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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낭비’라고 비난받는 아파트 옥상 조형물이 만들어 진 진짜 이유

“저게 뭐야?” 한 아파트 옥상에 있는 조형물을 본 아이가 물었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과거 아파트 옥상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었지만, 최근 건설사들이 아파트 고급화를 추진하면서 건물 옥상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각종 조형물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조형물은 왜 설치된 걸까? 조금 더 알아보자.

1. 유행처럼 번진 옥상 조형물

언제부터 아파트 옥상에 각종 구조물이 들어서기 시작했을까? 옥상 구조물은 2000년대 후반부터 건설사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건설사들은 경쟁적으로 아파트의 외벽과 옥상에 각종 조형물을 추가하여 외벽의 고급화를 추구했다.

아파트 외부에 장식물을 달거나 색으로 차별화를 추구하는 트렌드는 자료에도 나타난다. ‘KCC의 아파트 트렌드 리뷰’에 따르면 아파트의 색상 출현율은 2013년 13%에서 2015년 20.6%로 증가했다. 이는 무난한 외벽을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브랜드 차별화가 강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로 아파트 옥상을 바라볼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옥상에 실제로 올라선 뒤에야 조형물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건설사는 아파트 옥상에 굳이 조형물을 설치했던 걸까? 이는 기능적인 면도 있지만, 분양시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2. 옥상 조형물의 기능적 효과

우선 기능적인 측면에서 아파트 옥상 조형물은 옥상의 바람과 햇빛을 차단해 옥상에 올라간 사람의 안전을 도모한다. 자살 등의 문제로 아파트 옥상은 대부분 잠겨있지만, 옥상을 개방할 경우 이와 같은 옥상 조형물은 고층의 강한 바람에 의한 실족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햇빛을 가려 주민의 쉼터 기능을 한다.

하지만 다수의 건설사가 단순히 위의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감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의 아파트 옥상 조형물의 기능은 아파트 옥상 조형물과 분양시장의 상관관계에서 발생한 부가적인 효과 정도로 봐야 한다. 실제로 조형물이 설치된 일부 아파트 옥상은 거주민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되었다.

3. 분양 모델하우스에서 중요한 옥상

그렇다면 분양시장에서 아파트 옥상 조형물은 어떤 역할을 할까? 우선 건설사는 아파트 옥상 조형물에 든 비용을 분양가에 포함시켜 분양가를 높여 받을 수 있다. 이는 건설사의 수익 상승에 도움이 될 테지만 옥상 조형물이 유행이 된 이유는 한국 분양 방식의 특징에 있다.

주된 분양 방식이 선분양인 한국의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모델하우스는 고객이 처음으로 아파트를 접하는 장소가 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축소된 아파트 모형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지어지지 않은 아파트를 상상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곳에서 옥상 조형물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후 분양일 경우 옥상 조형물은 사람들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람들이 아래에서 위로 아파트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델하우스에서 사람들은 하늘에서 아파트를 내려다본다. 즉, 옥상은 아파트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곳이 된다.

옥상 조형물과 옥상 조형물이 없는 두 아파트의 모델하우스 모형을 비교하면 옥상 조형물의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아파트 옥상 조형물이 선분양 제도와 모델하우스라는 장소가 만든 눈높이 차이가 이와 같은 옥상 조형물 유행을 만들어 낸 것이다.

실물을 볼 때 옥상 조형물의 경관미 등 효과는 생각보다 적다. 아파트 옥상의 조형물은 모형에서 잘 보이는 것이 중요하므로 옥상 둘레에 벽, 기둥 등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실제론 미적 효과보다 바람과 햇빛을 막고 건물을 보다 높아 보이게 하는 효과가 가장 크다.

한동안 지속되던 옥상 조형물 트렌드는 최근 변화하고 있다. 옥상의 트렌드는 조형물에의 텃밭, 정원 등 녹지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도시 녹지 마련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옥상에 붙잡아 두는 효과도 있다. 결국 옥상 조형물은 사람을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만들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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