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계좌의 대명사, 스위스은행

모든 정보를 보호해주는 원칙

비밀을 준수 못할 경우 2000만원 벌금까지

2015년부터 보안 정책 완화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지금 당장 스위스 계좌에 100억을 예치해라” 영화를 보면 이런 대사를 흔하게 들어볼 수 있다. 현실에서도 스위스 계좌는 돈 세탁을 위한 창구로 활용됐고, 그 과정에서 적발된 사건은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사람들의 인식 속에 스위스 계좌는 범죄자들의 은닉처, 돈 세탁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됐다. 이번 시간에는 스위스 은행이 어쩌다 이런 오명을 가지게 됐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출처 / 유튜브 유퀴즈온더블럭

비밀계좌의 대명사 스위스 은행이 가진 오명

스위스 은행은 모든 정보를 보호해 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개인은 물론이고 국제기구에게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원칙의 배경은 스위스의 역사에서 알 수 있다. 17세기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가 신교도의 종교 자유를 박탈하게 만든 ‘낭트 칙령’을 선포했고, 프랑스 신교도들은 스위스로 옮겨갔다.

이후 영토 확장을 위해 자금이 필요해진 루이 14세가 스위스 신교도의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할 처지가 되자, 그는 자신이 추방한 신교도들에게 돈을 빌리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스위스 은행에게 비밀을 보장해달라 요청했고, 이것이 비밀계좌의 시초가 됐다. 이후 스위스 정부는 1934년 법으로 비밀주의를 자리 잡게 했고, 실명을 쓰지 않고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로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규정했다.

출처 / world jewish congress

실제로 스위스 은행법에 따르면 직원이 비밀을 준수하지 못했을 경우, 2만 프랑(2,000만 원)의 벌금을 물거나 징역형을 살게 된다. 그렇기에 돈이 스위스 은행으로 들어간다면 법에 따라 보호됐고, 돈이 어떤 수단과 출처를 가지고 있는지 가리지 않았다.

이를 활용해 각국의 권력자, 마약사범 등이 스위스 계좌로 자금을 은닉했다. 중국 자산가도 이를 적극 활용했다. 2013년 중국 내 시진핑 주석이 부정부패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하자, 해외로 빼돌린 자산 규모가 약 698조 원에 이르렀다. 이는 당시 스위스 GDP와 맞먹는 수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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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1조 원가량 블랙머니 흘러들어오기도

국내에서도 한때 스위스 계좌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때가 있었다. 2011년도 스위스 계좌를 통해 국내 증시에 1조 원가량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의 비자금이다’. ‘기업 총수의 비자금이다’라는 말이 나오며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정상적인 루트를 밟지 않았기에 사람들 사이에선 의혹이 떠돌기 시작했고, 스위스 은행에게 출처를 요구했다. 당연히 보안상의 이유로 거절당했고 알 방법은 좁아져만 갔고, 지금까지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이 미지의 사건으로 남게 됐다.

출처 / 아주경제

이런 불법 자금으로 인해 각 나라에 피해가 생겼고, 프랑스 정부는 스위스 은행 UBS에 45억 유로(5조 9,000억 원)를 벌금으로 매겼다. 이는 스위스 은행의 한 해 순이익 49억 유로와 비슷한 규모다. 거의 모든 순이익에 벌금을 매겼다는 뜻인데, 불법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만들었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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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압박으로 비밀 해약 스위스 계좌도 이젠 옛말

각국에선 불법 자금으로 자산을 늘리는 스위스 은행을 거세게 비판했다. 국제 사회에선 비밀계좌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각종 불이익을 줄 것이라 경고했고, 스위스 은행의 철통같은 보안 정책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에 스위스는 2015년 유럽연합과 비밀주의를 폐지하고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또한, 범죄 행위로 번 돈임을 알고도 예치를 도와준다면 징역을 살게 된다는 법을 제정했고, 금융 실명제 또한 도입되며 은행 비밀주의도 2018년을 기점으로 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