날 그는 아내와 딸, 손녀와 함께 TV 생방송에 출연해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로부터 1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건네받았습니다. 세금을 제하고도 9,300만 달러(약 1,075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죠.
자수성가한 사업가답게, 처음에는 당첨금을 좋은 일에 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가 불안정해 해고해야 했던 옛 직원 25명을 복직시켰을 뿐 아니라 자선재단을 설립하고 교회에 당첨금의 10%를 기부하기도 했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스트립 클럽에서 폭행 시비에 휘말리는가 하면 도박으로 거액의 돈을 잃기도 했죠. 여기까지만 했다면 복권 당첨자의 흔한 타락 이야기로 볼 수도 있었을 텐데요. 휘태커가 사랑해 마지않던 외손녀는 마약 중독으로 사망했고, 몇 년 뒤 딸도 죽음에 이르렀으며 부인과는 이혼하게 되죠. 설상가상으로 2016년에는 휘태커의 집에 불까지 납니다. 잭 휘태커는 방송 인터뷰에서 "손녀가 죽은 것도 돈 때문"이라며 "복권 1등 당첨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힌 바 있습니다.
자살과 살인으로 얼룩진 당첨자들의 비참한 최후
금액은 모두 다르지만, 복권에 당첨되는 바람에 오히려 이전보다 불행한 삶을 살게 된 예는 휘태커의 경우 말고도 많습니다. 복권 당첨으로 130만 달러(약 15억 원)을 거머쥐게 된 데니스 로시는 돈을 독차지하기 위해 남편에게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이혼을 신청했는데요. 그로부터 3년 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원은 데니스 로시가 재산 공개법을 어겼다고 판단해 당첨금 전액을 남편에 넘기도록 명령했습니다.
1988년 1620만 달러(약 182억 원)에 당첨된 윌리엄 버드 포스트는 당첨 이후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기 시작합니다. 여자친구는 당첨금 일부를 자신이 받을 권리가 있다며 그를 고소했고, 친형제는 상속을 노려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그를 죽이려 했죠. 또한 미국 텍사스의 복권 당첨자 빌리 밥 해럴 주니어는 돈을 요구하는 주변 사람들의 요구를 견디다 못해 2년 만에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쏴 자살하는 비극을 맞이했습니다.
983억 원 당첨되고도 계속 출근, 브래드 듀크
물론 모든 복권 당첨자들이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던 일에 계속 성실히 임하며 돈을 잘 관리해 이전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종종 있죠. 아이다호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브레드 듀크는 2005년 파워볼에 당첨되면서 8500만 달러(약 983억 원)을 수령해갔는데요.
그는 당첨 이후에도 원래의 직장에서 2년 반을 더 일했으며, 당첨금은 가족의 연말 선물 구입, 학자금 대출 상환, 중고차 구입, 사이클링 사업 자금 등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했죠. 몇 년 만에 전액을 탕진해 버리는 다른 당첨자들과 달리, 그는 자산을 1억 3천만 달러(약 1503억 원)까지 불리는 데 성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족 재단을 설립해 각종 자선행사를 열고, 거액의 기부를 통해 어린이들을 돕기도 했죠.
거액 당첨자들의 통 큰 기부
이렇게 흐뭇한 '잘 된 예'는 또 있습니다. 2012년 파워볼 당첨금으로 1억 3650만 달러(약 1580억 원)을 수령한 마크 힐과 신디 힐 부부는 고향에 새 소방서, 잔디구장, 하수처리장을 건립할 수 있도록 돈을 기부합니다. 마크의 아버지 이름으로 장학 재단을 설립해 모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죠. 이후에도 부부는 필요한 곳에만 돈을 사용하며 가족들과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꾸렸습니다.
중국에도 거액의 당첨금 중 일부를 좋은 일에 사용한 이가 있었습니다. 지난 2011년 7월, 중국 '쌍색구' 복권의 1등 당첨자는 무려 5억 6500만 위안(약 935억 원)을 수령했는데요. 신분을 감추기 위해 판다 가면을 쓴 채 나타난 이 사람은 세금 1억 900만 위안(약 180억 3천만 원)을 제하고도 2000만 위안(약 33억 원) 을 더 남겨둔 채 4억 3600만 위안(약 721억 원)을 가지고 사라졌습니다. 남긴 2천만 위안을 빈곤 아동, 노인 복지를 위해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죠. 2천만 위안이라는 기부금은 중국의 자선 기부 사상 최고 금액이라고 하는데요. 그 뒤 당첨자의 소식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이 통 큰 기부자가 잭 휘태커보다는 브래드 듀크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길 바라봅니다.
지금까지 거액 복권 당첨 이후 당첨자들의 삶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수의 경제학자, 심리학자들은 복권 당첨이 당첨자에게 장기적인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하며, 당첨금이 클수록 오히려 파산이나 자살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고 보는데요. 브래드 듀크, 힐 부부의 사례를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당첨금 액수가 아니라 돈과 인생을 대하는 당첨자의 태도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