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주 추천 문자 믿고 급하게 샀는데… 이렇게 됐습니다”
[MONEYGROUND 디지털뉴스팀] 직장인 이 씨는 퇴근 시간마다 날라오는 주식 종목 추천과 관련된 스팸 문자를 무시해왔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에 장을 확인해보니 문자로 왔던 추천주가 급등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급해진 이 씨는 상승세를 놓칠까봐 장이 열리기 전에 추천주를 사들였지만, 정규장이 열리자 폭락했다. 뒤늦게 이 씨는 자신이 시간 외 매매를 통한 사기에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탄했다.
거래량 거래 대금 최대치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어난 정규장 외 거래 대금은 77조 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상반기 48조 원과 비교하면 60%나 오른 수치다. 올해 상반기 거래량도 81억 주인데, 작년 같은 시기의 55억 주 대비 50% 정도가 늘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 대금과 거래량 또한 각각 48조 원, 33억 주로 전년도보다 증가했다.
시간 외 거래는 정규장에서 거래 기회를 얻지 못한 투자자에게 추가 기회를 부여해주기 위해 개설된 시스템으로, 정규장 개시 전과 종료 후로 이뤄져 있다. 개시 전은 8시 30분부터 8시 40분으로 전일 종가 기준으로 거래하며, 개시 후는 3시 40분부터 4시로 당일 종가 기준이다. 시간 외 단일가 매매는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이뤄지며 종가의 10% 내외에서 거래할 수 있다.
주식 투자 열풍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지자 시간 외 장을 이용하는 투자자들도 자연스레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의 결제 대금은 3773조에 달하는데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투자 정보와 시시각각 변하는 흐름에 맞춰서 정규장 외에도 투자하는 개미들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미국과 같은 국내외 경제 흐름에도 연동하여 정규장 시간 외에도 유동적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작전 세력에게 이용될 수도
종목에 대한 실시간 호재와 갑작스러운 이슈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시간 외 거래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백신 관련 종목들이 정규장에서는 하락으로 마감했지만, 국내외에서 뜬 임상 소식에 시간 외 장에서 급등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 진원생명과학이 백신 임상에 착수할 수 있다는 이슈가 뜨자 시간 외 장에서 상한가를 쳤고, 다음 날 열린 정규장에서도 가격이 상승했다. 그뿐만 아니라, 19일에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백신인 스푸트니트V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맞게 개량됐다는 소식이 정규장 종료 후에 떴다. 그러자 시간 외 장에서 스푸트니트V와 관련된 종목인 이트론, 이화전기 등이 줄줄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간 외 장은 거래량과 거래 규모가 정규장보다 상대적으로 작아서 작전 세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실시간 매매가 아닌 일정 기간 내 단일가로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매수와 매도에서 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시간 외 거래에서 가격 제한폭에 근접하게 상한가를 보인 종목들의 거래량이 10주도 안 된 사례도 있다. 특히 주식 리딩방이나 정보 공유방을 통해 주린이를 겨냥한 사기도 늘고 있다. 시간 외 장에서 급등한 종목을 상한가 종목으로 추천해서 매매하도록 유도한 뒤 매수 세력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종목 면밀하게 살펴야
개미들이 늘어나다 보니 이들을 노리는 시간 외 여부와 상관없는 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 작전 세력은 주로 자신을 개미들의 멘토이자 프로라고 소개하면서 억대 수익을 낸 회원들이 수두룩하다며 꼬드긴다. 소문에 현혹되지 말라면서 안전한 정보를 제공해 주겠다며 상한가를 칠 주식 종목을 여러 개 추천해 주기도 한다.
이런 것은 주로 스팸 문자로 링크와 함께 오며, 링크를 클릭하면 1000명이 넘게 있는 채팅방이 열린다. 처음엔 무료로 고급 정보를 주며 금전적 요구는 하지 않겠다고 안심시킨다. 그러나 처음 2번 정도만 공짜로 정보를 제공해 주고 그 후부터는 유료 회원 가입을 요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집계된 스팸 문자 건수는 104만 건이 넘는데, 이는 작년 하반기보다 37% 증가한 수치다. 스팸 문자에 첨부된 링크는 함부로 누르지 않는 것이 좋지만, 투자 성공에 현혹돼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 투자 전문가는 정규장을 24시간 활용할 수 없으므로 시간 외 장의 활성화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소수 세력에 의해 요동치는 주가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하고, 별다른 호재 없이 상한가를 치는 종목을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