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90%가 내 집 가진 싱가포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벼룩시장구인구직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목표 1위는 단연 ‘내 집 마련’이었다. (2020년 기준, 24.7%) 이들은 하나같이 안정적인 주거 보장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가보유율은 약 56% 수준으로 조사되는데, 국민 10명 중 9명이 자기 집을 가져 국내 정치권에서도 주목하는 국가가 있다. 이 나라는 바로 싱가포르로, 더 놀라운 것은 이들 중 약 80% 비중은 나라에서 제공하는 공공 주택을 소유한다는 점이다. 전체 자가보유율 중 약 7%의 공공 주택 거주 비율을 가진 우리나라와 싱가포르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싱가포르 90%
자가 보유 중
싱가포르는 서울 면적보다 조금 큰 면적의 국토에 약 6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도시국가다. 2018년 싱가포르 통계청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 시민권자 가운데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비율은 91%로 알려져, 이 나라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자가보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싱가포르의 자가 소유 비율엔 특히 싱가포르 주택청, HDB의 역할이 큰데, 실제 싱가포르 국민 중 약 80%에 해당하는 이들은 모두 싱가포르 주택청에서 공급한 공공 주택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DB는 1960년 설립됐고, 이 기관은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이 자신의 집을 소유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균질의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고자 하는 주택 개발청이다. 이들은 먼저 싱가포르 정부와 장기 토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주택을 건설한다. 그리고 이후 집이 지어지면 임차인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사실 HDB의 설립 초기엔 모든 공공 주택이 단순한 임대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후 싱가포르 정부의 주거 정책이 ‘주택 자가 소유(Home Ownership)’를 골자로 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고, 현재 싱가포르의 공공 주택은 정부로부터 99년간 소유하는 ‘영구임대주택’의 형태로 정착됐다.
이에 현재 HDB는 싱가포르 내 24개 타운에 120만여 채의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으며, 공공 주택의 설계에서부터 공급,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HDB는 국민들의 주택 소유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정부 지원금과 주택 마련 대출을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싱가포르는 중앙 연금 기금 CPF를 주택 마련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어 국민들의 주택 구입 허들을 현저하게 낮추는데 기여했다.
중앙연금기금
CPF로 주택구입
CPF(중앙 연금 기금)는 Central Provident Fund의 약자로 쉽게 말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개념의 연금제도이다. CPF는 싱가포르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데, 보험료는 근로자 봉급의 17%를 보내고, 회사와 정부가 15%를 부담해 총 급여의 32%가량을 사실상 강제 저축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연금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는 확연하게 다른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CPF 하나로 주택, 의료, 노후 계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인데, 무엇보다 이 연금은 주택을 구입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연금제도가 주택정책과 함께 연동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한 예로 싱가포르의 한 신혼부부의 사례를 살펴보자. 결혼 4년 차인 그들은 시내의 분양가 3억 1천만 원의 공공 주택 매수를 희망했다. 이는 싱가포르 내 여타 민간주택 대비 꽤 저렴한 편이었지만 이 부부에게 그런 목돈은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CPF를 활용해 기다리지 않고 집을 매수할 수 있었다. 우선 그들은 지금까지 납부한 CPF 연금 1600만 원을 선수금으로 냈고, 3600만 원 정도는 소득에 따라 지급되는 국가 보조금과 지원금 등을 받아 냈다. 이제 나머지 잔액 2억 5천여만 원이 남았지만, 부부가 직접 다른 은행권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CPF에 약 25년간 연금을 자동 납부하면 차액 충당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싱가포르 내에서 소득이 낮은 편에 속했고 모아둔 돈도 많지 않은 저소득층이었지만 연금을 통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싱가포르 공공 주택이 성공적이었던 건 아파트의 디자인을 세련되게 하고, 교통, 인프라 등이 편리한 좋은 입지 조건에 주택을 지었다는 점이 큰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공공 주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한 HDB 관계자는 “HDB는 싱가포르 국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수요와 예산에 맞춰 가능한 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는 HDB가 제공하는 공공 주택이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공공주택 정책
실수요자 편에서역대 한국 정권에서도 반값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공공 주택 공급 등을 무주택자들의 주택 보급률을 높이려는 방안으로 제시해 왔다. 그리고 언제나 이 같은 공공 주택이 주요한 모델로 삼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싱가포르의 공공 주택 방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싱가포르의 사례가 아무리 성공적이라도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기에 그대로 벤치마킹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싱가포르가 안정된 정책을 펼칠 수 있던 것은 주택 개발청의 일관된 정책과 국민 호응의 결과인데, 우리 국민은 사적으로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동산 투기 사태 등으로 인해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도 낮은 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타 국가의 성공 사례를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따르기보단 좀 더 우리나라 실수요자의 편에 서, 실정에 맞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