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줄 자식 없어 급매물로 나온 ‘가구 업계 1위 기업’, 지금은?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코로나19로 번진 ‘집콕’ 트렌드에 호황을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가구 업계 1위 기업 한샘은 매각 절차를 밟는다. 최근 창업주이자 최대주주 조창걸 명에회장은 주식 30%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자.
시가총액 2조 7652억 1973년 설립
1973년 설립된 이래 가구업계 1위 기업을 자리하고 있는 한샘이 최근 매각 소식을 전했다.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며 승승장구하던 한샘은 202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시가총액은 2조 7652억에 달한다.
국내 1세대 가구업체인 한샘은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설립했다. 조 명예회장은 당시 아궁이에서 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주부들의 고충을 반영해 국내 최초 입식주방을 도입해 대한민국 인테리어에 큰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아파트가 본격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한샘은 건설업계와 함께 성장해나갔다. 한샘은 부엌가구 전문 업체에서 인테리어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국내 대표 가구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이케아, 오늘의집 등 등장 전년대비 21.7% 증가
한샘 조창걸 명예회장이 경영권 매각에 나선 이유는 바로 후계 문제 때문이었다. 1939년생인 그는 슬하에 1남 3녀를 뒀지만 모두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장남 조원찬씨가 사망하고 세 자매만 남은 상태다. 또 조 명예회장은 가족이라도 적임자가 아니라면 경영권을 승계할 의사를 여러 번 내비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14년 한국에 진출한 스웨덴 이케아와 오늘의집 같은 인테리어 플랫폼, 현대리바트들의 성장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분위기가 확산되며 가구·인테리어 시장이 호황을 맞은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매출 전년대비 21.7% 증가한 2조 674억을 기록했다.
3년 전부터 다수 원매자와의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매각은 번번이 무산됐지만 최근 2조 원 매출을 기록하며 매각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수 후보로는 6조 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PEF운용사 IMM PE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또 다른 PEF운용사, 대기업 등과도 매매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거래금액은 경영권 프리미엄 포함 1조~1조 5000억 수준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현금·부동산 물려줘 중국 규제 필요
한샘과 같이 후계자가 없어 매각 수순을 밟는 기업의 대표로 배우 차인표의 아버지 차수웅 회장이 설립한 우성해운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1974년 창립된 우성해운은 34년간 오일쇼크, IMF와 같은 불황 속에서도 해운업계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해운업계의 시장점유율은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우성해운. 기업을 이끈 차수웅회장은 구내 지분 55%를 보유해 충분히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줄 수 있음에도 한주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량을 합작사인 짐 라인 측에 매각했다.
한국 M&A거래소에 의하면 지난해 730개사가 매물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16.2%에 해당되는 188개사가 후계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로 알려졌다. 매각에 나서는 기업은 보통 기계·부품 등의 제조업이 대부분인데다 사장 평균 나이는 66.2세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회사를 이어가려는 자식이 없어 매각하는 게 최근 트렌드라고 입을 모았다 . 또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보다 회사를 팔아 현금이나 부동산으로 물려주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도 언급했다 . 매각하려는 한국 중소기업이 늘어나자 중국 기업들이 인수에 혈안을 올리고 있다 .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국내 기업들이 상속세 때문에 결국 회사를 판다”며 “미국에선 중국 기업이 회사를 매각할시 규제가 굉장히 까다로운데 우리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