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20만원씩 넣어봤자…” 청약 포기하는 사람들 늘어나는 현실이유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서울로 출근하는 30대 회사원 A 씨는 수년간 해오던 청약 통장에 회의를 느끼며 이를 해지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통장을 만들어 꼬박꼬박 월급 일부를 넣었지만, 당첨 커트라인만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을 포기하는 이른바 ‘청포족’(청약포기족)은 비단 A 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는데,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가입자 수도 점점 감소
30대 주부 B 씨는 2015년부터 청약 통장을 만들었다. 그녀는 자신과 남편의 통장에 매달 20만 원씩 저축해왔다. 이들은 내 집 마련에 성공하기 위해 빈번히 청약에 도전했지만 수십 번 떨어졌다. 부부는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희박한 당첨 가능성에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목돈을 의미 없이 청약에 묶어두기보다 이를 직접적으로 더 모아서 서울 외곽에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며 하소연했다.
청약통장 1순위 가입자가 1500만 명에 달하는 현재, 청약 통장의 희소성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청약 통장을 포기하는 청포족이 증가하고 있고, 청약이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청약통장에 가입하는 사람의 수가 4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다.
가점 받기 힘든 조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분양에서 만점짜리 청약 통장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래미안 원베일리’에서 일반 분양을 진행했다. 분양에 당첨된 사람들의 평균적인 가점은 72.9점이었다. 전용면적 74m²는 단 6가구만 모집했는데 84점의 만점짜리 청약 통장이 나오기도 했다. 1순위 청약에는 36116명이 몰려서 평균 경쟁률 162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파주 운정신도시 A11블록에 위치한 ‘중흥 S-클래스 에듀하이’의 전용면적 84m²에서도 74점의 최고점을 기록한 당첨자가 있었다. 평촌에 위치한 ‘트리지아’ 74m²도 38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최고점 74점을 기록하고 평균 가점 66점을 넘겼다. 아무리 열심히 청약 통장을 저축해도 매우 높은 점수를 기록해야 하는 실정이다.
작년 상반기의 최저 평균 가점은 60.6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60.9점으로 상승했다. 청약 가점 60점을 받기 위해서는 부양가족 2명이 있어야 하며, 청약 통장 가입 기간과 무주택 기간이 각각 14년을 넘겨야 한다. 사실상 2030세대는 청약 당첨이 매우 희박하고, 40대 중에서도 매우 일부만 이 조건에 부합한다.
억울한 대기업 직장인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청약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이마저도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자랑한다. 수도권 특별공급의 경쟁률은 2019년에 5.4대 1이었지만, 2020년에는 15.1대 1로 증가했다. 게다가 맞벌이로 세전 월급 889만 원보다 많이 받으면 지원 자격조차 없다. 이로 인해 신혼부부들의 불만은 높은 상황이다. 돈을 벌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데, 이것이 지원 기준이 걸리는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C 씨는 월 소득이 지원 기준을 넘겨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도전조차 해볼 수 없었다. 게다가 청약 가점을 얻기도 힘든 상황이라 회사에서 왕복 3시간이 떨어진 곳에 작은 주택을 매매했다고 한다. 그는 현금 부자들이 아파트 청약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씁쓸함과 괴리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결혼을 진행하는 신혼부부의 나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30대에 신혼부부가 되는 사람들은 회사에는 수년간 일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직급과 연봉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에 다니는 일반인들은 생애 최초 혹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